현영만 약식기소가 된 까닭은 투약 횟수가 적고 이미 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수사를 담당한 박성진 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부장검사(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현영은 투약 받은 병원이 1곳에 불과하고 투약 횟수도 가장 적었으며 2011년 12월 이후 완전히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시 벌금 500만 원에 약식기소됐는데 이에 대해서는 “현영 씨는 공인이고 불구속 기소된 다른 연예인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투약 횟수가 비슷한 다른 일반인에 비해 형량이 무거운 벌금 500만 원으로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현영의 사례처럼 벌금 1000만 원으로 약식기소돼 형이 확정될 것으로 보였던 하정우는 법원이 정식 재판을 청구하면서 장미인애, 이승연, 박시연처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게 될 수도 있게 됐다. 반대로 거듭 억울함을 호소한 하정우의 주장이 정식 재판 과정에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검찰의 약식기소 청구가 정식 재판으로 가는 경우는 두 가지다. 약식기소를 받아들이면 유죄가 확정되는 터라 피고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무죄를 받기 위해 정식 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법원에서 정식 재판으로 회부하는 방식이다.
형사 재판은 피고와 검찰이 법정에서 다투고 결국 재판부가 판결을 하는 구조다. 그런데 이미 약식기소를 결정한 검찰이 정식 재판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임하느냐는 미지수다. 정식 재판에 회부한 재판부는 검찰처럼 피고의 혐의를 입증하는 주체가 아닌 피고와 검찰의 법정 공방을 보며 유무죄를 판단할 뿐이다.
반대로 약식기소 처분을 받은 피고 측이 정식 재판을 청구한 경우에는 매우 적극적으로 재판에 임하게 된다. 자신이 무혐의라는 확신을 바탕으로 재판에 임하기 때문이다. 과거 성현아는 성매매 혐의로 약식기소됐지만 정식 재판을 청구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흔치 않은 사례지만 억울함을 풀고자 하는 성현아의 의지가 결국 무죄를 만들어 냈다.
하정우는 검찰이 약식기소를 청구했지만 법원이 정식 재판에 회부한 경우다. 따라서 검찰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재판에 임하느냐가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식 재판을 받게 된 하정우 입장에서는 억울함을 밝혀 무죄를 받을 기회가 생긴 셈이기도 하다. 비록 검찰의 약식기소 결정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하정우 측은 꾸준히 정상적인 치료 과정에서 수면마취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약식기소에 대한 입장을 밝힐 당시에도 하정우 측은 “얼굴 여드름 흉터로 피부과 치료를 받아왔고 레이저 시술과 같은 고통이 따르는 경우 수면마취를 한 상태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며 “검찰은 2019년 1월경부터 9월경까지 위와 같은 시술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수면마취가 이루어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언급된 ‘필요 이상의 수면마취’는 검찰의 판단일 뿐이다. 법원이 다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