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방지 목적의 DNA 법안이 의회에서 가결되고 범인 검거율은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수사의 대부분이 디지털 데이터에 의존하게 되면서 형사들이 현장을 뛰어다니며 끈질기게 사건을 파고드는 일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 그러나 DNA 법안 통과를 비웃듯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아사마 반장은 아날로그식 수사를 고집하며 범인을 쫓는다. 경찰 수사는 난항을 거듭하고 가구라 주임의 경찰청 특수해석연구소의 DNA 수사 시스템의 검색 결과는 NOT FOUND(찾을 수 없음). 뒤를 이어 DNA 시스템 개발자까지 살해당하는데…’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디지털 데이터는 신일까, 악마일까. 매번 색다른 주제, 단락마다 정교한 구성을 갖춘 추리 소설로 한국 독자들을 매료시켜온 일본 미스터리의 제왕 히가시노 게이고. 그가 신작 <플래티나 데이터>(서울문화사)를 통해 2011년 미스터리 소설의 포문을 열었다. <플래티나 데이터>는 이미 2010년 일본에서 발간 즉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누적 판매 40만 부를 돌파한 화제작.
‘정제된 데이터’라고 해석할 수 있는 <플래티나 데이터>는 21세기 최첨단 디지털 과학 수사에 천착한다. 이미 뛰어난 과학 기술은 생활 곳곳에서 접할 수 있는 일상적인 것이 되었다. 그런데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과학을 과하게 믿으면서 인간 본래의 모습을 부정하고 점점 디지털 기계가 도출해낸 결과만 믿고 휘둘리고 있지는 않은가. <플래티나 데이터>는 인간의 마음과 감정까지 디지털 데이터화 할 수 있다고 믿는 어리석은 이들의 생각들에 경종을 울리는 소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절대 오차가 없다는 디지털 데이터로도 해결 불가능한 연쇄살인 사건, 한 남자를 필두로 차츰 드러나는 추악한 진실, 그 뒤에 깔린 국가 절대권력, 그리고 음모 등 다양한 소재를 자유자재로 변주하면서 사회 저변에 깔린 어두운 욕망, 계급적 딜레마 등을 생생히 표현한다. 또한 이중인격 캐릭터를 등장시켜 오싹한 긴장감과 공포를 한껏 전달한다.
이성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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