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재 전 강원지사 |
―강원지사직에서 물러난 이후 근황은.
▲지금은 봉사활동으로 눈을 치우고 있다. 요새 매일 등산하고 있어서 정치는 어떻게 되어 가는지 잘 모른다(웃음). 태백산도 가고 오대산도 가고 설악산도 가고 그러고 있다. 자연의 하나가 되고 있다(웃음).
―하루 일정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
▲매일 등산 세 시간 하고 책 네 시간 보고 배우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최근 여의도에서 이 전 지사와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등 친노 인사들이 함께 모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궁금한데.
▲나를 위로해주는 모임이었다. 내가 그 자리에서 한 이야기는 ‘모든 사람에게는 다 때가 있다’는 거다. 이러한 상황도 담담하게 털고 앞을 보고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또…(그는 잠깐 말끝을 흐렸다) 인생과 정치라는 게 고난이 없을 수가 없지 않나. 바다로 나간 선장에게 파도는 계속 마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니 이 과정을 잘 이겨내겠다고 했다. 날아가는 새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고개를 꺾어 뒤를 돌아보는 새는 추락하는 새다.
한나라당의 강원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엄기영 전 MBC 사장은 얼마 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광재 전 지사의 처지에 대해 “안타깝다, 잘 되기를 바랐다”는 말을 건넨 바 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듣는 이광재 전 지사는 다소 심경이 복잡한 듯했다. ‘엄 전 사장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느냐’는 질문에 이 전 지사는 “아니요, 없어요”라고 나지막이 대답했다. 현재 민주당의 평창동계 올림픽 유치운동을 돕고 있는 이 전 지사는 최근 엄기영 전 사장을 현장에서 마주친 일이 있다고 한다. 강원지사 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는 엄 전 사장 역시 평창에서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 이 전 지사는 “그러나 서로 별다른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며 조용한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민주당 내에선 그간 강원지사 후보로 오르내리던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가 불출마 의사를 밝히자, 최근 이광재 전 지사의 부인 이정숙 씨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은 권 전 부총리의 불출마 선언 이전에 재보선 지역별 후보자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한 바 있는데 그 결과 이정숙 씨와 권오규 전 부총리, 최문순 의원이 비슷한 지지율을 보였다고 한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정숙 씨의 지지도가 권 전 부총리와 최 의원을 미세하지만 앞섰다는 후문.
―민주당 후보로 부인 이정숙 씨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는데 고민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글쎄…(이 전 지사는 이 대목에서 깊은 한숨을 지었다). 그건 아마 강원 도민들이 제가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강원도를 위해 했던 일을 마무리 지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강원도의 희망, 강원도의 아들’ 이광재가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 그런 마음 때문에 집사람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부인도 정치를 잘할 분이라고 평가받는 것 같다.
▲우리 집사람은 연세대학교 나온 내 선배이고, 부산 사람이고…. 정치부 기자 시절에 나와 만났다. 언론사 기자 생활도 한 10여 년 했었다(부인 이정숙 씨는 부산에 있는 지방지의 서울 주재 정치부 기자일 때 당시 노무현 의원의 보좌관으로 있던 이광재 전 지사를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고 한다).
―남편 입장에서 부인이 정치인으로 나서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인가.
▲진짜 ‘글쎄요’다…(웃음). 우리 집사람은 아주 훌륭한 사람이다. 하지만 정치라…아직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정치라는 게 너무 험난한 길이라서 한 사람으로 족하지 않나 싶다.
―친노 인사인 김경수 사무국장이 김해을 재보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는데.
▲그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결단이라고 본다. 노 전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접고 농사짓고 살겠다고 고향에 가셔서 참으로 안타깝게 돌아가셨는데… 그 분이 상처받고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나는 김경수 전 비서관이 사퇴결정을 내린 것이 용단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봉하재단이나 (권양숙) 여사님이 계신 곳에 상처를 주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앞으로의 정치 행보에 대한 계획은 어떠한가.
▲(이 전 지사는 한참의 침묵 끝에 이런 답변을 내놓았다) 정치라는 게 희망을 파는 상인이 되어야 한다. 서울을 보면 32평짜리 집 한 채가 10억이 넘어가는 상황 아닌가. 그럼 어떻게 월급을 타서 집을 사는가. 사교육비가 애 한 명에 한 달에 몇 백만 원씩 드는데 이 교육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누가 이 편하고 합치느냐, 안 합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자리, 교육, 복지, 남북의 평화, 이러한 문제에 대해 누가 시대정신이 있느냐는 게 중요한 것이다. 이에 대한 비전을 만들 수 있는 개인이나 집단이 결국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본다. 나에게 지금의 이 시간은 배움의 시간이다. 배우고 또 배운다, 그거 외에는 없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