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사 100% 소유, 삼양식품 지배력 강화 핵심 역할…사내이사 정식 취임 후 친환경 사업 추가
전인장 회장은 2019년 1월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회사 돈 약 50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전 회장 측은 항소에 나섰지만 2심 재판부와 대법원 모두 항소를 기각했다. 전 회장의 부재 속에서 전병우 이사는 지난해 삼양식품과 삼양내츄럴스 이사에 올라섰다. 그는 현재 삼양식품 전략기획부문장을 맡으면서 회사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전병우 이사 앞에 놓인 상황은 여의치가 않다. 삼양식품의 매출은 2020년 1분기 1564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400억 원으로 줄었고, 향후 전망도 좋지 않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에 대해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하락 추세가 2020년 1분기 이후로 지속 중”이라며 “해상 운임비 급증 영향이 적어도 2분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단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는 낮출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전병우 이사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 아이스엑스다. 현재 삼양식품 최대주주는 지분율 33.26%의 삼양내츄럴스로 삼양내츄럴스를 지배하면 자연스럽게 삼양식품까지 지배할 수 있는 구조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삼양내츄럴스 최대주주는 지분율 42.20%의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전인장 회장의 부인)이고, 2대주주는 지분율 26.85%의 아이스엑스다. 3대주주는 지분율 21.01%의 전인장 회장이고, 나머지 9.94%는 자기주식이다. 아이스엑스는 삼양식품 지분 1.66%도 갖고 있다.
아이스엑스는 에스와이캠퍼스(SY캠퍼스)가 올해 3월 이름을 바꾼 회사로 전병우 이사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보유 지분 등을 고려할 때, 그룹 내 아이스엑스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전병우 이사의 입지도 강화되는 구조다. 현재 아이스엑스는 외부감사 대상에 속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회사 규모는 크지 않아 보인다. 현행법상 △자산 120억 원 이상 △부채 70억 원 이상 △매출액 100억 원 이상 △종업원 수 100명 이상 등 4가지 기준 중 2개 이상에 해당하는 회사는 외부감사 대상이다. 외부감사 대상이 아닌 관계로 아이스엑스의 현재 매출이나 영업이익, 부채비율 등은 확인되지 않는다.
베일에 싸여있던 아이스엑스가 최근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전인장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심의전 아이스엑스 대표가 퇴임하고, 김 아무개 씨가 새로운 대표로 취임했다. 같은 시기 전병우 이사도 아이스엑스 사내이사에 정식으로 취임했다. 또 아이스엑스는 기존 사업목적이었던 △도·소매업 △수출입업을 삭제하고, △친환경에너지발전업 △저탄소 및 재생농업연구업 △생명공학연구업을 새롭게 추가했다.
삼양식품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회를 신설해 친환경 경영에 나서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 3월 제품 ‘사또밥’에 친환경 패키지를 적용했고, 4월에는 ESG 경영 실천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식을 가졌다. 삼양식품은 공동선언식 당시 “연내 친환경 패키지 도입과 더불어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준비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양식품 ESG 위원회 위원장은 전병우 이사의 모친인 김정수 사장이다. 삼양식품이 김정수 사장 주도로 친환경 및 저탄소 경영을 시작할 때 전병우 이사의 아이스엑스도 친환경·저탄소 관련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것이다. 아이스엑스가 삼양식품 ESG 경영에서 일정 역할을 하면 전병우 이사의 존재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이스엑스의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여전히 알려진 바가 없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아이스엑스는 지난 4월부터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M 건물 2층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일요신문은 지난 6월 28일 M 건물을 방문했지만 2층 문은 잠겨있었고, 상주하는 직원도 없었다. M 건물 부동산등기부에도 아이스엑스의 전월세 기록은 없다.
아이스엑스에 대해 삼양식품 관계자는 “확인되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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