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캐스트 ‘노는 언니’ 박세리 곽민정 등이 물꼬…축구 SBS ‘골때녀’·야구 MBC ‘마녀들’ 눈길
#놀고·골때리는 마녀들!
여성 스포테이너의 중심에는 골프 선수 출신인 박세리가 우뚝 서 있다. LPGA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이며 암울했던 IMF 외환위기 시대를 관통하던 대중에게 희망과 웃음을 선사했던 그는 요즘 예능인으로 거듭났다. 티캐스트 ‘노는 언니’에서는 국가대표 펜싱 선수였던 남현희, 피겨 스케이트 곽민정 등과 함께 판을 흔들고 있다. MBC ‘나 혼자 산다’ 등에서는 소위 ‘리치(rich) 언니’라 불리며 ‘부자다운’ 면모로 눈길을 끌었다.
최근 SBS가 편성한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이 그 배턴을 이어받았다. 2020년 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첫 선을 보여 호평 받았던 이 프로그램은 6월 중순 정규 편성된 뒤 5∼6%의 안정된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스포츠 선수뿐만 아니라 배우, 가수, 모델, 코미디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 출연진의 좌충우돌 스포츠 도전기는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MBC는 최근 여성 출연진의 야구팀 구성을 그린 ‘마녀들’을 3부작으로 선보였다. 2020년 말 시즌1을 웨이브와 유튜브 등 온라인 중심으로 공개한 후 이번 시즌2는 MBC에서 정식 편성했다.
이는 스포테인먼트 시장의 확장을 의미한다. 각 종목에서 ‘레전드’라 불렸던 이들의 축구 도전을 다룬 JTBC ‘뭉쳐야 찬다’는 농구를 주종목으로 하는 ‘뭉쳐야 쏜다’로 변주됐다. 2020년 SBS는 선수 시절 ‘국보급 센터’라 불렸던 서장훈을 감독으로 내세운 예능 ‘진짜 농구, 핸섬 타이거즈’로 스포츠 예능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골프로 영역을 확장해 TV조선 ‘골프왕’을 필두로 JTBC ‘회원모집 세리머니 클럽’, SBS ‘골프 혈전 편먹고 072(공치리)’, tvN D ‘스타골프빅리그’, 티빙 ‘골신강림’ 등이 준비 중이다.
이런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남성 출연진이 중심이 됐다는 것이다. 박세리를 비롯해 ‘오늘은 골프왕’의 김미현 등 유명 여성 골퍼들이 참여하기는 하지만 남초 현상이 뚜렷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여성을 중심에 세운 스포테인먼트 콘텐츠의 제작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노는 언니’의 방현영 책임 프로듀서는 ‘노는 언니’의 제작발표회에서 “출연진과 사전 인터뷰를 하는데 다들 만난 적이 없는데 비슷한 대답이 나오더라. 알람을 꺼보고 자본 적이 없고, 훈련 스케줄로 인해 MT 같은 걸 모른다고 해서 스태프들이 외계인 보듯 봤다”며 “이 분들의 세계가 있기에 PD로서 새로운 인류를 발굴한 느낌이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대중이 자주 접하지 못했던 여성 출연진을 통해 또 다른 재미를 일굴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여성 스포테인먼트, 통할까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운 스포테인먼트 콘텐츠는 남성 중심 콘텐츠와는 그 결이 다소 다르다. 일단 공급이 적기 때문이다. ‘뭉쳐야 찬다’를 예를 들면, 양준혁(야구), 진종오(사격), 이형택(테니스), 이봉주(마라톤) 등 이름만 대면 대다수가 알 만한 스포츠 스타가 즐비하다. 여기서 역으로 질문을 해보자. 야구, 사격, 테니스, 마라톤 하면 떠오르는 여자 선수는 누가 있을까. 곧바로 대답하기 어렵다. 결국 스포츠가 남성 중심으로 활성화돼왔기 때문에 은퇴한 여성 선수 중에서 방송가로 영입할 인물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오로지 여성 스포츠 스타로 꾸린 ‘노는 언니’는 이례적 케이스다. ‘골때녀’에는 황선홍, 김병지, 이천수, 최용수 등 내로라하는 남성 스타플레이어들이 감독과 코치진으로 합류했을 뿐, 선수로 뛰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연예인의 수가 압도적이다. ‘마녀들’ 역시 야구 시구자로 나서 빼어난 활약을 보인 걸그룹 에이핑크 출신 윤보미와 유튜브 콘텐츠 ‘오늘도 운동뚱’에서 발군의 솜씨를 뽐낸 개그우먼 김민경 등이 핵심 멤버로 참여했다.
하지만 방송 관계자들은 “이 역시 변화해가는 과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유행이던 시절 MBC ‘무한도전’과 KBS 2TV ‘1박2일’ 등 남성 일변도 프로그램이 대세였다. 하지만 이후 여성 멤버들을 앞세운 ‘무한걸스’와 같은 스핀오프 프로그램이 론칭된 바 있고, 최근 이영자, 박나래, 김숙 등이 메인 MC로 나선 프로그램들이 늘며 그들이 연이어 연말 연예대상을 타는 등 여성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스포츠가 남성 중심으로 꾸려지고 남성 스타플레이어가 많은 반면 여성 스포츠 스타는 희소하기 때문에 방송가에서도 섭외에 애를 먹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콘텐츠가 활성화되면 향후 여성 스포츠 스타들도 대중에게 얼굴을 비칠 기회가 많아져 인지도를 끌어올리며 여성 스포츠 시장 역시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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