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공모가 정정 요청에 하향 조정…높은 배그 의존도에 중국 리스크·후속작 발굴 등 한계
#금감원 정정 요청에 공모가 수정
금감원의 정정 요청으로 크래프톤 IPO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당초 6월 28일부터 7월 9일까지 예정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이 미뤄지면서 일반투자자 청약 일정도 7월 21~22일로 연기됐다.
앞서 6월 25일 금감원은 “크래프톤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한 심사 결과 증권신고서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거나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않는 경우,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 등에 해당돼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공시했다.
업계에선 금감원이 크래프톤의 기업가치 평가 방식 등을 문제 삼으며 공모가 산정 근거를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라 보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금감원으로부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받은 SD바이오센서는 공모가를 30% 이상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지난 6월 16일 크래프톤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제시한 희망 공모가는 45만 8000원~55만 7000원, 총 공모주식 수는 1006만 230주다. 이번 공모자금은 최대 5조 6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크래프톤은 PER(주가수익비율·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에 연환산 순이익(7760억 원)을 곱해서 기업가치를 35조 735억 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크래프톤이 제시한 PER이 적정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PER가 높을수록 고평가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크래프톤은 공모가 산출을 위한 비교기업으로 △월트디즈니 △넷이즈 △액티비전블리자드 △일렉트로닉 아츠(EA) △넥슨 △워너뮤직그룹 △엔씨소프트 등 9곳을 선정했다. 이 중 PER이 가장 높은 EA(133.4배)와 가장 낮은 넥슨(12배)을 제외한 7개사의 평균 PER(45.2배)을 크래프톤에 적용했다.
게임회사인 크래프톤이 공모가를 높이기 위해 콘텐츠 그룹인 월트디즈니 등을 선정해 평균 PER을 높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트디즈니 PER은 88배에 이른다. 실제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을 제외한 채 게임회사들으로만 같은 방식으로 산정하면 평균 PER과 기업가치는 각각 37.9배, 29조 4000억 원 수준으로 하향 조정된다. 크래프톤은 매출 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비디오게임, 영화 및 텔레비전, 음악) 비중이 70% 이상인 곳과 사업이 유사하다며 비교기업을 선정했다.
연환산 순이익 산정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연간 실적(5563억 원)이 아닌 올해 1분기 순이익(1940억 원)에 4배를 곱한 연환산 순이익을 활용했다. 연환산 수치는 지난해 연간 실적보다 28%가량 높지만, 이 같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단일 IP ‘배그’로 상장 성공할 수 있을까
크래프톤은 IPO를 앞두고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29일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사 ‘띵스플로우’를 인수했다. 띵스플로우는 캐릭터 지적재산(IP) 기반 채팅형 콘텐츠 플랫폼 ‘헬로우봇’을 운영 중이다. 한국과 일본의 MZ세대(1980년생~2004년생)에게 인기를 끌며 5월 기준 누적 사용자 4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5월 자회사 비트윈어스를 통해 VCNC의 ‘비트윈’ 사업부를 인수했다. 비트윈은 세계 첫 커플 메신저 서비스로 누적 이용자가 3500만 명에 이른다. 인도의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로코’에는 900만 달러(약 101억 원) 규모의 시드 라운드 투자를 단행했다.
게임 IP 포트폴리오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5월 크래프톤은 게임 개발사 드림모션을 인수했다. 현재 크레프톤은 펍지 스튜디오, 블루홀스튜디오, 라이징윙스,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 등의 독립 스토디오들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크래프톤의 현 상황은 단일 게임 IP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크래프톤은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배틀그라운드(배그)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 매출이 집중된 점도 우려 요인로 꼽힌다. 크래프톤은 중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화평정영에 대해 기술 서비스 제공 수수료를 텐센트로부터 받고 있다. 1분기 연결기준 크래프톤 매출이 4610억 원이었고, 이 중 텐센트 비중이 71.8%(3310억 원)에 달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과 국경 분쟁을 벌이던 인도가 ‘배그 모바일’ 서비스를 중지시키기도 했다. 이전까지 크래프톤은 화평정영과 관련이 없다고 밝혀왔다. 크래프톤은 텐센트로부터 인도 내 운영권을 넘겨받아 ‘배그 모바일’의 재출시를 준비하고 있지만, 인도 정치권까지 반대에 나선 상황이라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
출시 3년이 지난 배그 IP의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렇다 할 후속작이 없는 점도 우려가 나오는 부분이다. 배그의 PC 온라인·콘솔 매출은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8년 온라인 매출은 9234억 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2649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콘솔 매출은 822억 원에서 295억 원으로 줄었다. 모바일 플랫폼에서만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콘텐츠 사업도 배그 IP를 활용해 단편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제작하고 있고, 올해 출시 예정인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도 배그 기반으로 개발한 모바일게임이다.
신작 IP 발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실제 앞서 크래프톤이 3년간 개발해 2011년 내놓은 게임 ‘테라’는 현재 존재감이 없다. 수년간 노력 끝에 지난해 말 출시한 MMORPG게임 ‘엘리온’도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크래프톤은 ‘눈물을 마시는 새’와 후속작인 ‘피를 마시는 새’ 게임 개발을 2년 만에 재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크래프톤 관계자는 “신작 IP로 ‘더 칼리스토 프로토콜’, ‘프로젝트 카우보이’ 등을 준비 중에 있다”면서 “AI(인공지능) 스타트업 ‘보이저엑스’와 딥러닝 언어모델 공동 개발도 진행하는 등 기술 기업으로서 크래프톤의 강점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인도와 중동을 포함한 해외 시장의 게임 및 새로운 영역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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