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정정요구에 10% 이상 낮춰…IPO 대기군 보수적 접근할 것 vs 투자자 성향 바뀌지 않으면 ‘글쎄’
금융감독원은 6월 25일 크래프톤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제출된 증권신고서가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 등에 해당된다는 이유다. 이에 따라 7월 1일 제출된 정정 증권신고서에는 공모가 희망 범위가 당초 45만 8000원~55만 7000원에서 40만~49만 8000원으로 하향 조정됐다(관련기사 오직 ‘배그’만 믿는 IPO? 크래프톤 공모가 논란 앞과 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공모주 분위기가 좋고 앞으로 LG에너지솔루션 등 남은 대어들이 많다 보니 이번이 기회라는 생각에 크래프톤도 몸값을 높게 매긴 것 같다”며 “크래프톤이 최근 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권(IP)으로 단편영화를 선보이는 등 여러 사업을 하지만 초기단계에 불과해 금감원이 정정 요구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공모주가 신규 상장하는 첫날, 시장이 처음 열렸을 때 결정된 가격이 공모가의 2배에 형성되면 이를 주식시장에서는 ‘더블’이라 하고, 이후 상장 당일 상한가를 기록하면 주식 시장에서는 이를 '따상(더블+상한가)'이라고 한다. ‘따상’을 기록한 종목이 다음 날도 연속으로 상한가를 기록하면 ‘따따상’ 혹은 ‘따상상’이라 부른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크래프톤의 상장은 이전 공모주들보다 가격 상승 폭이 현저하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대어라던 SK바이오사이언스도 따따상을 못하고 주가가 내리꽂혔다”며 “크래프톤 IPO는 이 같은 공모주 분위기의 정점을 찍는 케이스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이번 금감원의 정정 요구가 IPO를 앞둔 기업들의 공모가 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브(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때부터 카카오게임즈,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연이은 IPO가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으나 많은 투자자들이 쏠렸고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많아졌다.
이와 관련 IB업계 한 관계자는 “크래프톤 상장을 계기로 이후 기업들은 무리해서 밸류에이션을 높게 받으려 하기보다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결국 꼼꼼한 가치 평가를 전제로 한 투자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IPO시장이 그냥 들어와서 돈 내고 따상 먹고 하루 만에 팔고 나오는 시장으로 변질돼 가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IPO도 투자 위험성이 존재하기에 투자자가 주의 깊게 가격 판단을 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 주관사도 공모가를 함부로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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