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무소식, 채용도 완료 안되고 사무실도 불분명…‘국내 설비투자 대신 해외유통 맡을 것’ 전망도
하지만 모더나코리아 설립 한 달이 지나도록 모더나 투자 관련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투자뿐 아니라 모더나코리아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알려진 바가 없다.
모더나코리아는 법인 설립 이전부터 총괄매니저(General Manager), 의학 책임자(Medical Director) 등의 인력 채용을 시작했지만 완료되지 않은 채 7월 1일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여기저기서 문의를 받았고, 알아보기도 했지만 누가 모더나코리아에 입사했는지 전혀 확인되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모더나코리아의 사무실 위치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실제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지도 의문이 제기된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모더나코리아는 설립 당시 서울 서초구 511타워에 사무실을 뒀다가 지난 6월 10일 종로구 콘코디언빌딩으로 이전했다. 그러나 511타워와 콘코디언빌딩 직원 모두 “모더나코리아 입주 사실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콘코디언빌딩은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으로 쓰였던 곳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으면서 2018년 DWS자산운용(옛 도이치자산운용)이 4180억 원에 콘코디언빌딩을 인수했다. 현재 콘코디언빌딩에는 롯데카드, 서브원 등이 입주해 있지만 건물 안내판에서 모더나코리아의 이름은 찾을 수 없다. DWS자산운용 관계자는 “어떤 업체와 입주 계약을 맺었는지는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앞서 모더나는 국내 시장에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에 합의했다.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와 CMO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당시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에 제조 시설 설립도 계속 고려할 것”이라고 밝히며 국내 설비 투자 가능성을 내비쳤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도 당시 “모더나의 한국 투자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감을 보였다(관련기사 ‘DS 잡아라’ 삼성바이오-모더나 위탁생산 계약 후 바이오업계 ‘들썩’).
모더나의 국내 투자는 급물살을 탈 듯했지만 한 달이 넘도록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그 사이 모더나에 대한 관심마저 줄고 있다. 오히려 정부에서는 해외 업체의 투자유치보다 국내 기업의 코로나19 백신 생산 지원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6월 29일 한미약품과 에스티팜, GC녹십자 등 3개 기업을 주축으로 하는 ‘차세대 mRNA 백신 플랫폼 기술 컨소시엄’을 결성했다고 밝혔다. 국내 바이오 업체들이 모더나 따라잡기에 나선 가운데 정부에서도 대대적 지원에 나선 것이다. 허은철 녹십자 대표이사는 이날 “모더나와 화이자의 백신이 모든 것을 충족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권덕철 장관도 “정부가 백신 개발과 생산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더나가 국내에서 수면 아래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는 배경을 두고 바이오 업계 일각에서는 모더나가 가진 한계를 꼽는다. 모더나의 제품 중 임상시험을 마치고, 상용화에 들어간 제품은 코로나19 백신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현재 임상이 진행 중인 제품도 대부분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반 의약품이다. 국내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에스티팜 등 적지 않은 업체가 mRNA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모더나 입장에서 아시아 생산기지로 굳이 한국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모더나의 투자를 원하는 다른 아시아 국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국가가 인도다. 인도 당국은 지난 6월 29일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의 사용을 허가했다. 당시 인도 보건당국 관계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미래에는 모더나가 인도 땅에서 백신을 생산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일본도 모더나의 투자를 받기 위해 물밑에서 접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모더나가 국내 설비 투자를 포기하면 모더나코리아의 역할도 한정될 수밖에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CMO 계약도 모더나코리아가 아닌 미국 모더나 본사가 담당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모더나코리아가 직접적인 생산은 하지 않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코로나19 백신의 해외 유통을 맡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안 그래도 모더나는 지난 6월 29일 한국에서 근무할 유통공급전문가(Supply Chain Operations Specialist) 채용 공고를 게시했다. 모더나는 채용 공고에서 “유통공급전문가는 CMO 계획자와 일하면서 커뮤니케이션, 관리, 공급 스케줄 등을 정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모더나가 국내 설비 투자를 포기했다고 단언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바이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를 신중히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모더나코리아는 아직 본격적인 사업 준비 단계이기 때문에 존재감이 없는 것으로 보이므로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오 업계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한국 법인을 설립하기는 했지만 무조건 대대적인 국내 투자를 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며 “여러 조건을 살펴본 후 투자를 강행할 것인지 아니면 모더나코리아가 연락책 역할만 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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