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 동결·인상 줄다리기…정부측 공익위원 선택 귀추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첫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을 6470원에서 7530원으로 인상했다. 1989년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 이후 인상액이 1000원 이상 오른 최초의 해였다. 인상률도 역대 2번째로 높은 16.4%를 기록했다.
최저임금이 오르자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증가했다. 그래서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분을 정부가 부담하는 정책을 편다. 일자리안정자금, 고용유지지원금 등이 그것이다. 2018년 8월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을 서민경제에 전가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분은 반드시 정부 지원을 하겠다. 오히려 추가로 지원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믿음은 굳건했다. 방향도 좋았다. 최저임금의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효과를 낳았다. 소비나 저축 여력도 생겼다.
하지만 허니문은 거기까지였다. 문재인 정부는 8350원을 기록한 2019년 이후 평균 185원 수준의 인상만을 기록하며 사실상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포기했다. 2020년에는 240원 오른 8590원, 올해는 고작 130원 오른 8720원을 기록하며 최저임금 제도를 실행한 이후 가장 낮은 인상률을 기록(1.5%)했다. 사실상 노동 임금 인상을 통한 성장 기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들의 노동 소득은 정체해 있는데 대기업과 플랫폼 기업의 매출은 증가하고 부동산과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실직과 폐업으로 공과금과 월세를 내지 못해 허덕이는 국민들이 늘어나지만 국내총생산, 경제성장률 지표는 계속 좋아졌다. 노동계에서 “재벌, 대기업, 자산가의 소득이 주도하는 성장”이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최저임금 노동자는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해 있다. 이들은 청소, 급식, 배송, 경비 업무 등에 종사한다. 전 연령대에 걸쳐 존재하지만 사회초년생과 고연령층에 많이 분포돼 있다. 생계를 위해 급하게 일거리를 찾아야 하는 저소득 가구 청년들과 은퇴 후 소득이 끊긴 베이비붐 세대가 최저임금 일자리로 몰린다.
저소득 가구의 최저임금 노동자는 임금으로 다른 가구원을 부양하는 경우도 흔하다. 한부모 가구, 노인과 조손으로 구성된 저소득 가구가 그렇다. 이들은 최저임금의 상당 부분을 식료품 구입과 임대료 지출에 사용한다. 저소득도 힘든데 주거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저소득가구의 자가 보유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자가 보유율의 감소와 전세 매물의 감소, 그리고 월세 임대료의 상승은 저소득 가구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올해 통계청의 1분기 소득 5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에 따르면 5분위(소득 상위)는 평균 소득이 971만 원으로 2020년 4분기에 비해 25만 원가량 증가했지만 1분위(소득 하위)는 90만 9000원으로 전기 대비 7만 원가량이 줄었다. 1분위는 유일하게 가계수지 흑자액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분위의 올해 1분기 흑자율은 무려 –54.5%였다. 소득 하위 가구들은 소득의 감소를 겪고, 빚을 내 버티고 있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초기 꺼낸 최저임금 인상 카드는 소득주도성장 공약을 지키는 동시에 저소득 가구의 자립을 돕는 역할을 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 의욕을 제고했고 구직률에도 긍정적 영향을 줬다. 노동계는 이를 최저임금 인상의 순기능으로 꼽는다.
하지만 지난 2년간의 시급 240원, 130원 인상은 결과적으로 노동 소득의 증가도, 물가 안정도, 자영업자 보호도 하지 못했다. 코로나19라는 외부 요인이 있었다지만 정부는 노동계와 자영업자 간 갈등만 초래했을 뿐 어느 쪽의 삶도 나아지게 하지 못했다.
올해도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선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두고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사용자위원 측은 최저임금 동결을 근로자위원은 1만 80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출했다. 매년 그랬듯 정부 측 공익위원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가 최저임금의 키를 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17일 제109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 기조연설에서 “최저임금을 과감하게 인상해 소득주도성장을 포함하는 포용적 성장을 추구했다”고 했다. 해당 발언이 3년 전에 그친 최저임금 인상을 의미하는 것인지 현재도 소득주도성장 기조가 유효하다는 것인지는 이번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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