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웰스토리 과징금 철퇴 후 현대차그룹으로 불똥…중소업체 참여 대신 ‘그들끼리 나눠 먹기’ 우려도
공정위는 6월 24일 삼성전자 등 4개사와 삼성웰스토리에 과징금 총 2349억 원을 부과하고,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삼성전자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이 미래전략실 개입 하에 이뤄졌고, 그 결과 삼성웰스토리가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며 총수 일가의 핵심 자금조달 창구로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국내 1위 급식업체 삼성웰스토리는 이재용 부회장(17.97%)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옛 에버랜드)의 100% 자회사다.
공정위는 그 근거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직후까지 에버랜드의 사업부별 영업이익 현황을 들었다. 웰스토리가 에버랜드 사업부문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수익을 안정적‧지속적으로 창출했다는 것. 2013년 에버랜드의 사업부별 영업이익은 △패션부문 45억 6600만 원 △건설부문 1294억 2000만 원 △레저부문 205억 2000만 원 △웰스토리부문 864억 6400만 원이다.
이후 합병 당시인 2015년 패션부문(-89억 4300만 원)과 레저부문(-185억 9900만 원)이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건설부문이 절반가량 줄어든 527억 8400만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웰스토리부문은 오히려 영업이익이 늘어나 1095억 6400만 원을 기록했다.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이 합병을 앞두고 의뢰한 영업가치에 대한 평가 결과, 삼정회계법인 평가보고서에는 웰스토리부문의 영업가치가 약 2조 7860억 원으로 피합병회사인 옛 삼성물산의 가치 약 3조 498억 원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정위는 “웰스토리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기업가치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라며 “웰스토리가 내부거래로 취득한 이익은 배당금 형태로 삼성물산에 귀속돼 합병 과정의 자금 수요를 충당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밝힌 근거들을 살펴보면, 공정위가 삼성웰스토리에 대한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를 단순히 ‘단체급식’ 수준에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공정위는 보도자료에서 미래전략실(미전실)을 54번 언급했다. 과거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던 미전실은 총수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전담했던 조직이다.
공정위는 전원회의에서 웰스토리 부당지원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간 직접적 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인정받지 못했다. 공정위는 6월 24일 브리핑에서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 과정의 직접적인 연결점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웰스토리 부당지원이)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해하면 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삼성은 공정위 결정에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다만, 이번 사건에 관심이 쏠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최종 수혜자가 이재용, 이부진 남매”라며 나머지 삼성그룹 계열사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전·현직 고위 임원에 대한 고발을 요구하고 있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이번 제재가 향후 공정위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안이 된 데다 이재용 부회장 사면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 삼성 입장에서는 공정위가 이번 사안을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본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공정위가 삼성에 이어 현대차그룹의 사내급식 부당지원 의혹에 대한 조사를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을 조사한 공정위 기업집단국 내부거래감시과 관계자는 “아직 검토 중이지 않고, 그럴 단계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4월 5일 공정위와 8개 대기업집단의 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현대차는 일감 개방 계획으로 △기존 사업장은 비조리 간편식 부문에 경쟁 입찰 시범 실시 △연수원, 기숙사, 서비스센터 등 신규 사업장은 경쟁 입찰 실시 등을 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이 공정위의 다음 타깃으로 언급된 까닭은 최근 현대차그룹 안팎의 분위기 때문이다. 현대차 직원들은 올해 초부터 성과급 지급 문제, 급식 문제 등 사내 이슈를 공론화하고 있다. 지난 3월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성과급 논란이 확산됐고, 지난 4월에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로 이뤄진 사무연구직 노조가 결성됐다.
6월 25일에는 “현대차그룹의 사내급식 부당지원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게재됐다. 자신을 ‘현대차그룹에서 근무 중인 MZ세대 직장인’으로 소개한 청원인은 “그룹사 직원만 10만 명 수준인데 임직원들의 선호도 조사는 왜 한 번도 이뤄지지 않고, 불만에 대한 개선도 이뤄지지 않느냐”며 “오너 일가 사이의 단체급식 내부거래에 대해 엄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에 단체급식을 공급하는 곳은 이 분야 국내 3위 업체인 현대그린푸드다. 2019년 기준 현대그린푸드 매출액은 6287억 원, 시장 점유율은 14.7%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3481억 원)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949억 원)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318억 원)와 수의계약 금액이 4748억 원에 달한다. 매출액의 75.5%가량을 범현대 기업에서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그룹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다.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1.9%)과 그의 장남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12.7%), 차남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27.8%) 등이 지분 40%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9년 기준 배당금 183억 3400만 원 가운데 70억 4000만 원가량을 총수 일가가 가져갔다. 현대그린푸드가 2017년 6.2%에서 2019년 33.5%까지 배당성향을 늘리면서 오너 일가는 더 많은 이익을 챙겼다.
국내 2위 급식업체인 아워홈과 연결돼 있는 LG그룹, 4위 CJ프레시웨이를 보유한 CJ그룹의 경우 오너 일가 혹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높지만 공정위가 들여다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공정위는 지난 4월 8개 대기업집단의 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에서 “특히 LG는 전면 개방 원칙 하에 단체급식 일감을 순차적으로 개방하고, CJ는 65% 이상(376만 식) 개방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보였다”며 두 그룹의 일감 개방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들의 단체급식 일감 개방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급식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 급식업체의 납품 역량보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대기업 계열사가 서로 돌아가며 일감을 나눠 먹기 할 가능성”이라며 “사업장이 있는 지역의 중소 급식업체에 우선권을 주는 등의 방안이 고려돼야 현실적으로 중소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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