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부산 경찰청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봉투 속에는 의문의 장소로 가는 방법이 세세하게 그려진 약도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목적지를 묘사한 그림 한가운데엔 '홍'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편지의 의미는 바로 필리핀 여행 중에 실종된 30대 남성 홍석동 씨의 시신이 그곳에 묻혀있다는 것이다.
약도를 따라 가보니 실제로 그림 속 목적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땅을 파내려 가다보니 놀랍게도 시신 한 구가 드러났다.
손발이 꽁꽁 묶여있고 얼굴은 두건으로 싸인 처참한 모습으로 발견된 백골 시신은 확인 결과 실종된 홍석동 씨였다. 그는 어쩌다 필리핀에서 이렇게 참혹한 모습으로 살해된 것일까.
홍석동 씨가 실종된 무렵 필리핀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피해자들이 있었다. 범인들은 필리핀을 찾은 한국 여행객들을 납치해 잔혹한 수법으로 강도행각을 벌였다고 한다.
끔찍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피해자들은 악몽 같던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홍석동 씨 역시 연쇄납치 사건의 피해자였던 것이다.
공포의 지옥 여행을 기획한 범인들의 정체는 도대체 누구인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잔혹한 '그날'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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