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10편이 넘는 영화를 제작하면서 배우나 스태프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말이 있다. 바로 ‘We are on the same page’란 문구다. ‘우리는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라는 뜻이다. 촬영감독을 선정할 땐 시나리오를 보내고 관심을 보이는 이를 만난다. 그리고 그와 장시간 대화를 나눈다.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의미를 공유한 뒤 그것을 이해하고 있는지 파악한다.
‘영화 촬영만 잘하면 되지 무슨 메시지·의미까지 공유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 절차는 상당히 중요하다.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이고 그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해야 할 것인지를 공유하지 않으면 관객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촬영 기술로 따지자면 망원렌즈를 이용해 한 인물에게만 집중하게 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고, 단렌즈를 사용해 이야기가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두 방식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각 방식이 시사하는 의미와 메시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촬영감독을 뽑을 때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미술감독, 음악감독, 조명, 편집 등 영화에 참여하는 모든 스태프들도 영화의 메시지와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모든 기술스태프 후보들과 오랜 시간 작품에 대해 논의하고 의견을 개진한다. 적격자를 찾았다고 판단한 뒤에야 계약이 이뤄진다.
연기자 선택도 마찬가지다. 제작자인 나는 연출을 책임진 감독과 주연은 물론 조연까지도 고민과 고민 속에 후보를 고른다. 그런 다음 시나리오에 관심을 보이는 연기자를 직접 만나 우리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거듭 점검한다.
적어도 영화에 참여하는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We are on the same page’라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다. 우리는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하는 상업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하나라도 삐끗하거나 흐트러지면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없다. 우리를 믿고 투자해준 투자자들의 소중한 자금이 개봉과 함께 하루아침에 다 날아가 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며 점검을 반복한다.
고위 공직자였던 두 사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한 명은 공직을 사퇴했고, 한 명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공교롭게 둘 모두 자신들을 지명하고 임명해준 여권 후보가 아니라 현 정부 실정과 문제를 지적했다. 한 명은 야권 후보로서 대권 도전 의사를 표명했다. 나머지 한 명은 조만간 대권 도전 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부에서 임명된 권력기관 수장들이 잇달아 직을 던지고 여권과 척을 진 것은 대통령의 인사 실패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한 여당 의원은 “아픈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정색할 필요까지는 없다”면서 수긍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주류를 바꾸려고 개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반동”이라고 설명했다.
그 의원은 대통령이 “개혁을 추진하지 않았다면 ‘윤석열의 난’도 ‘최재형의 난’도 없었을 것이다. 또 개혁의 기치를 내걸면서 우리 편만 골라 썼다면 진즉 레임덕이 왔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난 영화계에 몸담은 사람이라 내가 하는 일을 통해 이런 일련의 사건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이 점을 미리 알린다. 그러나 나는 저 의원님 말씀을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감사원장이나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수많은 검증과 조사, 그리고 당사자와의 의견 개진 등을 통해 그가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를 체크하지 않았단 말인가.
내 편과 네 편을 골라 쓰라는 게 아니라 국가를 운영하려면 적어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지는 알아봤어야 하는 건 아닐까. 국정은 잘 모른다. 그러나 영화는 안다. 영화에서 기술스태프와 갈등하는 경우는 두 가지다. 먼저 기술스태프와 작품을 상의할 때 자세와 현재 제작사가 요구하는 것이 다를 경우다.
다음은 기술스태프와 작품을 논할 때와 현재 작품을 만드는 제작사의 실력이 그에 못 미칠 때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기술스태프가 자신과 계약한 제작사의 말을 안 듣는 경우는 별로 없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원동연 영화제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