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과정으로 자격증까지
프리다이빙을 배우기 위해 제주 서귀포 보목동의 제주프리다이빙스쿨을 찾았다. 제주 중문이 서핑의 메카라면 이곳은 프리다이빙의 메카다. 프리다이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스노클링과는 달리 호흡법과 입수법, 몸의 움직임 등을 배워야 한다. 배우는 과정이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3일 과정을 마치면 프리다이빙 자격증을 딸 수 있고, 아무런 장비 없이도 맨몸으로 물고기처럼 바닷속을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아직 적도의 바다까지 가기는 어렵지만 올여름 휴가를 국내에서 프리다이빙으로 색다르게 즐겨볼 수 있다.
프리다이빙 자격증을 딸 수 있는 프리다이빙 3일 과정에 등록했다. 프리다이빙 3일 과정은 이론수업 3시간, 수영장수업 3시간, 해양훈련 3회로 이루어져 있다. 이 과정에서 프리다이빙을 하기 위한 여러 요령을 배운다. 호흡법을 통해 숨을 자연스럽게 오래 참는 법을 익히고, 물속 압력으로부터 귀를 보호하는 방법을 배우며, 물속 이동법도 훈련한다.

물속 숨 참기나 수압을 느낄 때 귀의 압력을 풀어주는 ‘이퀄라이징’ 등이 쉽지만은 않아서다. 평소 익숙지 않은, 어쩌면 난생 처음 해보는 호흡과 동작들이다. 움직임 없이 잠수만 하는 게 아니라 계속 물밑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숨을 참은 채 몸을 움직이고 수압에 적응하는 데 훈련이 필요하다.
지상에서 3시간 동안 호흡과 수압, 유영법 등에 대한 이론수업을 마쳤지만 아직은 머리로만 이해했을 뿐이다. 바다로 나가기 전 수영장에서 훈련과 함께 간단한 테스트도 한다. 먼저 숨 참기 2분과 잠영 40m 훈련이다.
#머리 비우고 호흡에 집중

전혀 예상 밖으로 너무나 짧은 순간에 죽음과 비슷한 공포가 훅 들어온다. 죽지 않을 것을 알지만, 언제든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면 그만이지만 테스트 통과를 위해 2분을 참아본다. 태초에 사람이 있기 전 물속에 살았던 어떤 생물처럼, 혹은 다시 엄마 뱃속으로 들어간 태아인 나를 상상해본다. 말로 하기 힘든 묘한 감정이 인다. 마음이 잔잔해지고 평온해지면서도 숨을 참고 있다는 점 때문에 갑작스러운 두려움이 덮친다. 이토록 짧지만 강한, 안전한 임사체험이라니….

이후 40m 잠영이 이어졌다. 코까지 덮는 프리다이빙용 마스크와 핀을 차고 숨을 참은 채 잠영으로 40m를 이동한다. 숨만 참는 게 아니라 발로 핀을 차야 하니 움직임이 생긴다. 움직임이 생기니 숨은 더 빨리 차오르고 그냥 잠수보다 참기가 훨씬 더 힘들다. 하지만 실제 바닷속에선 핀을 차며 움직여야 하니 실전에 더 가깝다.
40m 도착지에 손을 터치하기 전 물 밖으로 나온다면 테스트는 실패다. 수영장 테스트를 거쳐야 제대로 해양으로 나갈 수 있는 만큼 오기를 품고 도전해본다. 하지만 실패, 쉽지 않다. 숨이 차오를 때 머릿속은 온통 ‘나갈까 말까’로 뒤덮인다. ‘이게 뭐라고’, ‘근데 이게 또 뭐라고 못 참아, 죽지도 않는데’ 같은 생각들이 번갈아 일어난다.
프리다이빙을 잘하기 위해선 숨을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참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숨을 오래 참고 최대한 물밑으로 깊이 들어가기 위해선, 혹은 물속에서 오래 머물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물속에서 움직이되 최대한 에너지를 덜 써야 한다. 운동에너지는 물론 정신에너지도 아껴야 한다. 운동에너지를 아끼려면 몸의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한다. 과한 액션은 금물이다. 핀도 최대한 살살 차고 손도 함부로 휘저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또 정신에너지를 아끼려면 최대한 생각을 비워야 한다. 생각이 많아 뇌를 자꾸 쓰게 되면 산소 소모량이 많아지고 이산화탄소가 쌓인다. 몸 안에 이산화탄소가 쌓이면 호흡 충동이 일어나 호흡을 하고 싶은 욕구가 거세져 숨을 오래 참을 수가 없다. 물속을 제대로 즐길 수 없어진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명상과 닮았다. ‘머리를 비우고 호흡에 집중’은 명상할 때 늘 들어왔던 말이다.
몇 번의 도전 끝에 결국 모든 수강생이 40m 잠영 테스트에 통과했다. 숨이 목까지 차오르고 숨을 쉬고 싶어 미치겠을 때는 ‘죽지 않아’가 큰 원동력이 됐다. 횡경막이 꿀렁거리며 호흡 충동이 일어날 때 ‘나를 믿어’ 같은 스스로에 대한 응원도 한몫했다. 수강생 모두가 비슷한 심정이었다고 했다. 40m 잠영을 마치고 빠르게 숨을 들이마시는 회복 호흡을 할 때는 극히 원초적인 행복감과 안도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프리다이빙 훈련으로 한계까지 숨을 참아보면서 굉장히 짧은 시간에 평소엔 전혀 할 수 없었고 들지도 않았던 감정이 솟구쳤다. 갑자기 아무것 없이도 멀쩡히 숨쉴 수 있는 이 생이 감사해졌다면 오버일까. 5분 뒤엔 다시 원래의 ‘현실개미’로 돌아올지라도 말이다.

[프리다이빙체험 ②로 계속됩니다]
제주=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