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김건희 씨 검찰 수사 등 악재 이어질 듯…윤 전 총장 완주 의지 강하지만 내부에선 불안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출마 선언에서 ‘특권과 반칙이 없는 정의로운 나라’를 외치며 ‘상식, 공정, 법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로 재판을 받은 장모의 실형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자신이 했던 말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형국이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출마 사흘 만에 정치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을 맞았다”고 했다.
여권은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장모가) 10원 한 장 받은 것 없다고 했는데, 국민 재산에 피해를 준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하고 윤석열 후보의 책임이 있는 언급이 필요하다”고 했다. ‘10원 한 장’ 발언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통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사필귀정”이라고 했고, 이광재 의원은 “윤 전 총장의 파렴치함이 드러나는 순간으로, 헌법과 법치주의로 대국민 표팔이를 해온 윤 전 총장의 해명이 궁금하다”고 했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빙산의 일각만 드러났을 뿐인데 벌써 ‘윤석열 몰락의 종소리’가 울린다”며 “급조된 후보임을 자인하고, 조속히 대국민 사과를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동업자만 기소되고 장모만 무혐의 처분이 내린 부분에 대해 조사, 감찰해야 한다”면서 “추미애 전 장관의 윤석열 배제 수사지휘권 행사가 없었다면 이번에도 묻혔을 것”이라고 했다. 추미애 후보는 장관 재직 시절 윤 전 총장 관련 수사를 담당했던 일선 검찰청이 상급자 지휘 없이 결과만을 총장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조치를 실시한 바 있다. 이 중 하나가 윤 전 총장 장모가 실형을 받은 요양급여 부정수급 건이었다.
여권에선 “이제 시작”이라는 반응이다. 장모 최 씨는 요양급여 외에도 사문서 위조,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최 씨가 ‘납골당 이권사업’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협찬금 명목 금품수수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윤 전 총장 본인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입건된 상태다.
여권 인사들은 윤 전 총장이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수사를 할 때 내세웠던 ‘경제공동체’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혐의에 박 전 대통령을 묶었던 것처럼 장모와 처 의혹에서 윤 전 총장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윤석열 특검’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야권 유력 주자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장모 건은 이제 시작 같은데 윤 전 총장이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김건희 씨를 노리는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윤 전 총장이 하차할 경우를 대비한 플랜B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솔직히 말하면 우리 당으로 들어왔을 때 민주당의 공세를 잘 막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크다”고 했다.
당 일각에선 ‘1야당 우산’이 더욱 필요해진 윤 전 총장 입당이 더욱 빨라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앞서의 재선 의원은 “(입당을 둘러싼) 주도권은 이제 우리가 쥐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동안 당에선 이준석 대표의 ‘버스 정시 출발’을 놓고 이견이 많았다. 윤 전 총장이 들어오지 않아도 출발해서 되겠느냐가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젠 윤 전 총장에게 ‘버스 떠난 뒤 손 흔들어도 소용없다’는 메시지를 주면서 입당 절차를 서둘러야 한다. 윤 전 총장도 입당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장모 법정구속에 대해 윤 전 총장은 “법 적용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면서 원칙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캠프 관계자들도 “밝힐 입장이 없다”면서 입을 닫았다. 이럴 수밖에 없는 게 마땅한 대응책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윤 전 총장은 이런 상황에 대해 돌파 의지가 상당히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 측 한 법조인은 이렇게 전해왔다.
“윤 전 총장은 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 댓글 수사, 또 조국-추미애 갈등 등을 거치며 권력과 타협하지 않고 싸웠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권력에 핍박받는 투사 이미지로 대선주자로까지 올라온 만큼, 여권의 공세 역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검증은 그만큼 자신이 위협적이기 때문 아니겠느냐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과거 중도하차했던 후보들과는 달리 끝까지 완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곤혹스러운 모습이 역력하다. 장모와 처 문제가 대권 레이스 내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익명을 요구하며 “검찰총장으로서 장관과 싸울 때를 비교해선 안 된다. 국민들의 눈높이는 예전보다 더 엄격해졌다. 장모가 1심에서 실형을 받았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초대형 악재다. 내부에선 절망감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면서 “이회창 대세론이 아들 때문에 꺾였다는 것을 떠올려 보라”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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