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강원은 2016년 4월 설립된 LCC로 양양국제공항을 허브공항으로 두고 있다. 2017년에는 국토교통부(국토부)에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했지만 반려됐다. 당시 국토부는 “충분한 수요 확보가 불확실하고, 이에 따른 재무 안정성 우려 등이 지적됐다”고 설명했다. 플라이강원은 2년이 지난 2019년에야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발급받았다.
플라이강원은 2019년 11월 양양-제주 노선 운항을 시작하면서 순조롭게 사업을 시작하는 듯했다. 그러나 2020년 초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위기가 닥쳤다. 플라이강원은 2019년 항공기 3대를 도입하고, 2020년 4대, 2021년 3대 등 2022년까지 항공기 총 10대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항공기 신규 도입은커녕 2020년 말 항공기 2대를 반납했다. 국토부 항공안전관리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플라이강원 명의로 등록된 항공기는 단 1대뿐이다.
플라이강원은 올해 3월 경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무상감자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상감자란 말 그대로 무상으로 주식을 감자하는 것을 뜻한다. 주주는 보상을 받지 못한 채 감자 비율만큼 주식을 잃게 된다. 무상감자를 단행하면 자본금이 줄어들고, 그 차익으로 결손금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
당초 플라이강원의 감자 비율은 67%였다. 계획대로라면 플라이강원의 자본금은 414억 2301만 원에서 138억 767만 원으로 줄어들 예정이었다. 그런데 최근 플라이강원이 감자 비율을 80%로 재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자본금도 82억 8460만 2000원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플라이강원 측은 자본잠식률을 더 낮추기 위해 감자 비율을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상감자는 오는 9월 진행될 예정이다.
플라이강원은 무상감자 후 약 25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플라이강원의 자본총액은 마이너스(-) 90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고, 누적결손금은 552억 원에 달한다. 무상감자를 통해 발생한 차익 331억 원과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본으로 결손금은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플라이강원에 따르면 무상감자와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자본잠식률은 약 4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플라이강원의 감자와 유상증자 등 자구책은 강원도의 자금 지원과도 연결된다. 플라이강원에 대한 강원도의 운항장려금 60억 원의 지원안이 2020년 12월 열린 강원도의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조건부로 통과됐다. 예결위는 플라이강원이 강원도 지원금의 2배에 해당하는 신규 투자자를 확보하고 경영안정화 대책 등에 대한 검증 등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문제는 유상증자에 참여할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최근 항공업계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아 투자자 모집에 난항이 예상된다.
무상감자와 별개로 주원석 대표는 사재 출연을 통해 플라이강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주 대표가 보유한 리조트 ‘아윰’의 지분을 매각해 플라이강원을 지원한다는 것. 플라이강원 측은 유상증자 금액 250억 원 중 150억 원을 주원석 대표 등 대주주 및 관계사가 지불하고, 나머지 100억 원에 대해서는 투자자를 모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윰의 매각은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이강원 한 관계자는 “주 대표의 아윰 지분 매각 건은 현재 진행 중으로 중도금이 들어오는 대로 사재를 출연할 예정”이라며 “투자자 관련해서는 현재 이야기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항공사업법에 따르면 국토부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항공사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명령을 내릴 수 있고, 개선명령 후에도 자본잠식이 2년 이상 지속되면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플라이강원은 2020년 말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이기 때문에 재무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면허 취소도 가능하다.
코로나19 대유행 종식 시점을 알 수 없어 플라이강원이 당장의 위기를 벗어나더라도 경영 정상화까지 가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플라이강원은 예상대로 자금이 투입되면 2022년 상반기까지 버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사이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 플라이강원의 미래는 불투명해진다.
앞서의 플라이강원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 의지를 보여주고, 해당 내용을 보고하고 있기 때문인지 아직 재무구조 개선명령은 받지 않았다”며 “고정비를 최소로 절감하는 등 여러 방향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LCC '동기' 에어로케이·에어프레미아도 동병상련
신생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어로케이는 청주국제공항을 허브공항으로 두고 있는 항공사고, 에어프레미아는 인천국제공항을 허브공항으로 두고 있다. 두 항공사는 플라이강원과 같은 시기인 2019년 항공운송면허를 발급 받았다.
에어로케이는 자본금 부족 및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올해 4월에야 청주-제주 노선 운항을 시작했고, 에어프레미아는 아직 운항 중인 노선이 없다. 국토교통부가 두 항공사에 면허를 발급할 당시 내건 조건은 올해 3월 5일까지 정기 노선을 편성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업계가 어려워지자 국토교통부는 취항 날짜를 12월 31일까지로 늦춰줬다.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 모두 재무상황이 좋은 상황이 아니다. 운항을 시작하거나 노선을 늘리더라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제대로 된 수익을 내기는 어려워 실적 전망도 어둡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빨라도 2022년 하반기가 돼야 2019년 여객 수요의 상당 부분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국내 항공사 대부분은 영업손실을 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에어로케이 관계자는 “현재 자본잠식 상태지만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 중이다”라며 “노선을 증설하고 싶지만 현재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