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영향력 커지고 ‘팬덤 정치’ 강화되면서 중립성 강조 방송에서 설 자리 잃어
#풍자는 다 어디로 갔나
무소속 이용호 국회의원은 7월 5월 중순 보도자료를 내고 “KBS는 ‘개그콘서트’와 같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회 트렌드와 웃음 코드를 반영한, 명실상부한 코미디 프로그램을 부활시켜야 한다”며 “정치인도 기꺼이 코미디 대상이 되고 싶다. ‘개그콘서트’를 통해 서민들이 일상의 어려움을 잠시 잊고 답답한 마음을 풀 수 있도록 TV에서 만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용호 의원의 단발성 외침에 그쳤지만, 이는 곱씹어 볼만한 주장이다. 그동안 ‘개그콘서트’는 다양한 코너를 통해 정치 풍자의 선두에 서 있었다. ‘민상토론’, ‘불편한 진실’, ‘1대1’, ‘사마귀 유치원’ 등을 통해 패러디를 시도하고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그러다 보니 2016년에는 ‘1대1’을 이끈 개그맨 이상훈이 어버이연합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됐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개그콘서트’ 이전에도 코미디 프로그램은 정치 풍자의 장이었다. KBS 2TV ‘유머1번지’의 코너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과 ‘쇼 비디오 자키’의 코너 ‘네로 25시’ 등에서 선보인 고 김형곤과 최양락의 활약은 대단했다. 지상파들은 이런 코너를 용인하고, 사회의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2010년을 전후해 케이블채널의 영향력이 강화되며 그들도 풍자 개그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2년, 제18대 대선 정국에서는 tvN ‘SNL코리아’의 코너 ‘여의도 텔레토비’가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각 대선 주자들을 어린이 프로그램 ‘텔레토비’ 캐릭터와 접목시키는 기지를 발휘했다. 각 대선 주자들의 특징을 절묘하게 잡아낸 또(박근혜), 화나(문재인), 구라돌이(이정희), 안쳤어(안철수) 등이 등장해 웃음과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제19대 대선에서 ‘SNL코리아’의 선택은 자사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던 ‘프로듀스 101’이었다. 극 중 문재수(문재인), 레드준표(홍준표), 안찰스(안철수), 심불리(심상정)가 연습생으로 분해 대선 정국에서 벌어진 여러 가지 상황들을 비틀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코너의 인기가 상승하자 각 대선주자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SNL코리아’의 출연진과 직접 만나는 퍼포먼스도 벌어졌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대립과 국민 분열이 심각하다고 평가 받는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대중의 지지를 받는 정치 풍자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상파 3사에서는 아예 코미디 프로그램이 폐지됐고,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tvN ‘코미디 빅리그’는 정치적 이슈를 꺼리는 성향이 강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TV에서 이토록 정치 풍자가 증발한 시기가 없었던 것 같다. 더 큰 우려는, 이런 상황에 대한 각 방송사들의 문제의식이 없고 시청자들도 불안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라며 “TV의 영향력이 약화된 것과 더불어 정치 이슈를 다룰 경우 적잖은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TV에서 왜 사라졌나
TV에서 정치 풍자가 사라진 것을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TV를 보는 이들이 줄어든 만큼 굳이 TV를 통해 정치 풍자를 보려는 시청자들의 의지 역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은 모두 SNS 영상을 통해 대권 도전 출사표를 던졌다. 이전 대선 과정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대면 접촉이 어려워진 결과라 보는 시각도 있지만, 대중과의 소통 창구가 TV에서 SNS로 바뀌고 있는 신호로 보는 시각에도 무게가 실린다.
다매체 시대에 정치 풍자의 중심축은 이동했다. 이제는 TV보다 유튜브와 팟캐스트 등이 중심이다. 이 신호탄은 이미 제18대 대선 과정에서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쏘아 올렸다고 볼 수 있다. ‘나꼼수’ 멤버들은 기존 방송법의 제약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팟캐스트라는 매체를 통해 자극적인 주장을 쏟아내며 정치적 색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 때문에 ‘편파적’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오히려 지지층은 결집시키는 효과를 가져왔고, 그들의 영향력 또한 커졌다. 그래서 ‘나꼼수’ 멤버였던 김어준이 현재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진행하며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는 현재의 모습은 꽤 상징적이다.
또한 그동안 TV를 보던 중장년층도 유튜브로 고개를 돌렸다. 유튜브에는 정치색을 확연하게 드러내는 채널들이 넘친다. 구독자 역시 수십만 명에 이르는 수준. 그들이 실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유권자라고 가정한다면 현실 정치인들도 이런 채널들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채널의 문제는, 중립성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TV 속 정치 풍자 프로그램은 방송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견제할 수 있다. 하지만 유튜브에는 제어장치가 없다. 이런 상황이 가속화된다면 대중이 중립적인 위치에서 공약을 통해 지지 정치인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선동을 통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매몰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최근에는 ‘팬덤 정치’가 강하다. 정치인 역시 인기를 기반으로 한 연예인과 비슷한 속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정책 입안 및 수행자로서 공약과 실천 가능성을 통해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호불호가 투표의 기준이 되는 것”이라며 “팬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잘못을 무조건 감싸듯, 지지자들이 지지 정치인들의 잘못된 정치적 행보까지 옹호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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