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예능 JTBC ‘내가 키운다’ 통해 ‘한 부모 가정’ 편견 맞서 대중 앞에 서기로 결심
“그저 우리들의 사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고자 한다.”
‘내가 키운다’에 동참한 배우 채림의 말이다. 연예계 활동 25년여 만에 관찰 예능에 처음 출연하는 그는 일상의 기쁨과 슬픔을 진솔하게 꺼내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출연진의 마음도 다르지 않다. 이혼이란 개인사로 대중의 입길에 올랐지만 실제 삶에서는 남과 다르지 않은, 열심히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이다.
#출연 결심 자체가 ‘용기’…시청자에게도 낯선 경험
‘내가 키운다’는 다양한 이유로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성 연예인들이 모임을 결성해 각종 육아 팁과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일상을 관찰하는 내용이다. 조윤희와 김현숙, 김나영이 각자의 자녀와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상을 공유한다. 역시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배우 채림은 이들에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매니저 역할을 맡았다. 이혼 경험자인 개그맨 김구라가 프로그램 진행을 맡아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출연자들이 ‘내가 키운다’의 출연 제안을 수락한 것부터 만만치 않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일상생활에 카메라를 들이대 일거수일투족을 담아내는 일도 부담일 텐데, 한 부모 가정의 ‘솔로 육아’를 내세운 프로그램도 방송가에서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JTBC ‘1호가 될 순 없어’, SBS ‘동상이몽’,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의 다른 관찰 예능과 비교해도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시청자에게도 낯선 경험이다.
특히 조윤희와 김현숙, 채림은 이혼하고 홀로 선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자녀와 대중 앞에 서기로 결심했다. 남편과 헤어지면서 원하는 대로 양육권을 가졌지만,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일에는 “용기를 내야 했다”고 공통적으로 말한다. 김현숙은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그런 건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지 않나”라고 했고, 조윤희는 “해보면서 용감해진 것 같다”고 했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일도 엄마의 몫이었다. 채림은 ‘내가 키운다’에 출연하는 이유를 두고 “(이혼하고) 사실은 되게 숨고 싶었지만 숨을 수가 없지 않나”라며 “막막하고 두려웠지만 용기를 낸다면 못할 이유가 없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개인사’ 딛고 시청자와 소통할까
출연자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주인공은 조윤희다. 배우 이동건과 2017년 결혼해 같은 해 딸 로아 양을 낳았지만 2020년 5월 이혼하고 이젠 남남이 됐다. 싱글맘 2년차인 그는 ‘내가 키운다’를 통해 관찰 예능에 처음 도전하는 것은 물론 다섯 살이 된 딸 로아 양도 대중에 소개한다. 로아 양은 방송 전 공개된 예고편 등에서 엄마를 빼닮은 모습으로 벌써부터 시청자의 관심을 얻고 있다.
2020년 12월 남편과 헤어지고 일곱 살 아들을 혼자 키우는 김현숙도 프로그램을 통해 현실 육아기를 보인다. 결혼생활 도중 두 번의 사기를 당해 극심한 스트레스로 수면 장애까지 겪은 그가 고통을 극복한 힘은 아들에게서 얻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육아가 수월한 건 아니다. 일곱 살인 아들은 그 나이답게 무한한 에너지를 발산해 엄마를 녹초로 만든다. 이런 김현숙의 모습은 아들을 키웠거나 현재 키우고 있는 엄마들에게 깊은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12월 중국 배우 가오쯔치와 이혼하고 현재 다섯 살 아들을 홀로 키우는 채림 역시 방송에서 솔직한 자신의 삶을 공개할 예정이다.
#“편견에 맞서는 이야기”
‘내가 키운다’는 여느 관찰 예능과 달리 방송이 확정된 이후부터 여러 곳에서 다양한 관심을 끌고 있다. 한 부모 가정의 육아를 전면에 내세운 첫 프로그램이란 점에 이목이 쏠린다.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박사는 “오랜만에 응원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라며 “솔로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는 정말 필요한 이야기”라고 반겼다. 이어 “아직도 (이혼 가정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며 “부디 이 방송이 편견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런 가족도 저런 가족도 있고, 이런 아이도 저런 아이도 있다”고 강조했다.
‘내가 키운다’는 소위 ‘정상 가족’이라는 사회적인 통념을 전환할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자녀로 이뤄진 가족 구성이어야 ‘정상’으로 분류되는 고정관념을 넘어 점차 세분화되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예능이라는 친숙한 장르에 녹여 넣는 기획이다.
물론 이런 기획이 시도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있었다.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가 정자 기증을 통해 낳은 아들과 KBS 2TV 육아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을 결정한 직후 이를 반대하는 시청자 청원이 게재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한 시청자는 KBS 시청자권익센터를 통해 “자발적 비혼모 사유리의 출연을 반대한다”는 청원글을 올렸다. “남성과 여성이 결혼으로 이룬 건강한 가정의 모습을 변질시키고 결핍을 가진 비혼모 가정을 미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3000여 명이 동의했다.
KBS의 입장은 달랐다. 비혼모 가정 역시 다양하게 존재하는 가족의 한 형태라고 강조했다. KBS는 “최근 다양해지는 가족 형태의 하나로 사유리의 가족을 보여주고자 한다”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것이 방송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초반 일부에서 제기한 우려와 달리 사유리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초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기 공개하면서 시청자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이해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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