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 ‘중외제약 수사기밀 누설’ 강제수사 막히자 금품수수 의혹 부장검사 압수수색 화력 집중 성과
그렇게 시작된 수사는 크게 두 건. 검찰의 JW중외제약 사건과 수산업자 김 아무개 씨의 이 아무개 부장검사 금품 제공 의혹이다. 특히 이 아무개 부장검사의 금품수수 의혹 사건은 경찰이 검찰청의 부장검사실을 압수수색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두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JW중외제약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헛발질을 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라면, 이 아무개 부장검사 사건의 경우 ‘검찰이 제대로 걸렸다’는 평이 나온다.
#첫 영장심의위 소집에선 ‘검찰 승’
올해 초,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 수사 과정에서 ‘봐주기 의혹’이 제기됐던 서울 서초경찰서. 경찰은 자체적인 조사를 통해 ‘윗선은 이용구 전 차관의 신분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지만, 검찰은 담당자들의 소환 조사 등 본격 수사를 진행 중이다. 그 밖에 고 손정민 씨 사망 사건 수사 부실 의혹 등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을 믿을 수 없다’는 시선이 확대되던 상황이다. 하지만 경찰도 검찰의 부실 수사 의혹들에 대해 칼을 꺼내들었다. JW중외제약 사건이 대표적이다.
수사주체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로 처음 JW중외제약에 적용된 혐의는 제약업계 리베이트 의혹이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전국 곳곳의 병원에 수백억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했다는 혐의(의료법·약사법 위반)다. 검찰이 수사 대상이 된 지점은 수사 과정에서 발생했다. 경찰이 압수한 중외제약 직원 휴대폰에서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와의 통화 녹취 파일이 있었다. 경찰은 이 파일을 들이밀며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JW중외제약의 변호를 맡았던 곳은 국내 대표 로펌 중 한 곳인데 여기서 바이오 관련 기업 사건을 전담하던 검찰 출신 B 변호사가 JW중외제약 측에 압수수색 계획 등 경찰의 수사 기밀을 전달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파일을 확보하게 된 과정이 위법하다는 판단이었다. 녹취록을 증거로 확보하려면 해당 혐의로 영장을 신청한 뒤 이를 발부받아 확보해야 하는데, 다른 사건으로 발부받은 영장 집행 과정에서 발견된 증거를 확인한 뒤에 뒤늦게 영장 신청을 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결정이었다.
경찰 측은 “현직 검사의 기밀누설 정황을 확인할 수 없게 검찰이 방해하고 있다”며 서울고등검찰청에 영장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올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전국 고검에 영장심의위원회가 설치된 이래 첫 소집이었다. 하지만 5월 서울고검에서 열린 위원회에서 영장 청구는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났다.
사건을 잘 아는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경찰의 의심은 이해를 하지만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수사의 흐름을 전달했다고 보는 게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며 “최근에 검찰이 경찰의 영장 신청에 거의 거부를 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서울고검에서 열린 위원회에서까지도 ‘영장 미청구가 적절하다’고 결론이 나지 않았나. 증거 확보 과정도 문제지만, 수사를 해도 찾아낼 수 있는 게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첫 부장검사 압수수색 ‘경찰 승’
경찰이 제대로 파헤친 사건도 있다.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뒤흔들고 있는 수산업자 김 아무개 씨 사건이 대표적이다. 김 씨의 금품 전달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은 서울남부지검 금융관련 수사부서의 부장이었던 이 아무개 검사다. 경찰은 사기 의혹으로 수사 중이던 김 씨로부터 이 부장검사 등 법조인에게 전달된 금품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이를 한 번에 승인했다.
검찰 건물에 경찰이 들이닥친, 그것도 현직 부장검사의 범죄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이 검사실에 들이닥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존에는 검사 관련 비위의 경우 검찰이 지휘권을 명분 삼아 경찰에 수사의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은 경찰이 검사에 대한 압수수색 및 체포 영장을 신청해도 검찰의 선을 넘지 못했다. 2012년 11월 조희팔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뇌물수수 혐의로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반려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검찰은 논란이 커질 경우 자체적으로 수사하거나 특임검사를 임명해 사건을 ‘검찰’로 가지고 갔다.
하지만 이번 압수수색은 바뀐 검경 수사권 조정안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평이 나온다. 경찰의 수사가 단단하다는 게 검찰 내 평이다. 당시 압수수색 영장 관련 분위기를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단순히 ‘진술’ 정도가 아니라 꽤 구체적으로 입증 증거를 첨부해서 경찰이 올렸더라. 이 부장검사뿐 아니라 더 확대될 여지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제대로 된 영장 신청 케이스였다더라”고 평가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압수수색을 나온 것에도 놀랐는데, 혐의도 꽤 구체적으로 확보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남부지검의 한 관계자는 “자택 등도 압수수색을 했는데 혐의를 입증할 것을 경찰이 확보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청탁금지법이 처벌이 약한 편이지만, 영장을 청구하더라도 검찰에서 ‘컷’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라고 귀띔했다.
수사 주체는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로 실제 검찰 관계자의 전망처럼 수사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 부장검사에게 김 씨를 소개해 준 박영수 특별검사도 수사 대상이 됐다. 김 씨에게 포르쉐 파나메라 모델을 렌터카로 얻어 타면서 비용은 뒤늦게 정산한 사실이 밝혀진 것. 박영수 특별검사는 7일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특수통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함께 검찰과 경찰이 서로의 흠집이 잡히면 문제를 삼으면서 ‘수사권 조정이 잘못됐다’고 분위기를 만들고 싶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 역량은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경찰이 서로 부딪히면서 갈등 양상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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