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정세균 단일화 가능성 ‘호남주자들 뭉쳐 호남민심 잡기’…이재명-추미애 단일화엔 회의론 우세
여권 대선 레이스의 '반이재명 연합군'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첫 테이프는 ‘정세균·이광재’ 후보 단일화가 쏘아 올렸다. 이들은 경선 기간 깜짝 단일화를 승부수로 던지며 암중모색 중인 친문계를 자극했다. ‘우광재’를 얻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2차 후보 단일화의 문을 열었다. 전남과 전북을 대표하는 ‘이낙연·정세균’ 간 단일화 가능성은 호남 민심의 변화를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반이재명 연합군이 여권 대선 구도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 셈이다.
“7월 12일을 기점으로 판세가 요동칠 것이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이 꼽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판세 변화의 1차 분기점이다. 8명의 후보를 6명으로 좁힌 7월 11일 예비경선(컷오프) 이후 친문계와 호남 민심의 움직임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캠프에서는 컷오프 이후 첫 행보로 호남행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돌출 변수도 여권 대선 경선 구도를 흔들고 있다. 특히 반이재명 연합군에 포진한 이들이 거론하는 변수는 △수비에 약한 이재명 한계론 △친문계의 반이재명 연합 전선 확장 △호남 바닥 민심 변화 △예상 밖 흥행 중인 대선 경선 선거인단 모집이다. 반이재명 연합군 캠프 한 관계자는 “예측 가능한 승부를 뒤집을 모멘텀이 마련됐다”고 주장했다.
대세론을 타던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도 민심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캠프 한 관계자는 “이 지사의 지지도가 높다 보니, 아무래도 1 대 7의 일방적 토론 구도”라며 “내부에선 ‘어쩔 수 없다’는 반응과 ‘너무한 거 아니냐’는 비판이 공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안팎에선 토론의 귀재인 이 지사가 민주당 국민 면접에서 순위권 밖으로 밀리자, 이재명 한계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7월 4일 열린 민주당 국민면접 1∼3위는 이낙연 전 대표와 최문순 강원도지사, 이광재 의원이 각각 차지했다. 이 중 이 의원은 대선 경선 후보직을 중도 사퇴한 뒤 ‘정세균 지지’를 선언했다.
여권 관계자 사이에선 이광재 의원의 중도 포기보다 이 지사의 ‘선수비-후공격’ 전략의 실패가 더 큰 이슈가 됐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안정감을 보여주진 못한 이 지사로선 뼈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 지사가 반이재명 후보군의 공격을 모두 막으려고 하다 보니, 수비 자체가 안 됐다”며 “그게 지지도 1위 주자일 때와 아닐 때의 차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 전략가들은 이 지사의 패착으로 여배우 김부선 스캔들 공세에 “바지를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반응한 발언을 꼽았다. 이는 정 전 총리가 7월 5일 JTBC·MBN이 공동 주최한 여당 예비경선 2차 TV토론회에서 “스캔들 해명 요구를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대선 후보로서 부적절하다”는 질의 과정에서 나왔다. 앞서 이 지사는 2018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배우 김부선 씨가 이 지사의 특정 부위에 점이 있다고 주장하자 아주대병원에서 신체 검증을 자청, 의혹을 해소한 바 있다.
이재명 지사 측은 토론 이후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장면들이 있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자 정 전 총리는 직접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생활이 아니다”라며 “공인으로서 검증”이라고 반박했다. 이낙연 전 대표 측 핵심 인사인 정운현 공보단장은 “아무래도 이 지사는 (선거를) 포기한 듯하다”고 꼬집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반이재명 연합군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 맹폭격을 가하면서 연대 전선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특히 이 지사가 “기본소득은 1호 공약이 아니다”라고 하자 정 전 총리는 “수시로 말이 바뀌는 것 같다.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겠느냐”라고 비판했다. 다른 후보들도 “기본소득도 폐기하는 게 어떠냐(이낙연)”, “말을 바꾸고 신뢰를 얻지 못하면 불안정한 정치인(박용진)” 등의 발언으로 이 지사를 궁지로 몰았다. 이 지사 최측근 인사는 “같은 편에 센 발언을 하면 내부 분열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수위를 낮추는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반이재명 연합군은 이 지사 측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남은 기간 거세게 밀어붙일 계획이다. 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컷오프 이후 진행될 ‘이낙연·정세균’ 단일화다. 이 전 대표 측 내부에선 정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놓고 복수 시나리오 짜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전 대표 측은 정 전 총리보다 지지도가 높은 만큼, 먼저 제안할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전 총리 측도 “논의된 바 없다”고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 전 대표의 지지도가 하락하는 시점에 양자 단일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여권 한 전략가는 “컷오프 이후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의 지지도 추세가 반이재명 연합군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반이재명 연합군에 맞서 명·추(이재명·추미애) 연대 가능성을 주목하지만, 여권 관계자들은 “현실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명·추 연대는 경선 토론회 과정에서 반이재명 연합군에 공격받는 이 지사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옹호하면서 불거졌다. 추 전 장관은 박용진 의원이 이 지사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소환해 “그는 한 말이 없지 한 말을 뒤집은 적이 없다”고 하자 “(우리 당이) 원팀으로 가는 데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며 “윤 전 총장은 직무배제 판결을 뒤집어서 스스로 정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지사는 “지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추 전 장관 측 관계자는 “원팀 기조를 해치면 안 된다는 것이 후보자의 뜻”이라고 말했다. 친문계 내부에선 추 전 장관이 컷오프 이후 광주를 방문, 호남 민심 공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호남의 전략적 선택을 받고 있는 이 지사의 지지도 일부가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추미애 캠프 관계자들도 컷오프 이후 “본경선에 돌입하면 추 전 장관의 호남 지지도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도 한 라디오에 출연해 추 전 장관 전략에 대해 “인파이터(작전)”라며 “바짝 붙어서 때리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추 전 장관의 이재명 때리기가 현실화할 땐 이·정(이낙연·정세균) 단일화와 맞물려 호남 민심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요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6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서 호남 지지도가 가장 높은 대선 주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27.2%)으로 나타났다. 이어 이재명 지사(26.0%) 이낙연 전 대표(15.8%) 순이었다. 정세균 전 총리는 6.8%, 추미애 전 장관은 3.1%였다. 이낙연·정세균·추미애의 호남 지지도 합은 25.7%였다. 이재명 지사와는 불과 0.3%포인트 차이다(자세한 사항은 조원씨앤아이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변수는 이뿐만이 아니다. 각 캠프에선 역대급 흥행을 예고한 대선 경선 선거인단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대선 경선 선거인단 모집 첫날에만 20만 명을 훌쩍 넘자, 당 관계자들은 “2017년 대선 경선의 선거인단보다 많을 것”이란 전망을 쏟아냈다. 앞서 2012년과 2017년 민주당의 대선 경선 선거인단은 108만 명과 214만 명 수준이었다.
당 내부에선 최소 220만 명 안팎의 참여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는 각각 100만 명을, 정 전 총리 측은 150만 명 모집을 목표치로 각각 세웠다. 반이재명 연합군은 대선 경선 선거인단 모집이 마무리되면 호남 민심 쟁탈전을 위한 합종연횡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인단이 역대급이면 조직력이 강한 이·정(이낙연·정세균)연대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이 지사 측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후원회장으로 삼고초려하는 등 친노(친노무현) 껴안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강 전 장관은 경기도 기후대응·산업전환 특별위원회의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지사가 친노계와의 접점 찾기를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도 변호사와 함께 봉하마을 묘역을 참배했다. 친노계 좌장인 이해찬 전 대표의 물밑 지원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한 관계자는 “민주당 대선 구도 변화는 범보수 진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8월 말이면 판세의 판가름이 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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