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 파평 윤씨 이유 ‘윤석열 테마주’ 분류…자사주 매각으로 얻은 실탄 신사업 활용 전망
#‘윤석열 테마주’ 누구는 웃고 누구는 울고
NE능률은 학습서 출판과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hy가 2009년 7월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23.90%를 확보했다. 유상증자 당시 주당 발행가는 3400원으로 총 79억 9000만 원 규모였다. 또 hy는 이찬승 당시 NE능률 대표와 특수관계자의 NE능률 지분 24.69%도 주당 9391원, 총 268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NE능률의 주가가 3000~4000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hy가 인수한 이후 10년이 넘도록 NE능률의 주가는 큰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2020년 12월 30일, NE능률의 종가는 2845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NE능률의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하더니 지난 6월 9일에는 3만 750원까지 올랐다. 현재는 2만 원 전후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NE능률의 주가가 상승세를 탄 것은 ‘윤석열 테마주’로 분류되면서부터다. 윤호중 hy 회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같은 파평 윤씨라는 이유에서다. 또 윤호중 회장의 부친 고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과 윤석열 전 총장의 부친 윤기중 씨는 같은 논산시 출신이다. 윤호중 회장은 개인 자격으로 NE능률 지분 2.98%를 보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윤 회장은 NE능률 등기임원도 아니고, 윤석열 전 총장과의 친분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없다. NE능률도 지난 3월 “과거 및 현재 NE능률의 사업과 윤석열 전 총장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공시했다.
NE능률은 주가 상승 덕에 적지 않은 이익을 거뒀다. 2020년 말 기준으로 NE능률은 자사주 140만 7334주(지분율 8.52%)를 갖고 있었다. NE능률은 지난 3월 자사주 82만 주를 주당 8140원에 매각한다고 밝혔고, 이어 지난 5월에는 나머지 자사주 58만 7334주를 주당 2만 400원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자사주 58만 7334주의 경우 실제로는 주당 평균 1만 8000원 수준에 거래됐다. 자사주 매각 결과 NE능률은 현금 약 173억 원을 손에 쥐었다. 올해 3월 말 기준 NE능률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68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액수다.
자사주 매각을 통해 목돈을 쥔 NE능률의 행보가 부러울 수밖에 없는 기업이 있다. YG인베스트먼트는 2018년 NE능률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100억 원을 투자했다. YG 측이 NE능률 전환우선주와 전환사채권 각각 106만 220주를 주당 4716원에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YG 측은 지난해 보유 지분 4분의 3가량을 매각해 2020년 8월 기준 NE능률 전환사채권 45만 4270주만 보유하고 있다. 매각가는 주당 3000~5000원 수준으로 NE능률 주식으로는 별 다른 이익을 보지 못한 셈이다.
일요신문은 YG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YG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YG인베스트먼트는 우리가 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YG인베스트먼트에도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hy의 신사업과 NE능률의 미래는?
윤호중 회장은 신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 한국야쿠르트에서 hy로 사명을 변경한 것도 식음료 기업이라는 한정적인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였다. 사명 변경 당시 hy 측은 “사명과 CI(Corporate Identity·기업 이미지) 변경을 계기로 물류, 채널,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지속가능한 사업영역으로 과감히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NE능률의 매출은 2019년 846억 원에서 2020년 754억 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도 29억 원에서 25억 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매출 216억 원, 영업이익 36억 원이라는 호실적을 거뒀다. NE능률의 실적 상승과 자사주 매각이 신사업 진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NE능률도 자사주 매각 이유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한 자기주식의 기한 내 처분 및 신규투자 자금 확보”라고 설명했다. NE능률이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위생용품 판매업’을 추가한 것도 눈에 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생들의 학력 저하 우려가 커지면서 교육 업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적지 않은 교육 업체들이 IT와 교육을 연계한 ‘에듀테크’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NE능률도 영어학습 사이트 ‘토마토 클래스’ ‘NE 클래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김두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교육계는 온라인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는 비단 국내가 아닌 글로벌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치면서 디지털 교과서 및 스마트 기기가 보급되는 등 공교육까지 에듀테크 시장의 확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 hy는 NE능률뿐 아니라 골프장, 의료기기 등 다양한 사업에 진출해 있다. NE능률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hy는 총 7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그렇지만 윤 회장의 기대와 달리 이들의 최근 실적은 좋지 않은 편이다. 유제품 업체 비락과 골프장 업체 제이레저는 지난해 각각 7억 원, 23억 원의 적자를 거뒀다. 건강기능식품 판매 업체 메디컬그룹나무와 전기운송장비 업체 HY모터스도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의료기기 업체 큐렉소는 매년 수백억 원대의 적자를 기록하다가 2020년 4억 원의 순이익을 거둬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16억 원의 적자를 거두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hy의 지난해 실적도 상대적으로 부진한 편이다. hy의 매출은 2019년 1조 2592억 원에서 2020년 1조 2400억 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은 274억 원에서 144억 원으로 하락했다. hy 측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인해 방문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 계열사들의 최근 실적이 좋지 않은 만큼 윤호중 회장으로서는 신사업 진출도 신중하게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hy 관계자는 “최근 hy는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과 기업 간 이루어지는 거래) 사업에도 진출하고, 물류 사업인 프레딧 배송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유통 전문기업으로 나아가려 한다”면서도 “(NE능률의 경우) 각자 운영을 하고 있어 자세히 아는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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