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영웅인 부친의 별세가 최 전 원장의 정치 참여 결심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 대한민국을 구한 아버지의 유훈을 최 전 원장이 이어받는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은 높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 대한민국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친이 목숨 바쳐 지킨 대한민국을 본인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최 전 원장이 대선에 뛰어들 가능성은 높다고 생각한다. 만일 최 전 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게 된다면, 국민의힘이 이를 반길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우선 현 정권의 행태에 반발하며 감사원장 직을 그만둔 인사가 자신들과 힘을 합치게 되면, 현 정권에 대해 보다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차원에서 국민의힘은 당연히 반길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반기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여기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미담 제조기’라고 불릴 만큼 도덕적 측면에서 문제가 없는 인물이다. 내로남불에 지친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인물이 정치 전면에 나서는 것을 바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최 전 원장 부친은 대한민국을 지킨 영웅이기 때문에 보수 유권자들이 특히 반길 만한 인물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최 전 원장은 감사원장 재직 시절부터 감사 업무에 매우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곧 최 전 원장이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음을 의미한다. 이는 최 전 원장이 이른바 “준비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최 전 원장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최 전 원장의 경우 윤 전 총장과는 달리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전혀 관계가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 “뼛속부터 판사”라는 말을 듣는 최재형 전 원장은, 현 정권 들어 논란이 되고 있는 ‘법치주의’와 관련한 사안들을 원상회복시킬 수 있는 적임자라는 점도 중요하다.
이런 여러 이유들로 인해 국민의힘은 최 전 원장이 입당해서 대권 행보를 걷게 된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일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문제는 과연 최 전 원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인지다. 최 전 원장이 만일 대권에 도전한다면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윤 전 총장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낮고, 정치 참여 시기도 다소 늦었기 때문이다.
인지도를 높이려면 국민의힘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국민의힘에 입당할 경우 여권의 비난이 매우 거세질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비난은 최 전 원장의 인지도를 오히려 높여줄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인지도가 높아진다면 최 전 원장의 지지율도 지금보다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들이 낮은 지지율을 보일 경우 지지율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 이미 국민들 뇌리에, 이들 정치인의 이미지가 각인된 까닭에 이 판도를 바꿔 지지율을 올리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반대로 인지도가 낮은 인물의 지지율은 인지도 상승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백지와 같은 상태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최 전 원장이 대권에 도전할 경우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더구나 현재 국민의힘의 지지도가 낮지 않고, 코로나 19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앞으로의 야권 대권구도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