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의 시간 딛고 시즌 전 ‘드라이브 라인’에서 환골탈태…최초 투타 올스타 쿠어스필드서 ‘황제 오타니 대관식’
올 시즌 투수와 타자로 역사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 그가 MLB에서 ‘슈퍼 히어로’로 급부상한 비결은 무엇일까.
#‘황제 오타니의 대관식’
지난 5일 MLB 사무국은 2021 올스타전 아메리칸리그(AL) 선발투수 명단에 오타니 쇼헤이의 이름을 올렸다. 오타니는 선수, 감독, 코치 등 전문가 투표에서 총 121표를 얻어 AL 선발 투수로 선정됐다. 이로 인해 오타니는 MLB 역사상 최초로 투수와 타자에서 모두 올스타로 선정됐다. 앞서 2일 발표된 올스타 2차 팬 투표에서 오타니는 AL 지명타자 후보 최종 3인 중 가장 높은 63%를 득표해 올스타에 뽑혔다. 1933년 MLB 첫 올스타전이 시작된 이후 투수, 타자로 모두 올스타에 선정된 건 오타니가 처음이다. 투타 겸업의 대표 선수인 베이브 루스(1895∼1948)의 경우 두 차례 올스타에 선정됐지만 당시에는 타자로만 이름을 올렸다.
오타니는 8일까지 투수로 13경기에 등판해 4승 1패 평균자책점 3.49, 야수로는 81경기에 나가 32홈런, 69타점, 12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064를 기록 중이다.
최근 스포츠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오타니의 활약을 두고 ‘오타니는 100년에 한 번 나오는 선수다. 좀 더 경외심을 가져도 좋다. 베이브 루스보다 낫다’고 설명하면서 올스타전 최초의 타자 겸 투수로 출전하는 것과 관련해서 ‘황제 오타니의 대관식’이라고도 표현했다.
#두 차례의 수술, 오랜 재활
2018년 오타니가 MLB에 데뷔할 때만 해도 오타니는 타자보다 투수로 더 많은 기대를 받았다. 시속 160km가 넘는 강속구 투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시즌부터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고 그 해 10월 오른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재활 훈련을 통해 2019시즌 복귀했을 때는 타자로만 출전했다.
2019시즌에도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무릎에 상당한 통증을 느끼면서도 참고 경기에 나섰던 오타니는 마침내 시즌 종료 직전인 2019년 9월 14일 왼쪽 무릎 이분 슬개골 수술을 받았다. 2년 연속 수술대에 오른 셈이다. 2020년 복귀했지만 재활 기간 동안 무너진 하체의 힘을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지난해 투수로는 2경기에 등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단축 시즌을 치렀지만 투타 겸업을 희망했던 오타니로선 몹시 아쉬운 결과였다.
#비시즌 동안 모든 걸 바꿨다
오타니는 지난겨울 시애틀에 있는 야구 연구소 ‘드라이브 라인’을 찾았다. 드라이브 라인은 클레이튼 커쇼, 트레버 바우어, 켄리 잰슨 등 유명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비시즌 때마다 찾아가는 데이터 분석 트레이닝 센터다. 오타니는 이곳에서 투구폼을 교정했고 구속을 끌어올리기 위해 외부의 조언을 구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식단에도 큰 변화를 줬다. 물론 MLB 데뷔 후 오타니는 해마다 식사량을 늘리며 체중을 불리고 근육을 키우는 벌크업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지난겨울에는 식사량을 늘리는 것 외에 정기적인 혈액 검사를 통해 어떤 음식이 자신의 몸에 맞는지 찾아 나섰다. 벌크업을 하는데 좀 더 과학적으로 접근한 덕분에 95kg이었던 체중은 현재 102kg에 이른다.
오타니는 자신의 몸에 맞는 훈련 방법을 찾는 데 유튜브 영상도 적극 활용했다. 다른 선수들의 불펜 전 훈련법을 찾아 보다 불펜에서 웨이티드 볼(Weighted Ball)을 던지며 팔 근육을 단련시키는데 노력했다. 웨이티드 볼은 일반 야구공보다 무거운 공을 활용해 구속을 끌어올리는 훈련이다. 부상 위험을 줄이고 어깨 힘과 팔 스피드를 상승시켜 구속을 올리는데 효과가 있다.
기자는 지난 3월 22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했던 오타니 쇼헤이가 경기 전 불펜 피칭을 앞두고 벽에다 계속 웨이티드 볼을 던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일반적으로 투수들이 선발 등판 앞두고 가벼운 러닝-캐치볼-불펜피칭 후 마운드로 이동하는 것과 달리 오타니는 웨이티드 볼을 충분히 소화한 후 불펜 피칭을 시작했다. 이후 다른 경기에서도 오타니는 그 과정을 루틴처럼 반복했다.
#왜 ‘이도류’를 고집하나
투수와 타자는 단순히 포지션만 다른 게 아니다. 훈련법과 컨디셔닝 등 모든 부분에서의 루틴에 차이가 있다. 그로 인해 대부분의 야구인들이 오타니의 투타 겸업 관련해서 부상을 피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시각을 내보였다. 그럼에도 오타니는 MLB에서 투타 겸업을 고수했다. LA 에인절스는 오타니의 투타 겸업 의지를 적극 지지했고 지금까지 오타니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16년 2월 미국 애리조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훈련장에서 오타니 쇼헤이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당시 오타니가 속해 있는 니혼햄 파이터스가 샌디에이고 훈련장을 빌려 스프링캠프를 치렀는데 샌디에이고 측에서는 이후 오타니 영입을 위해 니혼햄 파이터스한테 무상으로 훈련장을 내줬다는 후문이다. 물론 이런 노력은 오타니가 LA 에인절스에 입단하며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오타니는 당시 기자가 왜 이도류를 고집하느냐고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아직은 체력이 뒷받침돼 투타 겸업을 계속 할 수 있지만 프로 선수는 선수의 의지보다 구단의 생각이 중요하다. 만약 구단에서 투타 겸업을 싫어한다면 나로선 구단의 선택을 따라야 한다. 그 선택이 타자보다는 투수가 될 확률이 높다. 팬들도 구단도 투수 오타니를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분간은 마운드와 타석을 오가는 선수로 활약하고 싶다.”
지금도 니혼햄을 이끌고 있는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당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오타니를 이렇게 설명했다.
“오타니는 천상 야구 선수다. 야구 외의 일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훈련 마치고 자신의 여가 생활을 즐기지만 오타니는 그 시간마저 야구에 투자한다. 그렇게 하기 때문에 투타 겸업이 가능한 것이다. 오타니의 매력은 투수와 타자로서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아직 다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투수 오타니, 타자 오타니 모두 레벨이 높은 선수인데 현재 보이는 부분은 그가 갖고 있는 것에 60%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투타를 겸할 수 있는 것이다.”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오타니가 언젠가는 둘 중 하나를 포기할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를 먹고 회복 속도가 더디다는 걸 느낄 때 오타니가 스스로 투타 겸업을 포기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야구 천재’의 홈런 더비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수술과 재활 등으로 투타 겸업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오타니가 이도류의 전형을 보이는 건 올 시즌이 처음이다. 키 195cm, 체중 102kg의 체격에서 나오는 파워로 타석당 홈런 0.096개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홈런 2위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7홈런 타석당 0.077개)를 압도하고 있다.
올 시즌 오타니의 타구 속도는 평균 시속 93.8마일(151km)에 이른다. 최고 속도는 시속 119마일(192km)까지 기록한 바 있다.
오타니가 MLB 팬들한테 더욱 사랑받는 이유는 잘생긴 외모 외에도 특유의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 때문이다. 최근 보스턴 레드삭스의 알렉스 코라 감독은 오타니를 향해 “그는 최고의 타자, 최고의 투수는 아니지만 (아무도 하지 못했던 투타 겸업을 하는) 최고의 선수임은 분명하다”며 찬사를 보냈다.
오타니 쇼헤이는 13일 미국 콜로라도 로키스 홈구장인 쿠어스필드에서 펼쳐지는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 출전한다. 아시아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다. 첫 번째는 2005년 LA 다저스 최희섭이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올스타전이 열리게 될 쿠어스필드는 타자친화적인 구장으로 유명하다. MLB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 덕에 일본은 현재 축제 분위기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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