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특별검사도 공직자” 유권해석…법조계 “김영란법 적용 가능, 국정농단 관련 청탁 여부 관건”
논란이 불거지자 박영수 특검은 사의를 표명했지만 ‘특검은 공무원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처벌을 피하기 위함이다. 처벌 근거인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은 공무원의 경우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인데, 문제는 아직 법적으로 ‘특검’이 공무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권익위 "공직자 맞다"
경찰이 박 전 특검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로 1회 100만 원, 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했을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 문제는 박 전 특검의 신분이다. 특별검사 임명 전 ‘변호사’였던 그를 공직자로 봐야 하는가 여부는 판례가 없다.
의혹에 대해 일부를 인정하며 사의를 밝힌 박 전 특검은 7월 7일 입장문을 통해 ‘수산업자 김 씨에게 포르쉐 렌터카를 제공 받았지만 후에 비용 250만 원을 지불했다’면서도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막 박 전 특검 측은 덧붙여 ‘특검은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검이 아니라, 변호사 신분으로 해당 차량 및 각종 선물들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처벌을 피하기 위한 해석이다.
김영란법에서 공직자는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에 따른 공무원과 그 밖에 다른 법률에 따라 그 자격·임용·교육훈련·복무·보수·신분보장 등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인정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법으로 규정한 ‘공직자’가 같은 사람에게 1회 100만 원이나 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면 처벌된다.
그리고 특검법 22조에는 ‘특검이 형법이나 그 밖의 법률을 어겼을 때의 신분을 공무원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는 이를 토대로 ‘특검도 공직자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특별검사도 ‘검사’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기소권 등 검사의 권한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충분히 공직자로 볼 여지가 있다”며 “특검법에 명시된 문항이라면 기소하기 충분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박 전 특검 측은 ‘국정농단특검법 해설’에 “특별검사는 국가공무원법이나 지방공무원법에 의한 공무원이 아니며, 특검은 특검법에 규정된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사인이다”라고 명시된 것을 근거 삼아 법 적용이 불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경찰도 결국 국민권익위원회의 판단을 요청했다. 박영수 전 특검을 ‘김영란법’에 해당하는 ‘공직자’로 볼 수 있는지, 유권해석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 권익위가 특검 신분에 대해 유권해석을 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결국 7월 16일 권익위는 “특별검사는 청탁금지법에 따른 ‘공직자 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법원 “특검도 검사” 처벌 가능론 무게
그렇다면 기소 시 처벌 주체인 법원 판사들의 생각은 어떨까.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기소하기에 충분해 보인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파나메라의 렌트 가격을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10일을 타는 데 250만 원을 차후에 지불했다는 것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며 “법원은 검사에게 기업인이 접근해 뇌물을 줬을 때 ‘사건 관여 가능성’을 넓게 보고 처벌한다. 박영수 전 특검도 국정농단 사건을 전담하는 ‘검사’ 아니냐, 검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청탁금지법, 뇌물수수 등을 적용하는 점을 고려할 때 박영수 전 특검에 대한 기소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는 참여연대도 지적했던 대목이다. 참여연대는 7월 8일 성명을 통해 “렌트비 지급 등에 대한 해명 역시 석연치 않아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피할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형사 재판 경험이 많은 변호사 역시 “김영란법을 적용했을 때, 법원에서도 적극적으로 ‘특검도 공무원이다’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법 규정과 사회적 시선이 있다고 본다”며 “다만 김영란법의 처벌 기준을 고려할 때 과태료 정도가 적절해 보이고, 엄격하게 처벌한다고 해도 집행유예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뇌물죄 적용에 대해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다수였다. 김 씨가 박 전 특검에게 금품 등을 제공하면서 박 전 특검의 직무와 관계된 ‘국정농단 사건’ 관련 청탁이 있지 않았다면, 대가성은 없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앞선 부장판사는 “김 씨가 박 전 특검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을 더 처벌해 달라, 혹은 봐달라’ 등 직접적으로 사건 관련 부탁을 한 게 아니라면 뇌물죄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경찰이 적극적으로 해석해 기소를 하더라도, 김영란법 정도가 적절해 보인다”고 갈음했다.
다만 김 씨의 진술은 변수다. 김 씨는 현재 금품 제공 목적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않고 있는데, 김 씨가 “특검 박영수가 아니라, 변호사 박영수에게 줬다”고 진술할 경우 수사기관의 판단이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왜, 어떤 목적으로 금품을 줬는지 입증하는 게 김영란법 및 뇌물죄 수사의 시작인데, 관련 진술 및 증거들을 수사기관들이 얼마나 확보하는지에 따라 처벌 가능성도 달라지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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