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4단계 불구 ‘블랙위도우’ 선전, 나홍진의 ‘랑종’ 평단 극찬 기대…‘모가디슈’ ‘싱크홀’도 주목
현재 극장가와 영화사·배급사는 ‘블랙위도우’의 흥행 성적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 극장 상황은 다시 최악이다. 7월 12일부터 25일까지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는 수도권에서 다중이용시설인 영화관은 오후 10시 이후 영화 상영을 할 수 없다. ‘블랙위도우’의 상영시간이 134분임을 감안하면 마지막 상영 시간은 7시 30분 무렵이 된다. 저녁 시간대 이후 상영이 단 1회 정도로 제한된다는 의미다. 게다가 좌석 간 거리두기를 시행해 전체 좌석의 70% 정도만 운용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는 저녁 6시 이후에는 사적모임도 2명으로 제한하는 등 사실상 저녁 시간에는 외출을 하지 말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상당수의 회사가 사원들에게 퇴근 이후 바로 귀가를 강력하게 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녁 시간에 극장을 찾는 것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이라 밀폐된 공간인 극장을 찾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도 다시 확산하고 있고, OTT 서비스로 극장을 대신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그럼에도 ‘블랙위도우’의 기세는 눈길을 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블랙위도우’는 월요일인 12일에도 9만 6545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그 다음 날인 13일에도 8만 1613명의 관객을 동원해 누적 관객수 150만 명을 넘겼다. 개봉일인 7일 기록한 19만 6222명, 8일 18만 4131명에 비하면 반토막 난 수준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이후 기록한 수치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블랙위도우’가 개봉하기 전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지금처럼 1000명을 넘는 급증 추세가 아니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4단계로 강화되기 전이었지만 일일 최대 관객을 기록한 영화의 관객수는 3만~4만 명 수준이었다. 한국 영화 ‘발신제한’이 그나마 흥행에 성공했지만 개봉일인 6월 23일 5만 5698명을 기록하고 개봉 첫 주말에도 하루 10만여 명 정도를 기록했다. 그 다음 주에도 비슷한 수치였다. 반면 ‘블랙위도우’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 이후에도 평일 8만~9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 이는 6월에 ‘발신제한’이 주말에 거둔 흥행 성적과 비슷하다.
올해 들어 가장 흥행한 영화는 누적 관객수 228만 6443명을 기록한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로 개봉일이 수요일 평일임에도 4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다음 날인 목요일에 12만여 명을 기록하고 주말에는 26만여 명과 24만여 명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그 다음 월요일에는 7만여 명에 그쳤다.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극장가가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관객들은 보고 싶은 영화가 상영하면 극장을 찾고 있다는 부분이 어느 정도는 입증된 셈이다.
영화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제작한 공포영화 ‘랑종’은 7월 14일 예정대로 개봉했다. 영화계에서는 ‘랑종’의 흥행 여부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비록 태국 영화지만 나홍진 감독이 제작을 맡아 한국 영화처럼 여겨지는 데다 개봉을 앞두고 상당히 입소문이 좋게 났고 평단의 평도 좋다. ‘블랙위도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버텨내고 ‘랑종’도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나름의 흥행성과를 낼 경우 8월 극장가를 겨냥한 한국 영화들도 예정대로 개봉할 가능성이 크다. 마블 히어로 ‘블랙위도우’와 태국 말로 ‘무당’을 의미하는 ‘랑종’ 역시 한국 영화계의 버팀목이 돼 주고 있는 셈이다.
7월 28일 개봉하는 류승완 감독의 200억 대작 ‘모가디슈’와 연상호 감독이 대본을 쓴 ‘방법: 재차의’를 비롯해 8월 11일 개봉하는 김지훈 감독의 150억 대작 ‘싱크홀’, 역시 8월 개봉 예정인 ‘인질’ 등이 여름 극장가를 겨냥한 한국 영화들이다. 현재 이들 영화의 배급사들은 개봉까지는 아직 조금의 여유가 있는 만큼 1~2주일 동안 상황을 지켜보며 개봉 연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상황에선 ‘모가디슈’와 ‘싱크홀’은 예정대로 개봉할 가능성이 크다. 영화진흥위원회 중재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속한 한국상영관협회가 ‘모가디슈’와 ‘싱크홀’은 총제작비 50% 회수를 보장했기 때문이다. 통상 티켓 매출은 극장과 배급사가 5 대 5로 나누는데 제작비의 50%에 해당되는 매출이 발생할 때까지 극장이 매출 전액을 배급사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극장 입장에선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관객이 줄어도 총제작비 50% 회수 보장 때문에 이들 영화에 상영관을 몰아줄 가능성이 높아 다른 영화들은 상영관 잡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물론 가장 좋은 그림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2주 만인 7월 25일까지만 적용된 뒤 3단계나 2단계로 하향되고 백신 접종도 원활해지는 것이다. 그러면 관객들은 부담 없이 극장을 찾고, 예정대로 개봉되는 좋은 작품들을 관람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마음의 위로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조재진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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