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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최근 정몽구 회장이 현정은 회장과의 화해를 원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현대건설을 사이에 두고 쌓여온 시아주버니-제수 간의 오랜 앙금이 풀어질 가능성에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현대그룹이 오랫동안 탐내온 현대건설에 대해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9월 인수 추진을 선언한 이후로 불거진 양측의 갈등은 우선협상대상자격이 현대그룹에서 현대차그룹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더욱 첨예해졌다. 그런데 최근 정 회장 주변에서 화해설이 흘러나오고 현 회장 측에서 이에 화답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지난 5개월간의 갈등이 풀릴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재계에선 양측의 화해 성사 여부에 대해 아직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인수전 당시 현대그룹에서 ‘왕회장(고 정주영 명예회장) 정통성이 현대그룹에 있다’ ‘현대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해 경영권 승계에 활용할 것이다’는 내용을 TV 광고로 내보낸 것에 정 회장이 격노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까닭에 현대차 내부에서조차 정 회장의 화해 제안설에 대해 “설마…” 하는 반응이 많다.
정 회장과 현 회장이 화해한다면 이는 현 회장의 불안한 현대상선 경영권에 대한 보장으로 이어질 것임을 의미한다. 현대건설이 현대상선 지분을 7.8% 갖고 있다는 점은 현 회장으로 하여금 현대건설 인수 의지를 불태우게 하던 대목이었다. 현대중공업을 필두로 한 현대가에서 현대상선 지분 27.8%를 갖고 있는 데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 정몽준 의원(한나라당)이 현 회장과 앙숙지간인 점도 주목받아왔다. 만약 정 회장이 현 회장에게 현대상선 경영권을 보장하려 한다면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은 물론, 정몽준 의원 측이 지닌 현대상선 지분에 대한 합의도 필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 의원 측이 순순히 ‘현대상선을 위한 백기사’에 머물고자 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단행된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현대중공업 계열이 참여하지 않아 현대중공업 측의 현대상선 지분율이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이는 정 의원 측이 현대상선에서 관심을 뗐다기보다는 정 의원 측이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자금을 지원해주기 싫다는 의도로 해석됐었다.
정 회장과 현 회장의 관계 개선을 위해 대형 인사가 불가피할 것이란 이야기도 들려온다. 현대그룹 측은 “금시초문”이라며 부인했지만 지난해 TV 광고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의도를 불순하게 묘사하는 등 정 회장 측에 대한 강경 드라이브를 이끌었던 현대그룹 고위 인사가 옷을 벗게 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이다.
현대건설 인수전 과정에서 현대그룹 내엔 “현대차에 맞각을 세워야 한다”는 강경파와 “현대차와는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온건파가 양립했다고 한다.
정 회장으로부터 현대상선 지분을 넘겨받거나 혹은 경영권 안정을 보장받을 경우 현 회장이 화답 형식으로 사내 강경파 숙청을 단행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른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
황태자 띄우기 부릉~
현대건설을 인수한 정몽구 회장에게 남은 최대 과제는 아들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원활한 승계 작업일 것이다. 그러나 정 부회장에겐 기아차 지분 1.74% 외엔 딱히 내세울 만한 주요 계열사 지분이 없다. 물론 정 부회장에겐 ‘실탄창고’ 글로비스가 있다. 정 부회장은 물류 계열사 글로비스 지분 31.8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러나 글로비스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와 현대차 소액주주들은 지난 2008년 5월 정몽구 회장과 김동진 전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목적으로 글로비스를 설립해 현대차에 금전적 손해를 끼쳤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지난 2월 25일 법원은 정 회장 등에게 826억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만약 정 부회장이 글로비스 지분을 팔아 주요 계열사 지분을 사들일 경우 비난여론이 빗발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 계열사들이 최근 법조계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출신 인사를 대거 영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월 공시를 통해 현대차는 오세빈 전 서울고등법원 법원장, 기아차는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본부장을 지낸 김원준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현대모비스는 이태운 전 서울고등법원 법원장, 박찬욱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이병주 전 공정위 상임위원에 대한 신규 사외이사 영입을 알린 상태다. 현대건설을 품에 안은 정 회장이 더 이상 승계를 늦출 수 없는 승계작업과 관련된 송사나 시민단체와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