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8000만회분 “수급 문제 없다”…9·12월 물량 쏠림 우려, 서버 불안정 등 대비해야
#안이한 대처
55∼59세 백신 접종 대상자는 352만 4000명으로 12일 사전예약이 중단되기 전 예약이 이뤄진 인원은 185만 명(52.5%)이다. 50~54세는 예정대로 19일부터 사전예약이 시작되는데 이번에는 순차적으로 분산해 예약을 받는다. 53~54세(1967년 1월 1일~1968년 12월 31일생)는 19일 저녁 8시부터, 50~52세(1969년 1월 1일~1971년 12월 31일생)는 20일 저녁 8시부터 예약을 시작한다. 21일 저녁 8시부터 24일 저녁 8시까지는 50~54세 대상자들이 연령 구분 없이 사전예약을 할 수 있다. 다만 50~54세의 접종 일정이 일주일 미뤄져 8월 16일에서 25일까지 접종을 받는다.
정부는 3분기에 백신 8000회 분이 도입되는 것은 변함없고 현재 백신 수급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이다. 7월 13일 여준성 보건복지부 장관정책보좌관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사전예약 중단 사태의 원인을 ‘정은경 청장님의 답답하리만큼의 철저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 보좌관은 이 글에서 “모더나는 매주 도입 물량을 협의한다. 3분기 물량은 큰 틀에서 확정됐고, 월별 물량도 대부분 확정이지만 언제 어느 만큼의 물량이 들어올지는 매주 계속 협의 중”이라며 “정 청장님은 혹시 모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예약 시점에 확보된 물량만큼만 예약을 받고자 하신 거다. 다음 주에 또 물량이 들어오는데도”라고 밝혔다. 실제로 바로 14일 사전예약이 재개됐다.
그럼에도 사전예약 중단 혼선은 근본적으로 ‘인재’다. 우선 352만 4000명이나 되는 55∼59세 백신 접종 대상자에게 미리 ‘우선 185만 명분만 예약이 가능하다’고 공지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60~74세를 대상으로 한 사전예약 첫날 신청분을 감안한 방역당국이 안이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70~74세는 24만 6000명, 65~69세는 63만 9000명, 60~64세는 73만 명이 첫날 사전예약을 했던 터라 55~59세가 단 15시간 만에 185만 명이나 사전예약할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60대 이상 연령층에 비해 50대는 사회활동 인구가 훨씬 많고 활동량도 많아 백신 수요가 더 높다. 게다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와 4차 대유행으로 백신을 빨리 접종하고자 하는 심리도 작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방역당국이 과거 수준으로 사전예약을 준비했다가 혼란을 자초한 셈이다.
#분기별 계약의 함정
정부가 글로벌 제약사들과 분기별로 도입 물량 계약을 체결한 부분에도 함정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분기별 도입 예정 물량이 각 분기 마지막 달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누적 그래프를 보면 이런 우려가 현실임이 확인된다. 4월 중순부터 완만한 곡선을 그리던 백신 접종률 그래프가 6월 들어 수직 상승했는데 이로 인해 5월 31일까지 10.5%이던 백신 1차 접종률이 6월 20일에는 29.2%가 됐다. 그리고 3분기인 7월 들어 그래프는 다시 완만해졌다. 자칫 3분기 역시 도입 예상 물량 8000만 회분 가운데 상당분이 9월로 몰릴 수 있다.
실제로 7월 예상 도입 물량은 3분기 도입 물량의 12.5%인 1000만 회분뿐이다. 8~9월에 7000만 회분이 도입되는데 이 중 상당량이 9월에 도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백신 물량 확보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모더나만 해도 주 단위로 도입 물량이 확정되는 상황이라 55∼59세 사전예약이 조기에 중단되는 혼란이 빚어졌다.
8월, 늦어도 9월 대규모로 백신이 도입되면 9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방역 당국의 목표에는 다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백신 접종률이 50%를 넘긴 국가에서도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역시 4차 대유행의 기세가 매섭다. 결국 백신 도입이 조속히 이뤄져야 하는 시급한 상황에서 분기별 계약이 함정이 될 수 있다.
#8월 대란 가능성은?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의 ‘예방접종 3분기 시행계획’에 따르면 ‘40대 이하’로 통칭되는 18세부터 49세까지는 7월 말이나 8월 초부터 연령대 구분 없이 선착순으로 접종이 이뤄진다.
55∼59세 사전예약 중단 사태를 놓고 보면 18~49세의 선착순 사전예약이 시작되는 7월 말이나 8월 초 진정한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확보된 물량만큼만 사전예약을 받게 되는데 18~49세로 연령폭이 넓어지면 대상자도 급증해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8~49세 선착순’ 상황에서는 접종 대상자가 급증해 상황이 훨씬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적마스크 판매 당시 활용한 방식인 5부제나 홀짝제 등을 사전예약 분산 방안으로 도입할 계획이지만 그럼에도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게다가 예약 시스템도 완비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55~59세 사전예약 당시 ‘예상시간 13378분 33초’ ‘대기인원 8만 6000명’ 등의 황당한 수치가 안내창에 등장했다. 이는 실제 상황이 아닌 오류로, 잠시 뒤 바로 접속이 가능했다는 경험담이 SNS를 통해 공유됐다. 황당한 안내로 접속을 포기한 사람만 사전예약의 기회를 놓친 셈이다. 그만큼 아직 사전예약 시스템의 서버가 불안정해 보인다. 선착순으로 사전예약이 이뤄질 경우 원활한 접속이 중요한데 얀센 백신 예약 당시에도 접속을 둘러싼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과연 55∼59세 대상 백신 접종 사전예약 중단 사태가 좋은 예방주사가 돼 이후 급격히 늘어날 백신 접종 과정은 원활하게 진행될지, 아니면 인재가 반복돼 극도의 혼란이 야기될지 방역당국의 조치와 준비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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