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수요 확산 속 쿠팡-배민 즉시배송 놓고 전운…라이더 수급·긱 노동자 양산·안전 문제 우려
#주문하면 15분 만에 '딩동'…뜨거워지는 퀵커머스
쿠팡이 운영하는 쿠팡이츠는 7월 6일부터 본사가 있는 서울 송파구 일부에서 ‘쿠팡이츠 마트’를 시범 운영 중이다. 쿠팡이츠 앱에서 신선식품, 가공식품, 식음료부터 세제, 화장품, 문구 등 생필품을 주문하면 10~15분 안에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앞서 2018년부터 CJ올리브영과 GS리테일이 각각 자사 화장품 및 GS슈퍼마켓·편의점 물건을 앱으로 주문하면 즉시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고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배민)은 2019년 말 쿠팡이츠 마트와 같은 서비스인 ‘비마트’를 론칭했다.
퀵커머스는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단시간에 빠르게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퀵커머스 시장이 먼저 성장한 곳은 유럽이다. 터키 기업 게티르는 2015년 수도인 이스탄불 전역에 소규모 물류 창고를 설치하고 10분 안에 생필품과 식료품을 집 앞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이 됐다. 게티르 성공 이후 고릴라스와 위지, 잽, 플링크 등 유사 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나 현재 유럽 각지에서 5~10분 내 배송 경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인가구 증가 등 구조적 요인에 더해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수요가 급증하면서 퀵커머스 출현을 앞당겼다는 분석이다.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배민과 쿠팡이 경쟁에 나섰고 유의미한 성과를 보인다면 플랫폼 사업자를 비롯해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커머스를 겸업하는 IT 업체 등도 이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단순하게 코로나19 때문에 생긴 현상이 아니라, 빠른 배송을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것이 익숙해진 소비 성향이 강해진 데 따른 흐름이라는 얘기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퀵커머스는 로켓배송으로 편리함을 느낀 소비자들이 빠른 속도에 습관화되면서 생긴 새로운 시장으로, 음식주문 앱에서 단건 배달이 대세인 것처럼 커머스 업계 새로운 화두”라며 “플랫폼 시대의 소비자들이 질 높고 빠른 서비스를 찾으면서 기업들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도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면 거품처럼 쫙 수요가 빠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지만, 소비자들은 이미 본인이 누릴 수 있는 편리함을 체화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퀵커머스 시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각도와 판매·배달 수단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유통업계의 배송 속도전은 고객들에게 상상 이상의 편리함을 안겨주면서 꾸준한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퀵커머스의 경우에는 1인 및 소 가구에 특화된 소포장 신선식품, 가정간편식(HMR), 밀키트 등이 주된 품목이다.
이와 관련,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시장이나 마트에서 장을 본 뒤 집에 도착해 바로 요리를 하려는데 재료 일부를 빠뜨렸다거나, 당장 배고픈데 혼자 밥해 먹기 귀찮을 때, 특히 여성의 경우 생리대 등 위생용품을 매장에서 구매하기 껄끄러울 때 등 특정한 니즈를 겨냥했다”며 “고객들이 다양한 품목을 대량으로 혹은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쿠팡이나 네이버쇼핑을 이용하는 것과는 구매 취지나 포인트가 다르다”고 말했다.
#배달 인프라 숙제…안전과 고용의 질 우려도
주목을 받고 있는 퀵커머스 사업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퀵커머스는 라스트마일(유통 단계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받는 가장 마지막 단계) 서비스 중에서도 배송 시간이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배송 시간을 안정적으로 맞추기 위해서는 기후와 계절, 그에 따른 배송 인력(라이더) 및 오토바이 수급 조절, 배송 상품을 쌓아둘 물류 공간 등 현실적으로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당장 라이더 수급 문제가 시급하다. 라이더 수급은 현재 배송업체의 가장 큰 고민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배달 수요가 급증하지만 라이더 수는 그만큼 늘어나지 않아, 배민과 쿠팡이츠 등 배달앱 업체와 바로고 부릉 생각대로 등 배달대행업체마다 여러 방식으로 라이더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배달 한 건 당 수수료를 높여주거나 바이크 리스비 할인 및 경품 추천을 통한 고가 선물 제공,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라이더에게 휴식비 지원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제공하면서 라이더 모시기에 집중하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배민이 최근 쿠팡이츠처럼 한 집만 배달하는 ‘배민원’ 서비스에 나서면서 라이더 수급 경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경쟁이 심화될수록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라이더를 충분히 모집하지 못했는데 즉시 배송에 나섰다가 바로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억지로 서비스 권역만 넓히다가 창고에 물건이 떨어져 고객이 물건을 주문해도 즉시 배송이 불가한 ‘재고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라스트마일 배송 서비스는 라이더 고용형태가 불안정하고 오토바이 리스 및 사건사고 처리 등 운영에 있어 손이 많이 간다”며 “현재도 배달 양이 너무 많아 대행사마다 신규 계약이 어려워 좋은 파트너사를 구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안전 문제 역시 짚고 나가야 할 부분이다. 배송 속도전이 붙으면 오토바이 안전사고 발생률이 높아지고 고용 환경도 더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회사는 10분이라는 수치를 제시하는 데에 그치지만 그 압박을 받는 대상은 현장에서 일하는 라이더들이다. 라이더 안전사고 문제가 심각한 지금도 기업들이 대책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시간 경쟁만 심화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열악한 고용 환경에 놓인 일자리만 늘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매장의 급작스러운 쇠퇴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빠른 배송이 소비자에게 시간적 가치를 만들어줄 수는 있겠지만 '긱 노동자(플랫폼과 계약을 맺고 일하는 계약직 노동자)'들을 양산해내는 체제로 간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며 “노동 환경과 안전사고 등 퀵커머스에서 생기는 사회적 문제점과 부작용은 무엇이 있는지 토의하면서 퀵커머스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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