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방역 강화, 대만 부분 규제 완화, 싱가포르 ‘위드 코로나’…과학자들 “방역 완화 시기상조”
백신 개발 이후 일상의 회복을 기대하던 세계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다시 비상이 걸렸다. 이스라엘과 베트남 등 이제껏 낮은 발병률을 기록했던 방역 모범국가들도 전염성 강한 델타 바이러스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전체 확진자가 1500명 정도에 불과했던 베트남은 지난 4월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6월부터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하더니 벌써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이 1만 7080명을 넘어섰다. 급기야 7월 10일 일일 확진자 1616명을 기록한 이후 연일 최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다급히 감염 확산 지역의 봉쇄 강도를 더 높였다. 각 성 간의 이동을 봉쇄하고 도심 내 집합 행위도 대부분 금지했다. 베트남에 있는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도 6월 말에야 봉쇄가 해제됐는데 폐쇄 기간 직원들은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공장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화이자를 긴급 승인하는 등 뒤늦게 백신 물량 구하기에도 나섰다. 현재 베트남 내 백신 접종자는 전체 인구 9600만 명의 4%가 채 안 되는 360만 명이다.
반면 지난해 200일 이상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았던 대만은 아직까지 델타 바이러스 출현에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7월 13일 기준 대만의 신규 확진자는 29명이다. 이런 가운데 대만은 부분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올해 5월 시행한 강한 봉쇄정책으로 경제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만 내각은 “대부분의 도시와 현에서 전염병 상황이 둔화되면서 각계각층과 각 부문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여지가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문제는 백신 물량 부족으로 접종률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7월 9일 기준으로 대만 전체 인구 대비 1차 접종률은 13.79%에 그쳤다. 이마저도 지난 5월 1%의 접종률에서 급히 끌어올린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내과 전문의는 “대만에 첫 델타 변이 확진자가 발생한 때가 6월 26일이다. 아직 방역에 대한 평가를 하기엔 이르다. 또 백신 접종률도 낮은 편이기 때문에 한두 달 정도는 지켜봐야 방역의 성과를 알 수 있다. 그때도 적은 확진자를 유지한다면 델타 변이 방역에 성공했다고 봐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모범 방역국가로 손꼽히는 싱가포르는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한때 델타 바이러스 비율이 높은 국가 중 하나였으나, 한 차례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안정기에 접어든 이후 완전한 규제 완화로 노선을 틀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코로나19를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이 아니라 ‘엔데믹(풍토병)’으로 다루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계절 독감과 같은 취급을 하겠다는 뜻이다.
싱가포르 보건부는 접촉자 추적과 격리 규모를 축소하고 일일 신규 확진자보다는 집중 치료 환자 수와 산소 삽관치료 환자 수를 주로 공식 통계에 반영하기로 했다.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이 어렵다면, 확진자 수 증가를 막는 것보다 중환자와 사망자를 줄이는 쪽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리셴룽 총리는 올해 5월 대국민 연설에서 ‘뉴노멀’로의 전환을 언급하며 “코로나19는 종식되지 않고 독감이나 뎅기열처럼 엔데믹 감염병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 정부는 이에 맞춘 장기적인 로드맵을 발표, 검역 없는 여행과 대규모 사적 모임을 허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싱가포르의 뉴노멀 전환 배경에는 집단 면역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보건부(MOH)에 따르면 7월 13일 기준 1차 접종자는 405만 2434명, 2차까지 접종을 마친 이는 242만 824명이다. 싱가포르 전체 인구가 약 589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차 접종률은 약 69%, 2차 접종률은 41%로 매우 높은 수치다. 실제로 싱가포르의 5월 평균 확진자 수는 18명에 불과했고 현재도 일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20명을 오르내리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8월까지 인구 3분의 2가 2차 접종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선 싱가포르의 코로나19와의 공존 조치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앞서 영국과 미국 등 싱가포르 못지않게 높은 백신 접종률을 보였던 국가들도 최근에서야 델타 바이러스에 확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일부 국가의 방역 규제 해제와 관련해 국제학술지 랜싯을 통해 “방역 규제 완화 조치는 위험하며 시기상조”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
‘독도’ 노래한 엔믹스에 일본서 역대급 반발…일본서 반대 청원 4만건 돌파
온라인 기사 ( 2024.11.18 09:45 )
-
동덕여대 공학 전환 사태에 동문들 “훼손 용납 안 돼” vs “근간 흔든다”
온라인 기사 ( 2024.11.17 16:06 )
-
한국 조선은 미국 해군 ‘구원병’ 될 수 있을까
온라인 기사 ( 2024.11.19 16: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