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를루스코니 총리(오른쪽)과 장녀 마리나. |
미니스커트와 굽 높은 하이힐을 즐겨 신는 튀는 패션으로 유명하며, 밀라노대학에 재학하던 중 일찌감치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 학업을 중단하고 후계자 수업을 받아왔다. 출중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포브스> 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가운데 48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반해 아직 정치권에서는 이렇다 할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던 게 사실. 그럼에도 그녀가 차기 총리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는 까닭은 뭘까. 무엇보다도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녀의 탁월한 경영 능력과 함께 아버지를 닮은 리더십과 강인한 성격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
또한 한편에서는 오히려 그녀가 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을 반기는 사람들도 있다. 기존의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인들에게 질릴 대로 질린 탓에 오히려 그녀처럼 새로운 인물이 이탈리아 정치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의 케네디 가문이나 부시 가문처럼 이탈리아 정치 명문가의 탄생을 바라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분위기에 고무되기는 여당인 국민자유당도 마찬가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민자유당 의원들의 40%는 ‘마리나가 베를루스코니의 후임으로 적합하다’는 데 찬성했다.
이대로 분위기를 타고 간다면 베를루스코니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2013년에 정말 출사표를 던질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본인은 현재 차기 총리감으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그냥 가설일 뿐”이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진심일까 의심하는 사람들은 실제 베를루스코니도 1990년대 초반 정계에 입문하기 직전까지 수줍은 듯 한발 물러서 있었다는 점을 떠올리면서 그녀 역시 기회가 온다면 결코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