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말 8초 집단행돌설 속 ‘단일대오 형성’ 여부 관건…이낙연 지지율 상승에 따른 반낙 연대 조짐도 변수
그간 숨죽인 친문(친문재인)계가 승부수 띄우기에 돌입했다. ‘이재명 대세론’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자, 친문계 물밑 움직임은 한층 빨라졌다. 1차 분수령은 7월 21일 ‘리틀 문재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대법원 선고다.
2차 분수령은 8월 15일 예정된 1차 선거인단(국민여론+일반당원) 투표 결과 발표다. 일부 친문계는 ‘8·15 광복절 슈퍼 데이’를 위한 군불 때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선거인단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과반 득표를 저지하고 결선에서 뒤집는 대역전 시나리오가 핵심이다.
“움직일 기폭제가 필요하다(여권 한 관계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컷오프) 이후에도 여권 최대 주주 친문계의 고민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적자가 없는 친문계의 아킬레스건은 컷오프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친문과 친노(친노무현)계의 일부 지지에도 1∼2% 지지에 그쳤던 ‘노무현의 오른팔’ 이광재 민주당 의원의 중도 사퇴가 대표적이다. 이를 놓고 “이광재 대중성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와 함께 “친문계 등의 집단행동이 없었던 결과”라는 분석이 당 안팎에서 제기됐다.
현재 친문·친노계는 ‘빅3(이재명·이낙연·정세균)’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으로 분화됐지만, 특정 캠프에 가담하지 않은 현역 의원들도 20명 안팎에 달한다. 노무현 정부 출신 한 관계자는 “자기 색깔을 아직 드러내지 않은 20여 명의 의원 중 상당수는 친문 직계 내지 강경파”라고 귀띔했다. 이들 중 다수는 ‘비이재명 성향’으로 꼽힌다. 이들이 특정 후보의 지지를 위한 세몰이를 본격화하면, 여권 대선 경선판이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친문계의 집단행동을 위한 기폭제는 ‘김경수 재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친문계 핵심 관계자는 “한때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김경수 대통령 만들기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대법원 선고에서 김 지사 판결이 뒤집힌다면 그간 움직이지 않았던 친문계도 동력을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해 11월 6일 항소심에서 2017년 대선 과정 때 댓글 여론조작 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 방해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현재는 보석을 허가받고 지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여권 일부 인사들은 김 지사가 직접 선수로 뛸 가능성도 있다고 보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파기환송을 받더라도, 대선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다만 여권 인사들은 김경수 대법원 판결이 친문계가 움직이는 ‘트리거(방아쇠) 역할’은 할 것으로 내다봤다. 항소심 실형 선고에도 불구하고 여권 내 김 지사 위상은 막강하다. 김 지사가 대법원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장인상을 당하자, 여권 잠룡들은 일제히 빈소가 차려진 전남 목포로 향했다.
김두관 의원과 박용진 의원은 7월 13일 김 지사 장인의 빈소를 찾았다. 14일에는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추미애 전 장관이 조문했다. 도내 코로나19 비상 상황 탓에 참석하지 못한 이 지사는 부인 김혜경 씨를 내려 보냈다. 애초 이재명 캠프에서는 핵심 인사인 조정식 의원과 비서실장인 박홍근 의원 중 한 명을 대리인으로 참석시킬 예정이었으나, 예우 차원에서 부인이 직접 조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계의 ‘7말 8초 집단행동설’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7말 8초는 각 후보의 합종연횡과 맞물리는 시점이다. 국회 한 보좌관은 “1차 선거인단투표 결과 발표 직전 막차를 타려는 의원들의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친문계 움직임과는 별개로, 김 지사가 대선 경선판에서 변수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한 대선 후보 캠프 한 관계자는 “대법원이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이 하더라도 김 지사가 곧바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김경수 역할론’이 친문계 집단행동의 촉매제 그 이상은 어렵다는 얘기다. 선거법상 현직 광역자치단체장은 당내 경선 운동을 할 수 없다는 점도 김 지사의 제한적 역할론에 힘을 싣는다.
관전 포인트는 ‘친문계의 단일대오’ 여부다. 전망은 엇갈린다. 적자 없는 친문계가 위기감을 느끼고 단일 전선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친문계의 ‘집단행동 시나리오’와 ‘각자도생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 혼재하고 있다. 변수는 반이재명 연합군의 최대 분수령인 ‘이낙연·정세균’ 단일화 여부가 될 전망이다. 컷오프 전까지만 해도 이들의 단일화에 베팅한 당내 인사들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본경선 전에는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 한 전략통은 “양쪽 캠프 모두 단일화의 당위성만 선언적으로 하고 있지, 실제 할 생각은 많지 않아 보인다”라며 “이 전 대표나 정 전 총리 모두 자신으로 단일화를 원할 텐데, 쉽게 될까”라고 말했다. 당 한 당직자도 “호남 맹주인 이들은 각각 민주당의 적통을 잇는 정치인은 본인뿐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단일화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 정 전 총리는 7월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미래경제캠프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적통, 적자는 이광재와 저밖에 없다”며 잘라 말했다. 앞서 이 전 대표가 민주당 적통성을 고리로 이재명 지사와 차별화를 시도한 데 대한 견제구인 셈이다. 앞서 이들은 컷오프 전에도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적통 경쟁을 벌이며 집토끼(지지층)에 러브콜을 보냈다. ‘97(90년대 학번·70년대 생)그룹’ 선두주자인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해야 할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때 아닌 혈통 논쟁이라니 부끄럽다”고 양 후보를 싸잡아 비난했다.
컷오프 이후 이 전 대표 지지도가 상승세를 탄 점도 양자 단일화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박스권 vs 이낙연 상승세’ 구도가 자리 잡은 이후 반이재명 연합군이 ‘반낙(반이낙연)’ 연대로 틀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그러자 수비 모드로 일관했던 이 지사를 비롯해 이 전 대표의 뒤를 쫓고 있는 추 전 장관과 박 의원 등은 일제히 ‘이낙연 때리기’에 나섰다.
이 지사는 7월 14일 한 라디오에서 검찰 수사 도중 숨진 이 전 대표 측근을 언급, “전남지사 때 가짜 당원 명부를 만들어서 시정 받은 핵심 측근”이라고 비판했다. 추 전 장관과 박 의원도 “(이낙연) 당 대표 점수는 빵점이다. 권리당원이 줄었고 지지도도 폭락했다”, “부동산 전쟁에서 패배한 장수이자, 식상한 후보”라고 각각 비난했다.
반낙 연대 강화는 친문계의 최대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낙 연대가 강화되면 될수록 이낙연·정세균 연대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 경우 친문계의 단일대오도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친문 직계가 노리는 ‘8·15 광복절 슈퍼 데이’도 일장춘몽으로 끝날 공산이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여권 대선 캠프 한 관계자는 “이낙연·정세균 캠프에 디테일한 단일화 룰 협상을 이끌 만한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며 “후보가 하고 싶어도 군불만 때다가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캠프에선 실무진 간 권력암투가 벌어지면서 인재가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선 “실무진 간 의견충돌을 조율할 중재자가 없다”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은 광복절 1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 발표를 시작으로, 같은 달 28일 2차 결과 발표, 오는 9월 5일 3차 결과를 잇달아 공개한다. 권역별 순회 경선은 총 11차례 걸쳐 진행된다. 본경선 표심 초반전은 중원(8월 7일 대전·충남, 8월 8일 세종·충북)에서 판가름 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친문계가 8·15 광복절 슈퍼 데이까지 단일대오에 실패한다면, 이후 영향력은 급속히 감소할 것”이라고 점쳤다.
윤지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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