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수원지 같아도 마케팅·유통 과정 달라 가격 차이”…전문가 “수원지·유통기한 따져 소비해야”
15일 한국샘물학회에 따르면 국내 생수 브랜드는 지난해 기준 225개이며 수원지는 총 56곳이다. 수원지는 물이 흘러나오는 근원이 되는 곳으로 우물과 의미가 비슷하다. 예를 들면, ‘풀무원 샘물’의 수원지는 라벨에 적힌 지역명 ‘경기 포천시 이동면’으로, 이곳이 해당 생수의 물을 떠온 곳이다.
생수 브랜드는 나날이 늘어가지만 오히려 수원지는 줄어들고 있다. 생수업계에 따르면 수원지가 있는 생수공장 수는 2013년 66곳에서 2020년 56곳으로 7년 만에 10곳이 줄었다. 생수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물이 나오는 곳은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일 취수 최대 허용량은 2013년 3만 8364t(톤)에서 지난해 4만 7062t으로 증가했다. 다시 말해 물을 길어 올리는 수원지는 줄었는데 취수량은 늘었다는 것이다. 생수 브랜드도 2013년 150여 개에서 지난해 225개로 부쩍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같은 수원지에서 나왔지만 브랜드는 다른 제품으로 팔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내 한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생수를 살펴본 결과 같은 수원지에서 나온 생수들이 존재했다. 홈플러스의 PB(자체상표) 생수 ‘바른샘물’과 GS리테일의 PB 생수 ‘DMZ맑은샘물’은 둘 다 경기 연천에서 생산했다. 또 쿠팡의 PB 생수 ‘탐사수’와 아워홈 ‘지리산수’의 수원지도 경남 산청군 시천면으로 같다.
한 생수 브랜드가 각각 다른 지역의 수원지들을 둔 경우도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블루’의 수원지는 경기 연천, 경기 양주, 경남 산청이다. 수원지에 따라 생수의 성분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도 동일한 라벨을 단 같은 제품으로 판매된다.
같은 수원지에서 물을 끌어올렸지만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다른 일도 벌어진다. 경기 연천에서 생산되는 홈플러스의 생수 바른샘물은 2L 기준 오프라인 매장에서 420원에 판매된다. 같은 수원지를 둔 GS리테일의 DMZ맑은샘물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2L 기준 690원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제품에 투입하는 마케팅 비용과 대형 할인점, 슈퍼마켓의 유통구조가 달라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수원지를 살펴보지 않은 채 브랜드만 보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안 아무개 씨(46)는 “라벨만 보고 물을 길어 오는 곳을 알 수 있지만 같은 수원지를 둔 다른 제품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보통 소비자들은 브랜드 이름이나 가격을 보고 생수를 구매한다”며 “동일한 수원지임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업체에서 가격을 지정해 판매하는 건 이러한 성향을 이용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업체 측은 마케팅과 유통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수원지의 생수라도 가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해명한다. 익명을 요구한 생수업계 관계자는 “유통구조, 마케팅 비용, 판매처의 가격 전략 등이 상이해 같은 수원지여도 가격차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생수업계 다른 관계자는 “브랜드마다 측정된 생수 생산단가가 다른 것도 이유”라면서 “광고를 많이 하는 곳은 판촉비가 들어갈 것이고 이런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가격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생수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허가받은 수원지에서 뽑아낸 지하수(원수)를 정수 공정에서 평균 3차례 여과한다. 정밀여과까지 통과한 원수는 자외선 살균 등 살균 과정을 거쳐 세척된 뒤 살균작업을 한 용기에 주입돼 검사 후 포장된다. 이후 업체별로 유통 단계를 거쳐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 진열된다. 유통 단계에서 각 업체별 상이한 생수 단가와 판촉비 등의 요인 탓에 같은 수원지에서 나온 물이어도 업체별로 다른 가격에 판매된다.
생수업계 관계자들은 “업체들의 정기배송 서비스 마케팅이 활발해지면서 생수 가격은 앞으로 더 차이가 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워터소믈리에협회 관계자는 “안전한 수원지에서 취수가 됐는지, 유통기한이 짧은지 긴지 소비자들이 확인해야 한다”며 “생수시장은 점점 커지는데 상표와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좋은 수원지와 가격을 따지는 현명한 소비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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