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당장 개봉동으로 가봐, 주택가에서 총소리가 났대. 살인사건이야."
다급한 목소리에 곧바로 출발한 병훈 씨는 도착 후 충격적인 현장을 보게 된다. 평온해 보이는 2층 주택 안 거실 계단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그 위쪽엔 30대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놀랍게도 이마에 총을 맞은 상태였다. 그의 이름은 문도석 씨(33). 그런데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은 하나가 아니었다. 2층 마루에도 총격으로 사망한 어린 아이가 있었던 것. 아이는 문 씨의 7살 아들로 밝혀졌다.
어린 아이까지 총격을 당한 참혹한 현장 그날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첫 번째 호출 후 다시 회사로 복귀한 사진기자 병훈 씨는 겨우 조간신문 마감 시간에 맞춰 사진을 넘겼다. 그런데 숙직실에서 잠시 눈을 붙이려던 새벽 4시경 또 다시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바로 인천으로 넘어가. 인질극이 벌어졌대 빨리."
병훈 씨는 서둘러 인질극이 벌어졌다는 인천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 했을 때 현장엔 수백 명의 경찰들이 한 주택을 에워싸고 있었고 총을 든 남자가 여자 한 명과 어린 아이 두 명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 중이었다. 인질범의 이름은 이종대(40).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경찰은 인질범에게 수차례 자수를 권유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다.
"어차피 난 사형이다. 여기서 다 털어놓고 죽겠다."
그동안 수차례 살인을 저질렀다는 자백과 함께 시신을 묻은 위치가 표시된 약도를 직접 그려 경찰에게 건네기까지 했다. 과연 인질범 이종대의 말은 사실일까.
그는 왜 경찰조차 알지 못했던 살인사건을 자백한 걸까. 더 놀라운 사실은 개봉동 주택에서 사망한 문도석과 인질범 이종대가 여러 건의 살인을 함께 저지른 공범이라는 것. 하룻밤 사이 연이어 벌어진 총격 사망사건과 인질극, 두 사건은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무려 17시간 동안 이어진 공포의 인질극에 숨겨진 '그날'의 충격적인 이야기를 되짚어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