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TV 측 내용 알면서도 솜방망이 경고뿐…태국에선 한국에 대한 혐오감 커져
실시간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에서 태국 관련 방송을 즐겨 본다는 A 씨의 말이다. 몇 년 전 그는 이국적인 콘텐츠에 흥미가 있어 태국 야시장 소개 방송 등을 찾아보게 됐다. 하지만 현재 태국 관련 방송에서는 온통 성매매 관련 얘기만 있었다고 한다. A 씨는 “최근 아프리카TV 태국 관련 방송에서는 불쾌함을 느끼는 일이 잦은 데다 건전한 방송도 줄어들었다”고 토로했다.
현재 아프리카TV에서는 태국 현지에서 실시간 방송하는 BJ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한국인들이지만 태국으로 넘어가 태국 관련 방송을 진행한다. 이 가운데 일부 태국 관련 방송 BJ들은 원정 성매매 가이드를 방불케 하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아프리카TV 자체에서는 성매매 관련 언급이 허락되지 않는다. 하지만 태국 방송에서만큼은 원정 성매매 정보를 제공해도 별다른 제재가 없다.
태국 관련 방송 BJ 가운데 한 명인 C 씨는 방송에서 “방콕은 클럽이고, 파타야는 소위 ‘사먹는’ 동네로 유명하다. 태국 업소 여자들은 팁 500바트에서 1000바트만 받아도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C 씨는 “우리나라 환율로 2만 원에서 4만 원이다. 그것만 받아도 텐션이 달라진다”라고 팁을 제공했다.
또 다른 태국 관련 방송 BJ인 D 씨는 성관계나 자위행위에 대한 노골적인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D 씨는 “XX에도 자위를 해봤다” 등의 이야기를 반복했다. 일반적인 아프리카TV 규제 수위로 봤을 때 경고나 방송 정지를 받을 발언들이다. 태국 관련 방송에서는 유흥업소나 성매매 업소에서 직접 방송을 진행하는 것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태국 관련 방송 BJ E 씨는 유흥업소에서 종업원들과 술을 마시고 게임을 하면서 팁을 줬다. E 씨는 같이 간 남성에게 “팁을 주면서 초이스 해봐라”라고 말했다.
태국 관련 방송을 진행하는 BJ들이 자신들 방송에 여성 종업원들을 출연시키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이들은 한국어를 모르는 태국 종업원을 대상으로 술 게임을 하면서 성매매를 암시하는 내용을 얘기하며 시청자들에게 흥미를 유발시킨다. 시청자들은 이런 내용에 별풍선을 쏘면서 호응하거나 일부는 별풍선을 쏘며 눈살을 찌푸리는 미션을 진행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라면 대부분 방송 정지 처분을 받을 만한 미션이다.
BJ J 씨는 이런 과도한 방송을 하다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2019년 J 씨는 또 다른 실시간 플랫폼 ‘팝콘TV’ 방송에 태국 여성을 등장시켰고 이 와중에 성기까지 노출될 정도로 심각한 방송을 진행했다. 이를 본 한 시청자가 J 씨를 고발했고 결국 2020년 11월 검찰이 음란물 유포 혐의로 기소, 1심에서 징역 10월이 선고됐다. 다만 2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면서 7월 9일 J 씨는 출소했다.
이 외에도 태국 방송에서 별풍선을 받으면 여성의 가슴을 보여주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고 전해진다. 앞서의 A 씨는 “다른 방송에서는 휴대전화를 설치한 후에 몰래카메라식으로 태국 여성들을 상대로 노출을 보여주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른 한국 방송에서는 술 먹방 경우도 19금을 걸지 않으면 경고 감인데 태국 방송에서는 흔하게 벌어진다. 한국에서는 안 되지만 태국만 걸면 되는 것 같다”면서 “태국 방송 처벌 수위를 높여 달라는 게 아니라 태국과 비슷하게만 조치해달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태국 관련 방송 관련해 아프리카TV 측도 문제를 알고 있지만, 솜방망이 경고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한 태국 관련 방송 BJ는 “아프리카TV에서 태국 관련 방송을 관리하는 운영자도 유흥업소에서 방송하는 걸 다 알고 있다”면서 “2021년 4월 공지를 통해 ‘총라오(태국 유흥업소의 일종) 룸 방송 불가, 총라오 업소 여성 대기열 송출 불가, 단 테이블에 앉아서 대기 중인 여성은 송출 가능’이라고 했다. 업소에서 찍는 걸 알고 있지만, 테이블에서만 찍으면 된다는 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일부 BJ들의 행동이 태국 내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어 한국 전체에 대한 혐오감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이미 2019년 3월 태국 언론 TNEWS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에서 한국 남성에 대한 경고가 화제가 됐다”면서 “태국 여성들과 생계를 이어가는 한국인들을 조심하라. 태국 여성들과 성관계를 맺으며 비디오를 찍은 뒤 이를 돈벌이에 쓴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이후 태국에서는 한국 남자들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커졌다고 전해진다. 이런 뉴스가 이어졌지만, 태국 관련 BJ들은 잠시 활동을 멈췄을 뿐 오히려 최근에는 더 많은 BJ가 태국에서 자극적인 콘텐츠 방송이 이어가고 있다. 아프리카TV 측은 신체 주요 부위의 노출 등 수위가 높은 태국 방송을 하는 일부 BJ에 대해 경고와 함께 방송 정지 명령을 내렸다. 다만 정지 기간은 최고 3일에 그쳤다.
한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 전문가는 “태국 방송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소수이고 시청자도 적은 만큼 아프리카TV 측에서 일일이 방송을 보면서 제재를 가하기 쉽지 않은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태국 방송 관련해서 아프리카TV 측에 문의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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