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인 로스터 포함은 미정…“MLB 한 경기라도 뛰는 게 목표였는데, 아직 실감 안 나”
16일 새벽 눈을 뜨니 박효준으로부터 문자가 와 있었다. 빅리그로 향한다는 반가운 내용이었다. 2014년 116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뉴욕 양키스 마이너리그행을 택했던 박효준이 마침내 7년 만에 빅리그 무대를 밟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 뉴욕 양키스 구단에선 박효준의 콜업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미국 매체 ‘디 어슬레틱’의 뉴욕 양키스 담당 기자인 린세이 애들러는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박효준의 콜업이 확정된 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양키스의 택시 스쿼드에 합류한다’라고 전했다. 즉 박효준이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경기에 나서려면 40인 로스터에 포함돼야 하는데 아직까진 40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이다.
박효준이 뉴욕으로 이동하라고 호출 받은 건 팀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과 연관이 있다. 양키스의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은 16일 선수단 내에서 추가로 3명이 양성 반응을 보였고, 나머지 선수들도 PCR(유전자증폭) 테스트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나중에 알려진 바로는 올스타전에 출전했던 외야수 애런 저지와 포수 카일 히가시오카, 내야수 지오 우르셀라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추가됐다. 이로 인해 16일 예정된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 경기는 전격 취소됐다.
양키스는 예상치 못한 주전 선수들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마이너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에게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 그중 한 명이 박효준이다. 내야수 지오 우르셀라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만큼 박효준의 빅리그 데뷔는 거의 확실한 상태이고, 주말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홈경기가 연기되지 않는다면 곧 빅리그 무대에 설 박효준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동료 선수들의 코로나19 확진은 불행한 일이지만 마이너리그에서 맹활약하며 빅리그 입성을 기다린 박효준한테는 절호의 기회다.
박효준 선수는 지난 5월 뉴욕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스크랜턴/윌크스-배리 레일라이더스로 콜업돼 44경기에 출전해선 타율 0.325, 8홈런 25타점 6도루 출루율 0.475, 장타율 0.541로 맹활약을 펼쳤다. 박효준이 뛴 스크랜턴/윌크스-배리 레일라이더스는 ‘트리플 A 이스트’에 속한 팀으로 3디비전 20팀이 속한 트리플 A 최대 리그다. 박효준은 트리플 A 이스트에서 OPS(출루율+장타율) 1.017로 1위, 타율(0.325) 4위, 출루율(0.475) 1위, 볼넷 43개로 1위를 기록 중이다.
그동안 미국 매체들마다 박효준의 빼어난 성적을 언급하며 빅리그 콜업을 예상했지만 양키스의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박효준의 콜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팀 상황이 급박하게 변화됐고, 야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선 박효준이 필요한 상황이다.
16일 점심 무렵 뉴욕에 도착한 박효준과 연락이 닿았다.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박효준의 얼굴은 무척 밝았다. 다음은 박효준과의 일문일답.
―지금 어디에 있나.
“뉴욕 한가운데 있는 호텔이다. 구단에서 잡아준 숙소인데 뷰가 아주 좋다.”
―오늘 매우 긴 하루를 보냈을 것 같다. 뉴욕으로 가라는 연락을 어떻게 받은 건가.
“트리플 A팀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야구장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방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런데 우리 팀 감독님이 전화해선 지금 어디에 있냐고 물으시더라. 방에서 쉬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감독님이 당장 짐 싸서 뉴욕으로 가라고 하셨다. 감독님 말씀이 믿어지지 않아 진짜냐고 장난 아니냐고 물었더니 진짜라고, 빨리 가야 한다고 대답하셨다. 그때부터 정신없이 짐 챙겨서 구단 직원이 운전하는 카 서비스에 탑승했다.”
―마이너리그에 있는 동안 항상 이 순간을 기다렸을 텐데.
“처음 감독님 전화 받을 때까지만 해도 덤덤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갑자기 떨리기 시작하더라. 짐 챙겨서 차를 타기까지 지인들한테 연락조차 못했다. 먼저 부모님한테는 말씀 드렸는데 지인들한테 많이 연락하지 못했다.”
박효준이 속한 스크랜턴/윌크스-배리 레일라이더스는 16일 보스턴 레드삭스 트리플 A 팀인 우스터 레드삭스와 원정 경기를 앞둔 상태였다. 박효준은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우스터 레드삭스 홈구장 인근의 호텔에서 뉴욕 숙소까지 차로 4시간 정도 달려 이동했다고 말한다.
―4시간 동안 차를 타고 뉴욕으로 향하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양키스 유니폼을 입게 된다면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직까진 팀원들과 연습도 안 했고, 경험이 없다 보니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될 것이다.”
―혹시 트리플 A 팀에서 함께했던 동료들로부터 축하는 받았나.
“보통 콜업이 되는 경우 시합 끝나고 선수들이 있는 자리에서 발표하는 편인데 이번엔 감독님한테 직접 연락을 받고 곧장 뉴욕으로 온 거라 선수들과 이야기 나눌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동료 선수들은 평소에 내게 빨리 콜업되었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해준 터라 나중에 따로 축하해줄 것으로 믿는다.”
―아직(7월 16일 현재) 구단에선 박효준 선수의 콜업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현지 매체에서는 박효준 선수가 ‘택시 스쿼드’ 형태로 합류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정확한 신분이 어떻게 되는 건가.
“이 부분은 내가 직접 말하기 어렵다. 구단에서 직접 발표하는 게 맞는 거라 지금 말하기 곤란하다.”
―그토록 갈망했던 메이저리그가 정말 코앞에 있다. 오늘 잠이 잘 안 올 것 같다.
“솔직히 아직까진 실감이 안 난다. 그럼에도 내가 뉴욕에 있는 걸 보면 메이저리그가 가까이 있는 것 같긴 하다. 내 목표가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라도 뛰는 것이었다. 만약 그 꿈을 이루게 된다면 또 다른 목표가 생길 것이다. 계속해서 더 높은 목표를 세워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내일 일정은 어떻게 되나.
“내일 일단 경기장으로 출근한다. 그 다음은 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박효준은 자신의 신분 관련해서 구단의 공식 발표가 없는 터라 대답하는 걸 조심스러워했다. 그럼에도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된다면 팀을 위해 헌신하고, 팬들에게 인상적인 선수로 기억되길 바랐다. 박효준의 목표가, 꿈이 오랫동안 현실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응원을 보낸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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