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진호 전 진로 회장 | ||
특히 이 회사의 매각과 관련해 해외 유력 언론까지 깊은 관심을 보이는 등 국내외에서 흥미를 모으고 있다. 이달 초 영국계 유력 경제지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진로 매각 절차가 이달 중 시작될 것이라는 보도를 내보냈다. 이 같은 보도는 진로 매각건이 국제 금융계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대목이다.
사실 장 전 회장의 석방은 국내에서는 그리 크게 보도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게다가 진로 매각건을 ‘외국자본에 대한 적대적 태도 확인’이라는 이슈와 연결지어서 보도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외국계 자본의 움직임은 장 전 회장 석방 전후의 사건들과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 10월14일 서울고법 형사3부 재판부는 이사회의 승인없이 계열사에 자금을 부당지원하고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기관에서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장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5년형을 선고하고 석방했다.
그러자 그 다음날인 10월15일 진로홍콩 법인의 청산인인 켈빈 플린씨는 보도자료를 내고 “장 전 회장의 조기 석방이 그동안 우리가 지지해온 진로그룹의 정상화 및 정리계획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만약 진로의 인수합병이 실패한다면 올바른 법 시행과 경제적 투명성을 갖춘 한국의 명성은 손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플린씨는 홍콩 고등법원으로부터 진로홍콩의 청산인으로 임명받은 사람이다. 홍콩 법률에선 최대 채권자가 청산인을 지명하도록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진로홍콩의 최대 채권자는 골드만삭스.
플린씨는 한술 더 떠 10월27일 장 전 회장과 진로의 옛 경영진 7명을 부정행위와 돈세탁 및 증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장 전 회장 주변에선 “이미 검찰에 다 고발됐고 수사했던 사안에 대해 진로홍콩 청산인이 재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 전 회장 주변에서 최근 일련의 사태를 골드만삭스쪽에서 장 전 회장을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벌이는 ‘소동’으로 보고 있다.
장 전 회장쪽에선 그동안 일관되게 “골드만삭스가 진로를 거저먹으려 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자산관리공사가 갖고 있던 진로의 채권을 액면가의 15~20%의 값에 사놓고 이미 이자수입을 통해 원금 회수는 물론 몇 배의 돈을 챙겼음에도 채권을 액면가로 사가든지 아니면 인수합병을 주도해 떼돈을 벌겠다고 덤비고 있다는 것.
실제로 진로는
세계 2위의 주류회사인 얼라이드도멕(진로발렌타인스의 모회사)은 국내 기자들을 스페인으로 불러 “진로는 아시아 시장에서 매물로 나와 있는 가장 가치있는 주류업체 중 하나이며, 향후 진로 인수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수희망자 중 국내업체의 경우 진로의 최대 채권 확보자인 골드만삭스와 ‘누가 통했느냐’를 두고 진작부터 말이 많았지만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일각에선 롯데가 골드만삭스와 손을 잡고 국내 진로를 인수하고, 진로재팬을 아사히와 공동으로 인수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롯데쪽 오너그룹에서 지방 소주사 인수에 참여한 뒤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서 진로 매각전의 향방이 더욱 베일에 싸이고 있다.
다만 골드만삭스에서 장 전 회장을 다시 가두라고 요구할 만큼 그의 석방이 향후 인수전에 영향을 주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년여간 감방에서 시달린 장 전 회장은 아직은 겉으로 드러나는 움직임이 없다. 그는 최근엔 지인들을 자택으로 불러 바둑을 두고 식사를 함께 하는 등 지친 심신을 달래며 소일하고 있다.
그는 외부적으로는 재기 가능성이 극히 희박해 보이고 있다. 개인 재산이 대부분 법원에 의해 가압류된 상태일 뿐더러 1조9천억~2조5천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진로 인수대금을 마련하기도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가 갖고 있던 진로에 대한 지분 12.44%도 지난 4월30일 법원의 진로 정리계획안 인가에 따라 전량이 소각됐다. 그가 진로 인수전에 뛰어든다면 외자 유치 또는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연고가 있는 다른 기업’을 앞세워 인수전에 뛰어드는 방법뿐이다.
이런 상태의 장 전 회장임에도 골드만삭스는 여전히 그가 감방 밖에 나와있는 것을 잠재적 위협 상태로 보고 막으려 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걱정’이 현실화될지, 그저 ‘우려’에 끝날지 주목된다.
이런 상황속에 법원은 지난 10월 중순 진로의 매각주간사로 메릴린치를 지명했다. 또 진로 매각의 장애물로 여겨지던 진로재팬의 지분 문제를 놓고 법원은 진로재팬이 서울에 있는 (주)진로의 재산이라고 확정했다. 진로재팬을 겨냥하고 진로홍콩 채권을 사들였던 골드만삭스가 배제된 것.
매각주간사로 선정된 메릴린치는 당초 매각주간사의 면책 범위를 놓고 법원과 줄다리기를 했지만 법원이 요구한 사항을 수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매물로 나올 진로의 자산실사를 영화회계법인이, 매각에 따른 법률적인 측면의 실사를 율촌에서 진행중이다.
때문에 진로쪽에선 실사결과가 나오고 매각조건에 대한 조율이 끝나려면 연초에나 가서야 입찰 공고가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