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연금은 가입자가 보험료 전액을 한번에 납입하면 한 달 후부터 매월 연금 형식으로 보험금을 수령하는 상품이다. 원고들은 즉시연금 중에서도 일정 기간 연금을 수령한 뒤 만기에 도달하면 원금을 환급받는 ‘상속만기형’ 가입자들이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생명보험사들은 가입자의 만기환급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순보험료(납입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뺀 금액)에 공시이율을 적용한 금액 전체에서 일부를 공제하고 연금 월액을 산출했다. 이에 가입자들은 약관에 이 같은 공제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았고, 설명도 없었다며 2017년 금융당국에 민원을 제기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2018년 4월 차감된 연금액을 포함한 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결정하고 권고했으나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다수 생보사가 이를 거부하면서 소송전이 시작됐다.
이번 판결로 미지급금 규모가 가장 큰 삼성생명(4300억)이 1심에서 패소하면서 한화생명 등 소송이 진행 중인 다른 주요 생보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금감원이 2018년 파악한 전체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규모는 1조 원, 가입자수는 16만 명이다.
삼성생명은 미래에셋생명과 동양생명, 교보생명에 이어 네 번째로 즉시연금 공동소송에서 패소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 금융소비자연맹은 “즉시연금 미지급 반환청구 공동소송의 원고승 판결은 당연한 결과이며, 다른 보험사 공동소송건에서도 원고승 판결을 기대한다”며 “생보사들의 자발적인 지급을 바란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