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여왕’ 오컬트 장르까지 섭렵 “‘연상호 연금’ 계속 타고 싶어…마블 같은 브랜드 됐으면”
새롭게 뻗어 나간 ‘연상호 유니버스’ 안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배우 엄지원(44)이 한국형 오컬트 영화 ‘방법: 재차의’로 돌아왔다. 원작인 tvN 드라마 ‘방법’을 통해 다소 마니악한 소재의 작품도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 있다는 자신을 입증한 엄지원은 스크린으로 확장된 무대에서도 장르에 밀리지 않는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아무래도 가장 어려웠던 건 ‘정의로운 기자 임진희’에서 정의롭다는 게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일이었어요. 그런 부분이 매력적이진 않기 때문에 이 인물의 매력을 어떻게 찾아야 될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론 진희가 믿기지 않는 사건을 접하면서 반응하지만, 반응에만 그치지 않고 사건을 주도적으로 파헤쳐 가는 인물로 보였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죠. 그런 식으로 인물을 만들어가는 열쇠를 찾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던 것 같아요.”
‘방법: 재차의’에서 엄지원은 드라마 ‘방법’에서와 마찬가지로 열혈 기자 임진희 역을 맡았다. 드라마 판에서는 사회부 소속이었지만 영화에서는 퇴사 후 창업한 온라인 방송 독립뉴스채널 ‘도시탐정’을 운영하며 본격적으로 미스터리를 추적하게 된다. 보통 사람의 머리로는 도저히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직접 목격하게 되면서 이전보다 더 넓어진 시야를 갖고 유연하게 변한 모습이 눈에 띈다. ‘비현실 속 현실’을 담당하고 있는 캐릭터인 만큼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안에 스며들게 하는 리트머스지 같은 역할이다.
“연상호 작가님이 진희 캐릭터를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농담처럼 제가 능력을 안 준 것에 투정을 하면 ‘진희는 진짜 좋은 캐릭터야’라고(웃음), 사람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사람의 역할’을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너무나 중요한 인물이라고 하셨어요. 만일 ‘방법’이란 세계관이 확장된다고 생각하면 초자연적인 일들은 계속 일어날 것이고, 그걸 사람의 눈으로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진희가 화자 같은 존재가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이야기를 같이 끌어나가는 가이드 같은 거죠.”
2020년 방영한 드라마 ‘방법’이 최종회 시청률 6.7%를 기록해 유종의 미를 거두면서 후속작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시즌2의 제작 여부가 결정되기에 앞서 스핀오프 형태인 ‘방법: 재차의’가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겼다. 그러나 배우와 제작진들은 오히려 드라마보다 작업이 편했다고 말했다. 애초에 제작팀들도 모두 영화팀에서 나왔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라고.
“원래 저도 영화를 더 많이 해 왔기 때문에 작품이 스크린으로 넘어오는 것에 부담감보단 반가움이 더 많았어요. 드라마 ‘방법’ 제작진들도 사실 원래가 다 영화팀이거든요. ‘고향으로의 귀환’ 같은 느낌도 들더라고요(웃음). 저 같은 경우는 전작을 했는데 (영화를) 안 하면 작품이 안 만들어지잖아요. 제겐 옵션이 없었어요, 선택하는 것밖엔(웃음).”
‘방법’ ‘방법:재차의’는 영화 ‘부산행’과 ‘반도’로 이어지는 연상호 작가의 또 다른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다. ‘부산행’과 ‘반도’가 대한민국의 좀비 아포칼립스 사태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 반면 ‘방법’ 시리즈는 방법이라는 저주와 재차의라는 되살아 난 시신 같은 다소 생소한 한국적인 오컬트를 소재로 한다. 해외에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브랜드가 잘 알려져 있지만 한국 영화에선 이처럼 하나의 세계관 속 작품 시리즈를 제작하는 것이 아직까지는 낯선 도전이기도 하다.
“사실 저도 그렇게 세계관이 있는 장르를 하고 싶은 바람이 있던 차에 연상호 작가님을 만나게 됐고, 작가님이 그런 큰 그림을 머릿속에 가지고 계셨어요. 마블 시리즈에 출연한 배우들이 ‘마블 연금’을 탄다면 저는 ‘연상호 연금’ 월드 속으로 들어간 거죠(웃음). ‘방법: 재차의’의 다음 시리즈는 당연히 저도 계속 하고 싶은데 이번 영화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징검다리 같은 작품인 것 같아요. 이게 잘 돼야 뒤가 있지 않을까요(웃음).”
엄지원이 이처럼 ‘방법: 재차의’에 특별한 애정을 보이는 것은 단순한 ‘연상호 연금’ 때문만은 아니었다. 앞서 원작 ‘방법’에서 방법사로 활약한 백소진 역의 정지소와 끈끈한 워맨스(Woman과 Romance의 합성어)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에게 있어 이 작품은 또 다른 여성 중심의 영화로 큰 의미를 갖는다는 것.
“모든 이야기들이 다 매력적이지만 여성 중심 영화는 남성이 연기할 수 없잖아요(웃음). 제가 여성 배우이기 때문에 할 수 있고, 제가 더 잘 알고 있는 장점이 당연히 있을 거예요. 배우는 다양한 연기를 하는 것이 직업적인 역할이지만 연기를 하면서도 사람으로서의 사회적인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창구가 되기도 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여성 중심 영화라는 건 제게 있어서 연기 이상의 플러스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대중들에게 엄지원이란 이름을 각인시켜 왔던 스릴러·미스터리 장르에는 여전히 욕심이 난다고도 덧붙였다. 엄지원은 영화 ‘그림자 살인’ ‘경성학교’ ‘미씽: 사라진 여자’ 등 굵직한 작품을 통해 ‘스릴러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스릴러 장르 너무 좋아해요. 또 거기에 미스터리가 가미되면 좀 더 긴장하면서 보게 되더라고요. 제가 배우 틸다 스윈튼의 연기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너무나 고급스럽고 우아하면서 갑자기 확 엉뚱하기도 한, 다양하게 캐릭터를 해석하는 모습이 놀라웠어요. 저도 그런 해석과 표현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다면적인 모습을 지닌 캐릭터이고 싶거든요. 또 윤여정 선생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오랫동안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연기할 수 있는 배우이길 바라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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