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노조 법원에 소장 제출…최근 현대해상·삼성 노조 측 승소 등 기존과 다른 판결 나와
#SK하이닉스, 성과급 논란 2라운드?
지난 7월 14일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노조는 ‘퇴직금 경영성과급 반영’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노조 측은 소장에서 사측이 퇴직금 산정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초과이익분배금(PS)과 생산성 목표 달성에 따른 격려금(PI) 등의 경영성과급을 반영하지 않아 퇴직금을 과소지급했다고 주장했다. 퇴직금은 ‘1일 평균임금×30(일)×재직일수÷365’으로 계산한다. 1일 평균임금은 최근 3개월 동안 노동자에게 지급된 임금 총액을 그 기간의 총 일수로 나눠서 구한다.
2018년 공공기관의 성과급을 임금으로 본 대법원의 판단이 꼽힌다. 성과급이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지급대상, 지급조건 등이 확정돼 있어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있다면, 이는 평균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성과급 최저지급률과 최저지급액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소속 기관의 경영실적 평가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미지급 받아도 마찬가지였다. 성과급이 전체 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중, 그 지급 실태와 평균임금 제도 취지 등에 비춰봤을 때 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명시했다.
실제 SK하이닉스도 1999년부터 매년 5~6월경 노조와 교섭을 통해 성과급 지부 여부와 지급기준 및 한도, 지급률 등을 정하고 전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해왔다. 명칭은 △1999~2000년 성과급 △2002~2005년 인센티브 △2006년 EVA 및 생산성 인센티브 △2007년부터 현재 PI·PS로 변경돼 왔다. 2001년과 2009년을 제외하고 사측은 노사 합의안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해왔다.
반면 사측은 경영실적에 따라 매년 지급 여부, 지급률이 달라지므로 공공기관의 성과급과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성과급은 동기 부여 목적에서 은혜적으로 지급된 일시적 포상금이고, 그 지급 여부나 지급률을 결정한 것만 두고 지급 의무가 있는 임금이라고 볼 순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기관과 달리 민간기업의 경영실적 편차는 해마다 크고, 보수 규정에 성과급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은 점 등을 강조한다.
앞서 SK하이닉스 퇴직자들이 제기한 성과급 소송에선 사측이 이겼다. 1차 소송은 대법원 판단만 남겨둔 상태다. 1심과 2심에선 모두 노동의 대가로 지급되는 평균임금에 성과급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2차 소송은 아직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 이에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앞서 제기된 유사 안건 소송에서 승소 이후 대법원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만큼 최근 노조에서 제기한 소송 건도 법원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잇단 소송에 재계·노동계 모두 관심 집중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 ‘퇴직금 경영성과급 반영’ 관련 소송은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12월 서울남부지법(단독 조정현 판사)은 퇴사자가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청구한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성과급인 PS는 퇴직금이 아니라고 1심에서 판단했다. 지난 1월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도 같은 취지의 1심 판결이 서울중앙지법(단독 박연주 판사)에서 나왔다. 사측이 연이어 승소한 셈이다.
인센티브 산정과 지급 여부는 개별 노동과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박연주 판사는 “인센티브는 각 사업부문과 사업부가 보여준 재무성과와 CEO(최고경영자) 미션, 공통항목을 이행한 정도가 평가 기준이다. 노동자들이 인센티브 지급 여부나 지급 액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며 “성과 인센티브도 세계 및 국내경제 상황, 동종 업계 동향, 각국의 외교·통상정책, 경영진의 경영판단 등 개별 노동자들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로부터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봤다.
하지만 최근 기존과는 다른 판결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지난 6월 17일 서울중앙지법(재판장 이기선)은 “삼성전자가 지급하는 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해당되므로 퇴직금 산정에 포함해야 한다”고 1심 판결을 내렸다. 이 소송은 삼성전자의 물적 분할 및 매각 결정으로 근로계약이 종료된 직원 956명이 제기한 소송이다. 2016년 11월 삼성전자는 소비자가전(CE) 부문에 속해 있던 프린터 사업부를 ‘에스프린팅솔루션 주식회사’로 분할한 뒤 이듬해 휴렛팩커드(HP)에 매각했다.
이기선 재판장은 “개별 노동자들의 근로 제공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모이지 않으면 사측의 사업 수행 자체가 불가능한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개별 노동자들이 경영성과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각 인센티브가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개별 노동자들이 PI·PS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미미해 인센티브는 근로 제공과 관련성이 없다는 사측의 주장을 일축한 셈이다.
이에 발맞춰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삼성노조연대)는 성과급을 퇴직금에 포함돼야 한다는 법원 판결 관련해 집단소송을 추진키로 했다. 집단소송은 한국노총 중앙법률원과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노조연대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웰스토리 등 9개 노조로 구성돼 있다.
앞서 4월에는 12년 이상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지급한 성과급이 퇴직금 산정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도 나왔다. 현대해상화재보험 전·현직 직원 494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소송에서다. 서울중앙지법(재판장 김명수)은 “성과급은 근로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이므로 평균임금에 해당한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계정에 성과급을 포함해 계산한 금액을 추가로 납입해야 된다. 성과급은 노동관행에 의해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는 것”이라며 “22명에게 총 3000만여 원의 퇴직급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퇴직금에 성과급을 반영해야 된다는 판결이 하급심에 이어 2심, 대법원에서까지 인정되면 파장이 거셀 전망이다. 특히 기본급을 낮추고 상여금, 성과급 등 수당을 높여온 대기업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대기업들은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한편에선 기형적인 임금 구조는 기본급과 연동되는 연·월차 수당, 연장·휴일근무수당을 줄이기 위한 대기업들의 편법으로 탄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송 관련해서 밝힌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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