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지진은 일본 기상청 지진 관측 이래 최고 진도인 9.0를 기록했다. 아직까지 피해상황이 접수되고 있는 시점이지만 그 피해 규모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긴급대책 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복구채비에 나서는 모양새다. 간 나오토 총리는 11일, ‘긴급재해대책본부’를 출범하고 담화를 통해 “피해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복구의지를 밝혔다.
그렇다면 이번 대지진이 향후에 미칠 파장은 어느 정도일까. 일본은 간 총리가 천명하듯 일본 전체가 비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방위청은 미야기현 등 가장 심각한 피해지역에 우선적으로 자위대를 급파해 인명구조와 재해복구에 나선 상황이다. 소방청은 긴급구조요원 급파와 복구 장비를 총동원해 본격적인 구조 및 복구에 나서고 있고 경찰 역시 900명의 구조인력을 복구현장에 투입했다. 이러한 대규모 복구 작업은 완료시점을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구 작업에 투여되는 천문학적인 비용은 일본 경제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파장에 대해 예측을 내놓고 있다. 일본 국내총생산(GDP)과 대비해 보자면 복구를 위해 최소 1%에서 최대 3% 정도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본 산업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자동차·반도체·철강·화학산업 분야의 생산라인은 물론 통신, 에너지 등 인프라시설 역시 일부 피해가 간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해일 피해로 인한 주요 경작지 파괴로 기본적인 식료품 가격의 상승도 예상된다. 이러한 경제적 악영향은 국가 신용등급 하락과 주가 하락으로 이어져 전체적인 침체국면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역시 피해를 접한 국민들의 2차 후유증이다. 사상 유례 없는 재앙 속에 일본 국민들의 정신적 충격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과거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던 대재앙 현장에서 언제나 발생했듯, 국민들의 집단 패닉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직접적으로 드러난 피해는 아니지만, 장기간 사회 전체에 미칠 파급력만 따지면 무시 못 할 피해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일본 저명 지질학자 “지반물질 고갈되면 끝장”
일본에서 발생한 이번 대재앙으로 다시 한 번 ‘일본침몰설’이 떠오르고 있다. 일본침몰설은 일본 열도가 해수면 상승 및 지진, 화산폭발, 해일 등을 이유로 언젠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지난 1932년 예언가 에드가 케이시가 처음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실제 일본 해수면이 매년 15㎜씩 상승하고 있다는 과학적 사실과 일본에서 잦은 지진과 화산폭발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가설로 받아들여졌다. 심지어 본국 학자도 일본 침몰설을 주장하기도 했는데, 일본의 저명한 지질학자인 도쿄대의 다치바나 교수는 최근 “가까운 미래에 화산 활동으로 지반을 지탱하고 있는 지반 물질이 고갈돼 땅이 가라앉을 수 있다”고 침몰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일본침몰설은 일본인들의 공포심을 계속해서 자극해왔다. 2006년에는 고마쓰 사쿄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SF영화 <일본침몰>이 제작되기도 했다. 영화는 강도 10의 대지진이 발생해 일본 국토가 1년 안에 사라지는 비극을 내용으로 한다. 당시 이 영화는 아스팔트가 갈라지고 건물이 붕괴되는 등 침몰의 사실적 묘사로 호평을 받으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심지어 이 영화 개봉 이후 주가가 하락하고 이민자가 급증하는 등 전 일본인들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은 바 있다.
이번 대지진은 다시 한 번 일본인들의 침몰설에 대한 공포심을 극에 달하게 하고 있다. 영화 <일본침몰>에서 나온 공포의 장면이 현실에서 비슷하게 재현되면서 자연스럽게, 일본인들의 탈출 본능을 자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