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그렇다면 일본 열도 서쪽에서 강진이 발생하는 경우는 어떨까. 우리 동해안과 마주보는 곳에서 강진이 발생한다면 동해안으로 밀려드는 지진해일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실제 지진관측 이래 일본 열도 서쪽에서 발생한 규모 7.5 이상의 지진은 4차례 우리나라에 피해를 입혔다. 1983년 일본 혼슈아키타현 근해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7.07)은 강원도 등에 1~2m 안팎의 지진해일을 동반했고, 사망자 및 행방불명자 3명과 4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신진수 실장은 “80년대 발생한 지진해일이 또 발생하지 말란 법은 없다. 피해가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니 철저한 분석과 연구로 대비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일본 지진이 백두산 분화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1903년 이후 분화한 적 없는 백두산이다. 그러나 최근 백두산 인근 지역에서 이산화황이 분출된 모습이 잇달아 발견되면서 전문가들은 백두산의 불안정한 상태를 지적해왔다. 이에 한국지질지원연구원 이윤수 선임연구원은 백두산 지진활동이 부쩍 많아졌음을 지적하면서 철저한 모니터링을 강조했다. “이번 일본 지진이 백두산 분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최근 백두산 화산 전조 현상이 심상치 않은 만큼, 마그마가 얼마나 어디로 흘러가는지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해 규모가 약한 지진이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지진 안전지대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 대만 중국의 경우 지각판 경계에 위치하고 있어 지진이 발생하고 그 피해도 상당하다. 한반도 역사상 피해 규모가 가장 컸던 경우는 78년 홍성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당시 규모 5.2 지진이었다. 리히터 규모가 1.0 커지면 지진의 힘이 32배 커진다. 따라서 일본을 강타한 규모 9.0 지진은 한반도에 가장 큰 피해를 입혔던 5.2규모 지진보다 무려 약 62만 배 강도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1월 12일 중남미 수도 아이티 대참사를 유발한 규모 7.0 지진보다 약 1000배 이상의 강도다. 잦은 지진으로 피해 규모가 상당했던 일본은 1978년에 지진대책특별법을 제정해 내진설계를 비롯해 구조 체계를 정비했다. 9.0 규모의 지진은 이러한 일본의 착실한 대비를 뛰어넘는 강진이었던 셈.
그렇다면 지진 안전지대라 불리는 한반도에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12일 소방방재청은 보고서를 통해 동해에서 리히터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하면 동해안 100m 이내 연안도시가 침수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척시 원덕읍 임원항의 경우 내륙 100m까지 바닷물이 들어차고, 50m 지점까지는 높이 3~4m의 2층 주택도 침수가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해시는 해안에 3m의 지진해일이 발생하면 8개 지구 21.7ha가 물에 잠기고 36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일본보다 무려 30년 늦게 건축법에 구조내력(構造耐力)을 정한 우리나라다. 우리나라 역시 지진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