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참 많다. 연기를 정말 잘하는 배우도 많다. 아니 소름이 돋을 정도의 명품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도 있다. 요즘 신은경이 바로 그렇다. 그는 매회 방송이 끝날 때마다 ‘소름 끼치는 명품 연기’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이미 지난해 연말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신은경. 네티즌들은 올 연말에는 연기대상을 줘도 아깝지 않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끊이지 않는 소송 관련 뉴스는 배우 신은경의 이면에 자리한 불행한 개인사를 엿보게 만든다.
사실 MBC 주말드라마 <욕망의 불꽃>이 처음 시작될 때만 해도 시청자들은 신은경, 아니 그가 맡은 캐릭터 ‘나영’을 욕하기 바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악녀 캐릭터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렇지만 나영은 그 동안의 악녀들과는 차원 자체가 달랐다. 재벌가 며느리가 되고픈 ‘욕망’에 사로잡힌 나영은 재벌가와 혼담이 오가는 친언니를 밀어내기 위해 동네 청년으로 하여금 친언니를 강간하게 유도한다. 이로 인해 아버지가 충격을 받아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영은 거칠게 없다. 이 정도 상황이니 남편(조민기 분)이 다른 여인을 통해 아들을 낳은 상황에서 아들의 친모를 차로 들이받고 도주하는 정도의 설정은 뭐 대단할 것도 없을 정도다.
최근 들어서도 나영의 악역 연기는 빛을 발한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더 이상 나영을 욕하지 않는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친아들처럼 키운 민재(유승호 분), 낳자마자 죽은 줄 알았던 자신의 친딸 인기(서우 분)에 대한 나영의 모정이 너무나 실감나게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아이를 향한 엇갈린 모정으로 괴로워하면서도 여전히 ‘욕망’을 버리지 못한 채 악을 토해내는 나영을 보며 시청자들은 ‘소름 끼치는 명연기’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드라마 제목처럼 신은경의 연기는 말 그대로 욕망의 불꽃이다. <욕망의 불꽃> 제작 초기 신은경 캐스팅을 반대하는 제작진에게 정하연 작가가 “이렇게 감정이 자주 바뀌는 복잡한 인물을 연기할 배우는 신은경 말고 없다”며 밀어붙였다고 하는데 그의 안목은 정확했다.
@삶의 아픔이자 연기의 원동력 ‘모정’
배우 신은경의 필모그래피는 몇몇 사건들로 인해 크게 변화했다. 93년 드라마 <마지막 승부>로 주목받기 시작해 94년 <종합병원>으로 절정의 인기를 달렸다. 그렇지만 96년 무면허 음주운전으로 사고까지 내면서 일대 위기에 내몰렸다. 신은경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노는계집 창>에 출연해 파격적인 노출 연기를 선보이며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연예계 활동에 치명타가 됐을 음주 물의가 오히려 청춘스타의 이미지를 깨고 연기파 배우로 거듭나는 계기가 된 것. 이후 흥행성보다는 작품성이 돋보이는 영화 <링>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다진 신은경은 2001년 <조폭마누라>를 통해 흥행 신화의 주인공으로 거듭난다. <조폭마누라2>까지 흥행에 성공하며 다시 정상의 자리에 선 신은경은 2003년 화려하게 결혼한다. 결혼한 뒤 영화 <6월의 일기> <미스터 주부퀴즈왕> 등에 출연하지만 흥행 성적은 시들했다. 결혼과 함께 하락세를 탄 것으로 보이던 신은경은 2007년 이혼하면서 다시 한 번의 터닝 포인트를 갖는다.
김수현 작가의 <엄마가 뿔났다>를 통해 시동을 걸기 시작한 명품 연기는 아침드라마 <하얀 거짓말>을 통해 절정을 향해 치닫기 시작했고 비로소 <욕망의 불꽃>에서 정점을 찍었다.
지난 2007년 9월 <일요신문>에선 신은경의 아이가 큰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단독 보도한 바 있다. 그 당시 이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신은경이 2008년 11월 MBC 아침드라마 <하얀 거짓말> 제작발표회에서 아들이 뇌수종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최초로 털어 놓았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 ‘은영’에 대해 설명하며 “실제로 네 살 된 아이가 있다. 출생 10개월에 뇌수종 판정을 받았고 아직도 아픈 상태다. 일을 하다 보니 잘 돌보지 못했고 지금은 아빠에게 가 있다. 그래서 이번 드라마를 통해 모성을 더 깊이 있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극중 은영은 실제 나와 비슷한 처지이지만 밝아 보인다. 은영을 연기하면서 힘을 얻어 분발하려고 한다”고 뼈있는 말을 남겼다.
@거듭되는 소송, 여전히 지속되는 결혼 후유증
아이가 뇌수종과 같은 큰 병을 앓는다는 것은 엄마 입장에선 너무나 큰 상처일 수밖에 없다. 아이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 이혼 과정에서도 양육권을 가져오려고 애를 썼던 신은경은 결국 연기에 집중하기 위해 <엄마가 뿔났다> 출연을 즈음해 아이를 전 남편에게 보냈다. 그리고 그 애끓는 모정은 고스란히 연기로 묻어났다. 이런 모정을 원동력으로 한 두 작품 <하얀 거짓말>과 <욕망의 불꽃>을 통해 그는 명품 연기를 선보이는 진정한 배우가 된 것이다.
<하얀 거짓말> 출연 당시 신은경은 “아침극은 짧은 시간에 감정 기복이 심한 모습을 연기해야 하는데, 그 정도 인생의 깊이가 없다고 생각해 몇 년 전까지 자신이 없었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최근 여러 가지 일을 통해 인생의 깊이를 잘 알게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안타까운 부분은 이혼 이후 지금까지 잊힐 만하면 한번씩 불거지는 소송 관련 뉴스다. 연예기획사 대표였던 전 남편 김 아무개 씨가 빚을 졌는데 채무 연대보증인인 신은경이었다. 그런데 신은경은 이를 전혀 몰랐다고. 전 남편이 신은경의 동의 없이 인감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신은경은 이혼했지만 전 남편의 채무를 떠안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이로 인해 그는 전 남편을 상대로 형사 소송을 제기해야만 했다. 다행히 2008년 12월 서울중앙지법이 신은경에게 연대보증 책임이 없다고 판결하면서 빚을 갚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데 2010년엔 사기 및 횡령 혐의로 소송을 당했다. 이로 인해 신은경이 지명수배중이라는 뉴스가 보도돼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건 역시 신은경은 무혐의 처분을 받고 고소가 취하됐다.
이렇게 각종 소송에서 모두 벗어나 연기에 집중하고 있던 신은경은 지난 2월 또 다시 피소당했다. 이번엔 개인 대부업자 서 아무개 씨가 2월 16일 서울중앙지법에 신은경과 전 남편 김 씨에게 각각 2억 원과 2억 7000만 원을 갚으라고 민사소송을 낸 것. 전 남편 김 씨는 지난 11일 사기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신은경의 매니저는 “신은경은 이번 소송과 연관이 없다. 전 남편의 채무 문제 때문에 자꾸 피해를 본다. 신은경의 전 남편이 실형을 당한 상황이기 때문에 대부업자가 신은경 씨에게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보이며 “신은경 씨가 가만히 있으니 더 이러는 것 같아 이번엔 맞고소까지 불사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한쪽 눈 실명도 막지 못한 연기 열정
신은경의 불행은 아픈 아이와 불행한 결혼 생활의 후유증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003년 영화 <조폭마누라> 촬영 당시 사고를 당해 한쪽 눈을 실명한 것. 유난히 액션 연기가 많았던 이 영화를 촬영하던 도중 신은경은 상대 배우가 휘두른 각목 조각이 왼쪽 눈에 들어가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치료를 받았지만 그때부터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 시력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고 결국은 시력이 거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배우 입장에서 한쪽 눈 실명은 치명적이다. 우선 눈에 초점을 맞추기 힘들고 촬영장에서 사용되는 강한 조명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신은경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시력이 안 좋아진 것이 연기 생활에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말할 정도로 무서운 프로 정신을 선보인다.
신은경의 5년여 만의 스크린 컴백작 <두 여자> 제작진은 그의 프로 정신에 박수 갈채를 보낸다. <두 여자>의 한 제작관계자는 “제작진은 촬영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배려를 해주려 했지만 영화를 촬영하는 내내 신은경이 한쪽 눈 시력저하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면서 “아무래도 제작진과 동료 배우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그런 것 같은데 촬영 내내 신은경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촬영에 임했다”고 말한다.
“수없이 많이 포기하고 싶었는데 그때마다 포기 못했던 건 제 주위에서 진심으로 제가 잘되길 바라며 도와준 많은 분들이 계셨기 때문이다. 그분들에게 처음으로 보답해드리는 것 같아 너무 기쁘다. 잘 살겠다.”
지난해 연말 MBC 연기대상 최우수상을 받은 뒤 밝힌 신은경의 수상소감이다. 배우 신은경은 인간 신은경에게 주어진 시련을 더욱 깊이 있는 연기로 승화시켜 오늘날의 명품연기를 완성시켜왔다. 그런 신은경에게 포기란 있을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드라마 <욕망의 불꽃>에서 나영을 상징하는 것이 ‘욕망’이라면 현실에서 배우 신은경을 상징하는 것은 ‘열정’일 것이다. 그 열정이 가득 담긴 명품 연기를 볼 수 있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청자들에겐 큰 축복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
훌훌 벗으니 열정이 활활
신은경이 출연한 <두 여자>는 파격적인 노출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영화 <노는계집 창>에서 이미 한 차례 노출을 선보인 바 있지만 30대 중반에 아이 엄마가 된 신은경의 노출은 또 다른 파격으로 다가왔다.
항간에선 계속되는 소송 등으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신은경이 <두 여자>에 출연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노는계집 창>에 출연할 당시의 특수한 상황 때문인지도 모른다. 무면허 음주운전 사고로 정상적인 연예계 활동이 어려워진 신은경은 <노는계집 창>을 컴백작으로 결정했다. 거장 임권택 감독의 영화라는 점에서 작품성이 담보됐고 파격적인 노출까지 감행하는 열정이 대중의 날카로운 시선을 누그러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노출 카드를 꺼내들었던 신은경이 다시 파격적인 노출 연기를 감행한 데에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해진 것이다.
그렇지만 영화관계자들은 신은경의 <두 여자> 출연을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배우 신은경의 필모그래피가 갖는 특징은 코믹, 멜로, 액션,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연기에 있다. 노출 역시 그의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것.
<두 여자> 제작진은 노출 장면에서 배우 신은경의 열정이 더욱 돋보였다고 말한다. 상대 배우 정준호와 권성민은 모두 베드신이 처음이다. 그러다 보니 신은경이 상대 배우를 리드하며 농염한 연기를 선보였다고. <두 여자>의 홍보사 관계자는 “신은경은 권성민에게 동작 하나하나까지 친절하게 코치하며 리드해 무사히 촬영을 끝낼 수 있었다”고 촬영 현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베드신이 아닌 욕실에서의 동성 노출신에서도 신은경은 후배 심이영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줬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