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열 회장의 자전거 사랑
구자열 회장은 2002년 6박 7일에 걸쳐 ‘트랜스 알프스 산악자전거대회’를 완주하는 등 자전거 마니아로 유명하다. 해당 대회는 알프스 산맥 약 650km를 자전거로 달리는 대회다. 또 구 회장이 지금까지 수집한 자전거는 300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송강재단은 2018년 국립과천과학관과 ‘세계 희귀자전거 총집합’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종목 단체장을 맡고 있는 재계 인사들은 최근 2020 도쿄올림픽 관련 포상금을 내걸어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하면 1인당 1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했고, 한국배구연맹 총재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여자 배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면 총 5억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대부분 종목은 협회 차원에서 포상금을 지급하지만 대한자전거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구자열 회장은 사비로 추가 지원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대한자전거연맹은 메달 획득 여부에 관계없이 대표팀 선수들에게 5000만 원을 지급하고, 메달을 따면 추가 포상금을 전달할 방침이다. 구자열 회장은 대한자전거연맹이 지급한 포상금과 동일한 액수를 사비로 추가 지급할 계획이다.
#LS그룹의 야심찬 자전거 사업
LS그룹 계열사 LS네트웍스는 2010년 4월 자전거 전문 유통 브랜드 ‘바이클로’를 출범시켰다. 당시 LS그룹 회장은 구자홍 현 LS니꼬동제련 회장이었고, 구자열 회장은 LS전선 회장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구자열 회장은 LS네트웍스 이사직을 겸하면서 바이클로 출범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클로 오픈 행사에 참석한 LS그룹 측 인사는 구자열 회장을 비롯해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 이대훈 당시 LS네트웍스 대표이사 부회장 등 세 명이었다.
단순히 구자열 회장이 자전거에 관심이 많다는 이유로 바이클로가 탄생한 것은 아니었다. LS네트웍스는 바이클로 출범을 계기로 아웃도어·스포츠 전문 유통 업체를 설립할 계획이었다. LS네트웍스는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를 갖고 있고, 미국 신발 브랜드 스케쳐스와 독일 아웃도어 브랜드 잭울프스킨, 일본 아웃도어 브랜드 몽벨 등의 국내 유통을 맡고 있었다.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한 LS네트웍스는 2011년 아웃도어 멀티숍 ‘웍앤톡’을 오픈해 본격적인 유통 사업에 나섰다. 웍앤톡과 바이클로의 마일리지는 서로 공유가 가능해 시너지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웍앤톡은 실적 악화로 2013년 시장에서 철수했고, LS네트웍스의 브랜드 유통 사업도 부진을 거듭하면서 사업권을 하나둘 매각했다. 현재 LS네트웍스가 유통하는 브랜드는 프로스펙스와 몽벨뿐이다. 프로스펙스는 자체 브랜드지만 전량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으로 상품을 제공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이클로를 두고 외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소상공인이 주로 하는 자전거 유통업에 대기업인 LS그룹이 진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인 것. 당시 한국자전거판매업협동조합 측은 “자본력을 앞세운 LS그룹이 자전거 대리점까지 운영하면 소상공인의 위축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바이클로는 계획했던 가맹점 사업 계획을 포기했고, 직영점만 운영하고 있다.
대신 바이클로는 자전거 제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바이클로는 2014년 독자 브랜드 무브(MOUVE)를 개발해 로드자전거 PL-R01을 선보였다. 2015년에는 로드자전거 R3.5와 R2.4, 시티자전거 퍼즐을 출시하는 등 라인업을 확대했다. 그러나 이를 마지막으로 무브의 신제품 출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계속되는 부진, 바이클로 미래는?
LS네트웍스는 2016년 바이클로 사업부를 분할해 별도 법인으로 탄생시켰다. 당시 LS네트웍스는 분할 이유에 대해 “핵심 사업에 대한 경영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사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바이클로 유통 사업을 분리해 신설회사를 설립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분할 후에도 바이클로의 실적은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바이클로는 매년 10억~25억 원의 적자를 기록 중이고, 현재까지 흑자를 기록한 적은 없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은 자전거 유통뿐이다.
한 자전거 유통업체 관계자는 “고객들은 대부분 자전거 브랜드를 보고 구입하기 때문에 특정 브랜드 전문 매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에서 구입이 어려운 자전거를 들여오는 것이 아니면 일반 자전거 매장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라고 전했다.
실적이 좋지 않다보니 LS그룹이 자전거 관련 사업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LS 측은 철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LS네트웍스 관계자는 “내부 경영 사정상 무브 자전거 출시는 하지 않고 있고, 여러 비판을 받다보니 사업 확장에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전기자전거를 도입하는 등 사업적인 측면에서 다각화를 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라그룹 만도, 자전거 제조 사업 철수…모듈 사업만 진행
한라그룹 계열사 만도는 2012년 전기자전거 ‘만도풋루스’를 출시해 자전거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만도는 3년 내 유럽 프리미엄 자전거 시장 점유율 10%를 목표로 삼았다.
만도풋루스는 체인이 없는 자전거로 페달을 밟아서 돌리는 힘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이었다. 상당히 실험적인 자전거로 평가받았지만 판매량은 신통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만도는 2017년 3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연동 시스템이 접목된 HMI(Human Machine Interface)를 적용한 만도풋루스 아이엠을 출시했다. 그러나 만도풋루스 아이엠 이후 신제품 출시는 끊겼다. 한라그룹 관계자는 “현재 자전거 제조 사업은 하지 않고, 자전거 모듈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LS그룹과 한라그룹 모두 야심차게 자전거 사업에 진출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는 이루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연구원은 “예전보다 자전거 수요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날씨와 미세먼지 등 한국의 기후로 인해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자이언트, 메리다 등 해외 고가 자전거 업체들의 공격적인 단가 인하로 국내 업체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