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나이에 데뷔했음에도 ‘강철부대’ 성공 이끌며 2년여 만에 스타덤 올라
박군은 2020년 SBS ‘트롯신이 떴다2’를 통해 얼굴을 알린 신인 트롯 가수다. 1986년생으로 올해 35세인 그는 적지 않은 나이에 데뷔했음에도 2년여 만에 스타덤에 올랐다. 인기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광고계에서도 그의 진가는 드러난다. 젊은 층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게임부터 중‧장년층을 겨냥한 건강 관련 제품, 여름철 생활용품 등 브랜드의 모델로 잇따라 발탁됐다. 임영웅과 영탁 등 TV조선 ‘미스터트롯’이 배출한 트롯 스타들의 틈에서 빠르게 박군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드라마틱한 인생사…존재감 알린 밑바탕
박군은 ‘트롯신이 떴다2’에 출연할 때까지만 해도 인지도가 전혀 없는 무명 가수였다. 저마다 사연을 갖고 경연에 동참한 여러 트롯 가수들 사이에서 그가 단연 주목받은 데는 특전사 출신이라는 이색적인 경력은 물론, 어렵게 자란 성장 과정으로 대중의 애틋한 감정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앞서 홀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효심을 드러내 스타덤에 오른 임영웅과 비슷한 과정이다.
박군의 원래 직업은 육군 특전사였다. 스무 살에 직업 군인으로 입대해 15년 동안 각종 특수훈련을 섭렵했다. 일찌감치 군 복무를 시작한 데는 암으로 투병하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6살 때 부모가 이혼하면서 어머니와 둘이 살았던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말기 암 판정을 받으면서 일찌감치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신문을 배달하고, 중국집에서 일하면서 학업을 마쳤다. 어머니의 약값을 벌고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그의 바람과 달리 박군이 군에 입대하고 3년 만인 2007년 어머니는 결국 세상을 떠났다. 방송을 통해 공개된 어머니를 향한 그의 절절한 사모곡에 중‧장년층은 크게 공감하고 있다.
육군 특전사였던 박군이 느닷없이 트롯 가수가 된 데는 우연히 도전한 오디션에서 덜컥 합격한 게 계기가 됐다. 2019년 초 온라인에서 ‘한잔해’라는 제목의 트롯 곡을 부를 가수를 뽑는다는 오디션 공고를 본 그는 틈틈이 연습해 노래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응모했다. 최종 합격한 이후 두 달 동안 트롯 기본기를 익혔고 같은 해 9월 정식으로 ‘한잔해’ 싱글 앨범을 출시하고 데뷔했다. 불과 몇 개월 만에 벌어진 꿈 같은 일들이다.
물론 노래나 가수에 관심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박군은 데뷔 이후 몇몇 인터뷰에서 “부대에서 장기자랑을 할 때 앞에 나가 노래를 부르거나, 노래로 봉사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평소 가창력으로 노래하길 주저하지 않았던 그에게 오디션 응모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직업 군인을 관두고 가수로 전향하는 일은 결단이 필요했다. 주변 사람들의 만류도 극심했다. 특히 15년 동안 근무한 부대에서 4년만 더 복무하면 안정된 생활이 보장되는 연금까지 받을 수 있던 상황이기에 주변 반대는 심했다. 군인에서 트롯 가수가 된다는 그의 결심에 가까운 이들도 선뜻 공감하지 못했지만, 뜻을 굽히지 않는 그가 전역할 즈음엔 오히려 동료들의 응원을 받았다고 했다.
#‘강철부대’ 활약으로 스타덤…이승기의 상사이자 후배
박군이 유명세를 얻고 열혈 팬층으로 형성된 팬덤까지 구축한 결정적인 배경에는 채널A의 군대 예능프로그램 ‘강철부대’가 있다. 최정예 특수부대 출신 예비역들이 팀을 이뤄 각 부대의 명예를 걸고 싸우는 서바이벌 ‘강철부대’에서 박군은 특전사 출신다운 진가를 유감없이 보이면서 프로그램의 성공을 이끌었다. 24명의 최정예 특수부대 예비역이 출연한 가운데서도 유독 실력을 과시하면서 2030세대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박군의 초반 활약에 힘입어 ‘강철부대’는 기존 군대 예능과 차원이 다른 현실감 넘치는 스타일을 구축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인기는 시청률로도 드러난다. 3월 23일 첫 방송 시청률이 3.4%(닐슨코리아 기준)로 출발해 상승을 거듭한 끝에 5월 18일 방송에서는 6.8%를 기록해 역대 채널A 예능 사상 최고 수치를 달성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에서도 동기에 공개됐고, 방송 내내 ‘가장 많이 본 한국콘텐츠 톱10’을 유지했다. 현재 제작진은 ‘강철부대’ 시즌2를 구상 중인 가운데 박군의 참여도 유력하다.
현재 박군은 SBS ‘미운 우리 새끼’를 비롯해 ‘정글의 법칙’ 등 예능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특히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어머니를 대신해 자신을 돌봐준 이모들과 애틋한 관계를 보여주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최근 방송에서는 24K 금반지를 사서 어머니의 묘소를 찾아 건네는 모습으로 안방 시청자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집사부일체’에서는 진행자인 가수 이승기와 특전사 시절 겪은 일화를 공개해 주목받았다. 박군과 이승기는 실제로 같은 지역 부대에서 복무한 특전사 선후배 사이다. 복무 당시 박군은 이승기를 담당한 상사였다. 당시 함께 훈련하면서 “이승기 병장”으로 호칭했지만, 트롯 가수로 데뷔한 이후에는 활동 경력을 깍듯이 따지면서 “이승기 선배님”이라고 부른다.
박군은 최근 SBS 뉴스와 인터뷰에서 “국가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재입대하겠다”고 말했다. 남들은 한 번 가기도 꺼리는 군대에 다시 입대할 수도 있다는 그의 발언으로 호감도는 수직상승했다. 군인 출신답게 몸도 마음도 건강한 모습이 남녀노소 팬들을 사로잡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
이해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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