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기업 프로케어 매출 대부분 오너기업 티시스에서 나와…태광 “경쟁입찰 통한 것”
태광은 계열사 소유 빌딩의 관리를 주로 티시스를 통해 하고 있으며 티시스는 다시 프로케어에 '재하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되는 까닭은 티시스가 오너 일가 지분이 포함된 회사기 때문이다. 게다가 프로케어는 GS그룹 일가이자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의 첫째 매형인 허승조 태광그룹 일주학술문화재단 이사장의 두 딸이 지분 100% 가지고 있는 회사다. 즉 프로케어 오너에게 이호진 전 회장은 외삼촌이다.
이들 거래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미 2018년 있었다. 당시 금융정의연대는 프로케어가 흥국생명 광화문 본사와 서울 강남, 영등포 사옥, 경기 성남과 일산 사옥, 동해와 순천 사옥, 흥국생명 연수원 관리를 맡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태광그룹과 계열사 흥국생명이 오너인 이호진 전 회장의 친인척이자 일주재단 이사장인 허승조 이사장의 딸들이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프로케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계열사+특수관계인 거래' 비중은 2018년 93%, 2019년 86%, 2020년 87% 수준이다. 내부거래로 볼 수 있는 이러한 거래를 통해 얻은 프로케어의 매출은 2018년 107억 원, 2019년 115억 원, 2020년 117억 원이다.
이중에서 프로케어가 티시스를 통해 얻은 매출은 2018년 106억 원, 2019년 113억 원, 2020년 115억 원 수준이다. 프로케어의 전체 매출의 80%가 넘는다. 이 기간 프로케어의 '계열사+특수관계인 거래'에서 티시스 몫을 제외하면 연평균 2억 원(2018년 5526만 원, 2019년 1억 8000만 원, 2020년 1억 8600만 원)이 채 안 된다.
프로케어의 이 같은 매출구조는 사돈기업인 태광그룹 덕일 수 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다시 말해, 태광그룹이 사돈기업에 빌딩관리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018년 문제제기 이후에도 태광(흥국)-티시스-프로케어의 관계는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태광그룹이 프로케어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통상 빌딩 관리를 맡길 때 빌딩 소유주나 빌딩 관리가 필요한 법인이 직접 업체를 선택해 맡기는 것이 불필요한 거래를 줄여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식인데, 빌딩 관리가 필요한 흥국생명은 티시스에 빌딩 관리를 맡겼고, 티시스는 다시 프로케어에 일감을 넘긴 것이다. 프로케어가 흥국생명 빌딩 관리 일감 대부분을 티시스를 통해서 받았던 것이다.
일례로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흥국생명 소유의 흥국생명빌딩의 빌딩 관리는 프로케어가 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케어에 일감을 준 곳은 흥국생명이 아닌 티시스로 보인다. 빌딩 관리를 하청받은 티시스는 이를 프로케어에 재하청하면서 수수료 등을 챙겨가고 있다. 티시스의 통행세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대목.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 같은 구조는 그리 생소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흥국-티시스-프로케어'가 모두 태광그룹 오너 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회사기 때문에 의혹을 살 만하다. 기업지배구조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현재 드러난 흥국생명→티시스→프로케어의 거래에서 티시스의 역할이 단순히 빌딩관리 계약체결이라면 티시스가 일명 통행세를 거둬가는 것 아닌가 의심해 볼 여지가 있다”면서 “특히 티시스가 오너 일가의 지분이 적지 않은 회사기 때문에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5월 15일 기준 이호진 전 회장과 그의 아들 이현준 씨의 티시스 지분은 각각 55.8%, 37.9%로 총 93.7%에 달했다. 이후 태광그룹이 지배구조개선 작업에 착수하면서 티시스를 분할·합병하는 과정에서 이호진 전 회장과 이현준 씨 지분율은 낮아졌다. 2020년 5월 1일 기준 이들의 지분율은 각각 4.2%, 11.3%로 확인된다. 또 이호진 전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 지분이 많은 태광산업과 대한화섬도 티시스 지분을 각각 46.3%, 33.5% 갖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그룹 계열사 소유의 빌딩 관리 업체로 그룹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나 차명회사가 선정돼 이를 다시 하청하는 방식으로 통행세를 걷는 방식이 흔했다”면서 “최근에는 공정위의 감독이 강화되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이 같은 수익구조와 연결은 친인척 간 거래라는 점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공정하지 않은 거래일 경우 '사익편취'로 공정위에 걸릴 수도 있어 기업 스스로 아예 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 대기업 고위 인사는 “빌딩관리업무에 경비·미화·전기 등 세부업무가 워낙 다양해 재하청이 불가피할 때가 있고 이따금 이 업무들을 친인척 지분이 많은 소규모 회사에 주는 사례가 있다”며 “그래도 대기업에서는 주변 시선이 있어 되도록 관계를 안 가지려 한다”고 말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티시스가 원래 빌딩 관리도 하는데, 인력 등 부족한 부분을 프로케어에 맡기고 있다”며 “태광그룹 계열사가 티시스와 거래할 때는 철저히 경쟁입찰을 통하기 때문에 부당한 거래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티시스에도 관련 질의를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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