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치 ‘바비 인형’ 발언으로 국민 여동생 등극…양첸 과거 올린 ‘나이키’ 사진 탓 뒤늦게 공격 받아
7월 27일 여자 다이빙 10m 싱크로나이즈 부문에서 중국의 신예 콤비 장자치와 천위시가 우승을 차지했다. 장자치는 2004년생, 천위시는 2005년생이다. 둘은 기라성 같은 선수들을 제치고 363.78이라는 높은 점수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상 후 한 기자는 17세의 장자치에게 “코치에게 무슨 선물을 달라고 할지 생각해 봤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장자치는 “음, 아직 생각해보진 않았어요”라고 말을 꺼낸 뒤 “아마 바비 인형일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바비 인형을) 좋아하거든요”라고 답하며 웃었다.
전국으로 보도된 이 장면은 SNS와 인터넷 등에서 빠르게 퍼졌고 큰 화제를 모았다. 검색 순위엔 장자치, 금메달과 함께 바비 인형이 올랐다. “얼른 바비 인형을 우리 동생에게 사주세요” “장자치 주소가 어디죠”라는 글들이 쏟아졌다. 장자치는 단숨에 ‘국민 여동생’ 반열에 올랐다.
다음 날인 7월 28일 장자치는 생방송을 통해 “바비 인형을 사주지 않아도 된다. 혼자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더 큰 후폭풍(?)을 낳았다. 그래도 어른들이 사줘야 한다는 쪽과 본인 뜻대로 직접 사게 하자는 여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한 블로거는 “장자치가 직접 사겠다는 생각을 했다니 정말 기특하다. 딸을 시집보내는 기분이 든다”라고 썼다. 반면, 한 누리꾼은 “누군가 압력을 넣은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든다. 우리가 알아서 보내줄 테니 절대 혼자 사지 마라. 지금은 받아도 되는 나이”라고 했다.
바비 인형 공식 판매처가 인형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지만 장자치는 “감사하지만 제가 직접 사겠다”라며 거절했다. 많은 팬들이 이 판매처로 전화를 걸어 장자치에게 인형을 선물하라고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유쾌한 공방은 그만큼 장자치의 인기가 높다는 것을 반영한다. 사실 장자치는 2년 전 개인 SNS에도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5000위안(89만 원가량)짜리 바비 인형을 갖고 싶다고 썼다. 하지만 그때엔 이런 소동이 일어나지 않았다. 장자치를 아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인생이 바뀐 2000년대생 스타는 또 있다. 바로 사격의 양첸이다. 양첸은 도쿄 올림픽 ‘1호 금메달리스트’다. 개인전에 이어 혼성 부문까지 금메달을 따며 ‘2관왕’에 올랐다. 중국에 첫 번째 금메달을 안긴 양첸은 2000년에 태어났다. 올해 21살로 현재 명문 칭화대에 다니고 있다.
양첸이 금메달을 딴 후 각지에선 후원이 쇄도하고 있다. 한 기업은 그에게 고가의 집을 선물했다. 하지만 양첸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1년 전 SNS에 나이키 신발을 올렸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일부는 “중국에서 물러가라”고 소리치지만 대부분 환호하는 모습이다.
여자 조정 ‘4인방’도 2000년대생들이다.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 한 차례 우승을 했던 이들은 도쿄 올림픽 결승에서 2위인 폴란드를 큰 차이로 누르고 여유 있게 1위를 차지했다.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인 이들은 우승이 확정된 후 환하게 웃음 지으며 서로 끌어안았다.
천윈사, 장링, 뤼양, 추이샤오퉁 ‘4인방’은 2008년 이 부문 우승 후 13년 만에 다시 금메달을 되찾았다. 해설자는 “중국 조정의 대물림”이라면서 울먹였고, 많은 시청자들 역시 감격했다.
이들을 지도한 것은 중국 조정의 전설 장수운이었다. 장수운은 세계챔피언이었지만 금메달은 따지 못했다. 그게 한이었던 장수운은 금메달을 위해 어린 소녀들을 괴롭혔다. 지독한 훈련으로 말이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후 “그동안 수고했다. 우리가 우승했으니 이제 푹 쉬시라”고 스승에게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과도한 관심은 자칫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과거 사진으로 사이버 폭력을 당한 양첸처럼 말이다. 지나친 스포트라이트는 전도유망한 선수들에겐 때론 독이 될 수 있다. 유망주들이 악플 세례를 견디지 못하고 은퇴한 사례들은 수도 없이 많다.
2016년 때 한 선수가 동메달을 딴 뒤 “만족한다”고 했다가 인터넷에서 인신공격성 성토를 당해 결국 은퇴한 적도 있다. 당시 일부 누리꾼들은 그의 가족을 비롯해 삶 전 체를 공격했다. 2000년대생들은 이제 시작이다.
잘하면 박수를, 못 하면 격려가 필요한 선수들이다. 당국이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SNS 등에 ‘금지어 32개’를 추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선수들이 과도한 비난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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