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림이 새롭게 진출하려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기업들이 주목하는 분야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환경 문제에 대한 긴박감이 더해지면서 글로벌 주요 경제권에서는 기존에 비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크게 강화하는 모습”이라며 “이상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환경을 비롯한 ESG 투자의 기저에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개념이 있다”고 전했다.
쌍방울그룹 측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광림은 전기특장차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으로 충전된 전기특장차를 위한 에너지원의 하나로 풍력을 검토 중”이라며 “근해 해상 풍력에너지를 활용하는 비즈니스모델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안한 상태”라고 전했다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은 사업 다각화에 대한 관심을 수차례 공개적으로 내비쳤다. 양 회장은 지난 6월 회장에 취임했지만 2013년부터 2018년 3월까지 쌍방울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2018년 5월부터 현재까지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신사업 진출의 일환으로 쌍방울그룹은 지난 6월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했다. 쌍방울 계열사인 광림, 아이오케이, 미래산업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스타항공 인수를 시도한 것. 그러나 이스타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건설회사 성정이 선정됐다. 비록 이스타항공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사업 다각화에 대한 양 회장의 의지는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쌍방울 계열 연예 기획사 아이오케이가 사업목적에 ‘태양광 제조·판매업’과 ‘태양광 발전업’을 추가했다. 광림과 아이오케이가 동시에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관련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것으로 보아 쌍방울그룹 차원에서 친환경 에너지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쌍방울 측은 이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사업 추진 주체는 그룹이 아니라 광림이라는 설명이다.
아이오케이는 태양광 사업 외에도 △신약 개발업 △생명공학 제품의 연구개발 사업 △의료기기·의료용구 및 위생용품의 제조·가공·매매 및 수출입업 등을 추가해 사업 확장을 예고했다. 아이오케이는 지난 7월 23일 캄보디아 유통회사인 ‘CP 바이오젠 캠브’와 코로나19 진단키트 제품 공급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본격적인 신사업에 나서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경우, 적지 않은 대기업이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과거부터 태양광 사업에 주력한 한화그룹과 OCI그룹을 비롯해 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 등도 신재생 에너지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쌍방울그룹의 계열사인 광림 입장에서는 힘겨운 경쟁이 예상된다. 광림의 자본총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792억 원에 불과하다. 광림은 2018년 284억 원의 적자를 거뒀고, 2019년과 2020년에도 각각 140억 원, 238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최근 몇 년간 실적도 부진하다. 아이오케이의 자본총액은 1020억 원으로 광림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앞서의 다른 대기업과 비할 바는 아니다.
광림이 쌍방울 등 계열사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지만 기대만큼의 실적을 내지 못하면 쌍방울그룹 전체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쌍방울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적지 않아 광림에 대대적인 지원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쌍방울에 대해 “노후화된 브랜드 이미지와 과도한 할인판매 기조 등으로 사업 안정성이 열위에 있다”며 “관계사 지분투자 및 대여금 등으로 현금유출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광림은 친환경 에너지 관련 경험이 전무하다. 광림의 사업부문은 크게 크레인 사업과 특장차 사업으로 나뉜다. 특장차란 소방차, 제설차 등 특수한 장비를 갖추고 특수한 용도에 쓰이는 자동차를 뜻한다. 친환경 에너지와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사업들이다. 친환경 에너지 관련해 경쟁력이 뒤처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쌍방울 측은 특장차 관련 사업을 통해 에너지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의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향후 전기 및 수소 특장차 등 탄소 관련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특장차를 개발하기 위한 준비 단계에 있으며 그 중 가장 접근성이 좋은 태양광과 풍력을 택했다”라며 “대기업과 견주어 경쟁력이나 노하우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대해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지식이 깊은 전문가를 영입할 계획도 갖고 있다”라고 전했다.
광림, 박주원 전 안산시장 사내이사로 영입
광림은 오는 8월 임시주주총회에서 박주원 전 안산시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검찰 사무관 출신인 박 전 시장은 2006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안산시장에 당선돼 4년 동안 안산시를 이끌었다. 안산시장 퇴임 후 몇 차례 국회의원에 도전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2020년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소속으로 안산 상록 갑 지역구에 출마했지만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패했다.
박주원 전 시장은 차기 안산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 지방선거는 2022년 6월 1일 진행될 예정이다. 박 전 시장이 당선되면 광림에서 1년도 근무하지 못하고 사퇴해야만 한다. 국민의힘 안산 상록 갑 사무실 관계자는 “박 전 시장이 광림 사내이사로 취임하려는 것은 맞다”면서도 “안산시장에 출마할 계획이고, (광림 사내이사 관련해서는) 그때 가서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광림은 이전부터 정관계 인사 영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현재 광림에는 김방림, 김형기, 두 명의 사외이사가 있다. 김방림 사외이사는 2000년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인물이고, 김형기 사외이사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4월부터 2003년 2월까지 통일부 차관을 역임했다. 김형기 사외이사는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자문단인 ‘10년의 힘 위원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앞서 2016년 3월, 광림은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동생 반기호 전 보성파워텍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하기도 했다. 반기호 전 부회장은 2017년 2월 1일 광림 사외이사에서 사퇴해 1년도 채 활동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반 전 부회상이 사퇴한 날은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날이었다. 광림은 반기호 전 부회장의 사외이사 퇴임 이유에 대해 “일신상의 사유”라고 공시했다.
물론 정치인을 영입하는 기업이 광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종훈 전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고, 조배숙 전 민주평화당 의원은 삼성생명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정동채 전 통합민주당 의원은 (주)효성 사외이사다. 또 포스코는 올해 들어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박도은 씨와 이상욱 씨를 상무보로 영입했다.
그렇지만 사외이사가 전원 정치권 인사로 구성되는 등 이사진에 정치권 인사가 세 명이나 있는 기업이 흔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박 전 시장은 차기 안산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어 광림 업무에 집중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와 관련,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광림이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태양광, 풍력 등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박주원 전 시장의 자문을 받았던 것은 맞다”면서도 “외부의 우려도 있는 터라 신중히 검토하고 있으며 사내이사 취임여부는 주주총회에서 결의 될 사안이라 향후 답을 할 수 있을 듯하다”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