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마진 통한 순이자이익 확대가 주효…빅테크·핀테크와 치열한 플랫폼 주도권 경쟁 관측
#금융지주사 역대급 실적 견인한 ‘예대마진’
올해 상반기 5대 금융그룹의 당기순이익을 모두 합하면 9조 3729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 6조 4336억 원보다 45.7%나 급증했다. 금융그룹별로 살펴보면 △KB(2조 4743억 원) △신한(2조 4438억 원) △하나(1조 7532억 원) △우리(1조 4197억 원) △NH농협(1조 2819억 원) 등으로 모두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이다.
예대마진을 통한 순이자이익 확대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올해 상반기 5대 금융그룹의 순이자이익을 모두 합하면 20조 4994억 원에 이른다. 각각 △KB(5조 4011억 원) △신한(4조 3564억 원) △하나(3조 2540억 원) △우리(3조 3227억 원) △NH농협(4조 1652억 원) 등이었다. 사상 처음으로 20조 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18조 4282억 원)보다 10.6% 증가한 수치다.
계열사 중에서 은행이 실적을 견인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순이자이익을 모두 합하면 15조 4584억 원 규모다. 5대 금융그룹 전체 순이자이익의 75%를 차지한 셈이다. 상반기 순이자이익은 각각 KB국민은행(3조 6972억 원), 신한은행(3조 1662억 원), 하나은행(2조 9157억 원), 우리은행(2조 8257억 원), NH농협은행(2조 8537억 원) 등이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9.28% 불어났다. 5대 은행의 2분기 말 원화대출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64% 증가한 1307조 3000억 원이다.
코로나19로 가계,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의 부채 확대가 오히려 은행 수익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1765조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53조 6000억 원(9.5%) 늘어났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2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31조 8000억 원으로 지난해 3월 말(700조 원)보다 131조 8000억 원(18.8%) 증가했다.
특히 대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풍부한 시중 유동성 덕에 이자가 낮은 예금(요구불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이 불어났다. 5대 시중은행의 6월 말 요구불예금 잔액은 641조 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566조 3160억 원)보다 약 12% 증가했다. 요구불예금의 이자가 0%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대출금리는 지난 1년간 꾸준히 올랐다. 은행이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이면서 이익을 큰 폭으로 늘릴 수 있었던 이유다.
#‘대환대출 플랫폼’에 힘 실려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5대 금융지주는 일제히 중간배당에 나서기로 했다. 1주당 배당금은 KB 750원, 우리 150원이다. KB와 우리는 지주사 설립 이래 첫 중간배당이다. 매년 중간배당을 해온 하나금융은 올해 1주당 700원의 중간배당을 하기로 했다. 신한은 8월 중 이사회를 열어 분기배당 금액과 시기를 확정한다. 농협은 아직 검토 중이다.
문제는 5대 금융지주사가 올해 초 금융위원회의 배당금 축소 권고를 받아들이면서 줄인 배당금 규모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다는 점이다. 올해 초 5대 금융지주사가 금융위 권고에 맞춰 산정한 평균 배당성향(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은 20%였고, 2조 6397억 원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전년도 배당금보다(3조 3668억 원) 22%(7271억 원) 줄었고, 평균 배당성향은 6%가량 감소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KB·하나·우리 중간배당 규모는 6045억 원에 불과하다(관련기사 금융위 배당금 축소 권고에 금융지주들 ‘표정 관리 중’).
반면 5대 금융지주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은행으로부터 받는 배당금은 전년 수준과 비슷했다. 올 초 5대 시중은행이 지주사에 지급한 배당금은 4조 4813억 원에 달했다. 전년도(4조 5454억 원)보다 약 2% 줄었다. 주주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에도 금융권 배당성향을 낮춰놓고, 5대 시중은행 배당금은 그대로 놔둔 금융위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가치의 중요한 평가 기준인 배당 정책을 주주 관점이 아닌,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자 오는 10월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 플랫폼 출범에 힘이 한층 실리고 있다. 벌써 카카오페이와 토스, 뱅크샐러드 등 핀테크사 12곳이 참여 의향을 밝혔다. 이 플랫폼의 목표는 금융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은행 점포를 찾지 않더라도 모바일 앱을 통해 간편하게 이자 부담 감소 효과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현재는 금리가 더 저렴한 대출로 옮기기 위해선 은행 창구를 찾아야 한다.
다만 플랫폼을 누가 주체가 돼, 어떤 형식으로 만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은행권과 핀테크업계 간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예대마진 이익 규모가 큰 KB국민은행의 반발이 거세다. 향후 은행연합회가 은행들 입장이 취합되는 대로 금융당국에 전달할 방침이다. 수수료와 부과 방식 등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핀테크에 모집중개수수료를 지급해야 된다는 것이 은행권의 가장 큰 불만이다. 핀테크 플랫폼에서 대출 금리가 비교·조회되는 플랫폼에서 대환 대출이 이뤄지지만, 상품은 은행이 만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은 정부로부터 면허를 받아 영업하는 사실상 독과점 형태다. 은행이 예대마진을 통해 이익을 늘리는 탐욕이 과도하다. 이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며 “네이버, 카카오뱅크, 토스 등 핀테크·빅테크와 전통 금융사들의 경쟁을 통해 소비자 편익을 강화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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