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위성에서 후쿠시마 원전을 찍은 사진. 1, 3, 4호기(아래부터)가 심각한 손상을 입은 상태며 2, 3호기에선 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그런 그가 죽음 직전 남긴 편지가 위기에 처한 일본인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당시 그는 편지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지진으로 붕괴될 위험이 있어 이대로 간다면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치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미리 예견한 듯한 섬뜩한 경고를 담고 있다. 그의 절절한 호소가 담긴 편지를 요약해 싣는다.
#방호복은 작업복에 불과
저 자신이 20년 가까이 현장 책임자로 일하며 부하 직원들에게 (“원전은 안전하다”고) 세뇌교육을 했습니다. 몇 명이나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제 몸도 피폭되어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 전원이 매일 피폭당합니다. 원전은 한 번 가동하면 내부에 방사능과 방사선이 가득해 방사선을 맞으며 일을 합니다. 작업 현장으로 갈 때는 자신의 옷을 전부 벗고 방호복으로 갈아입습니다. “방사능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옷이 방호복 아니냐”고 묻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방호복은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을 방사선으로부터 지켜주는 게 아닙니다. 방사선량을 측정하는 경보기가 방호복 안에 입는 조끼에 붙어있는 것이 다입니다. 단순한 작업복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작업을 마치고 밖에 나올 때는 속옷 한 장까지도 피폭되었는지 검사합니다. 외부 피폭이 되면, 즉 신체 표면에 방사능 물질이 묻으면, 방사능 수치가 0이 될 때까지 철저히 씻어야 겨우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모습으로 현장에 들어가서 방사능 걱정을 하면서 일을 하는 형국이니, 실제로 원전 내에 좋은 일자리는 결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 95% 이상이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원전에서는 사람의 실수로 인한 사고, 즉 인재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원자로 내부에 철사가 들어가 있거나, 배관 내부에 도구나 공구를 넣은 채로 배관을 연결하는 실수도 합니다. 그러한 사고는 현장에 전문 기술자가 부족하고, 아무리 설계가 훌륭하더라도 설계한 대로 건설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설계할 때는 최고의 기량을 갖춘 전문 기술자가 시공을 맡을 것으로 간주합니다. 하지만 실제 원전을 건설하는 사람이 어떤 기량을 가진 사람인가,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현장에 전문가가 사라졌다
작업자부터 검사관까지 모두 비전문가에 의해 건설·제작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일본 원전은 설계도 우수하고 이중삼중의 보호를 받고 있어서 어디에서 고장이 발생해도 확실히 멈추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설계단계까지의 이야깁니다. 시공·건설 단계에서 이상이 생깁니다.
10년쯤 전부터 현장에 전문가가 사라졌습니다. 비전문가인 사람들은 사고의 무서움도 모르고, 어떤 게 부실공사인지도 모르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현재 원전의 현실입니다. 예를 들어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발전소는 원자로에 철사를 빠뜨린 채 운전하고 있어 조금만 잘못해도 세계를 휩쓸 대형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저는 철사를 떨어뜨렸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의 대형사고로 이어질지에 대한 인식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후된 원전뿐 아니라 새로 지은 원전도 비전문가가 만들었다는 점에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원전을 만드는 전문 기술자가 없더라도 검사를 확실히 하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검사 체계가 잘못돼 있습니다. 그저 완성된 것을 보는 것이 일본의 검사입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론 부족합니다. 검사는 시공 과정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후계자 양성도 불가능하다
또 후계자를 양성하기가 어렵습니다. 피폭 문제 때문입니다. 원전 내 작업 현장은 어둡고 덥습니다. 보호 마스크도 쓰고 있어서 대화를 나누기도 힘들어 손짓·발짓을 합니다. 이래서는 제대로 기술을 가르치고 배우기가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기술이 뛰어나면 (원전 내부에 들어가는 일이 많아) 연간 방사선 허용치를 금방 넘게 돼 더 이상 내부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런데 원전은 1년 정도 가동하면, 반드시 멈추고 검사를 해야 합니다. 원자로에는 70기압, 150기압 등 실로 엄청난 압력이 작용하고, 배관 내부에는 섭씨 300도로 가열된 물과 수증기가 엄청난 기세로 통과하기 때문에 배관의 두께가 절반 정도로 얇아진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배관과 밸브는 어떻게 해서든 교체해야 하는데, 이 작업에는 반드시 피폭의 위험이 따릅니다.
원전 건물 내부에서는 모든 게 방사성 물질로 변합니다. 모든 게 방사선을 방출합니다. 방사선은 아무리 두꺼운 철판도 꿰뚫고 지나갑니다. 신체 외부에서 받는 외부 피폭도 두렵지만, 가장 두려운 건 신체 내부 피폭입니다. 이를 테면 티끌과 먼지도 방사성 물질입니다. 먼지가 입이나 코로 들어가면, 그게 신체 내부 피폭입니다. 신체 내부에서 방사선에 노출되는 내부 피폭이 외부 피폭보다 훨씬 위험합니다.
또 방사능은 체내에 축적됩니다. 아무리 소량이라도 10년이면 10년치 분량이 축적됩니다. 이게 무섭다는 겁니다.
기계에 붙어있는 큰 나사가 풀어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가동 중인 원전의 방사능은 정말 엄청난 것이라서 나사 하나를 조이는 데 30명을 준비시켰습니다. 한 줄로 세워서 “준비! 출발!” 하면, 7m 정도 앞에 있는 나사까지 뛰어갑니다. 앞에 가서 1, 2, 3 하고 세기만 해도 벌써 경보계가 울립니다. 나사를 조금 조이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도 인건비로 따지면, 400만 엔 정도가 듭니다.
#원전 멈추지 못하는 이유
왜 원전을 멈추고 수리하지 않는가를 의아하시겠죠. 왜냐하면 원전을 하루 멈추기라도 한다면, 수억 엔 손해를 보니 전력회사는 웬만하면 안 멈추려 합니다. 방사능은 엄청나게 위험한 물질이나 기업은 사람 목숨보다 돈을 중요시하니까요.
원전처럼 방사능에 관련된 직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방사선 종사자’라 합니다. 일본에 방사선 종사자는 약 27만 명이 있고, 그 대부분은 원전 작업자입니다. 이 사람들이 매일 피폭되면서 원전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일본 원전은 깜짝 놀랄 대형사고를 간간이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 사고는 스리마일 섬이나 체르노빌에 필적할 만한 대형사고입니다. 1989년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2원전에서 재순환펌프가 산산조각난 사고도 세계 최초로 발생한 사고입니다.
#깜짝 놀랄 대형사고들
그리고 1991년 2월 간사이전력 미하마 원전에서 세관이 파손, 절단됐던 사고는 방사능 물질이 직접 대기중이나 바다로 대량 유출됐던 대형사고였습니다. 이것은 시공상의 실수였습니다. 이런 것이 20년 가까이 수차례 실시한 정기검사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기검사가 얼마나 무성의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사고입니다. 또 들어가지 않으면 자르고 맞지 않으면 잡아늘이는 등의, 설계자가 설마하고 생각했던 일을 현장에서는 태연하게 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고였습니다.
작년(1995년) 12월 8일 후쿠이현 쓰루가에 있는 동연(동력로 핵연료 재처리사업단)의 몬쥬에서 나트륨이 유출되는 대형사고가 있었습니다. 어느날 전화가 왔습니다. ‘배관이 아무리해도 맞지 않아. 좀 와주게.’ 그래서 가보았더니 배관은 설계상 치수상 오차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맞지 않았습니다. 몬쥬는 히타치, 도시바, 미쓰비시, 후지전기 등의 여러 제조사들이 공동제작한 시설인데 각자 회사의 설계기준이 달랐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중대사고에서조차 국가는 ‘사고’라고 하지 않습니다. 미하마 원전 사고 때처럼 ‘일(事象)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몬쥬에는 플루토늄이 약 1.4톤 사용되고 있습니다.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약 8㎏의 플루토늄이 탑재됐다고 합니다. 플루토늄은 아무리 소량이라 하더라도 폐암을 일으키는 맹독물질입니다. 반감기가 2만 4000년이나 되어 영구적으로 방사능 물질을 내보냅니다. 그 이름이 플루토(지옥의 왕)라고 붙여진 것처럼 플루토늄은 이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물질입니다.
#1호기 81년 이미 연한 끝나
처음 내용연수가 10년이라고 하던 원전이 벌써 30년 가까이 가동되고 있습니다. 그런 원전이 11기나 됩니다. 1981년 10년이 지난 도쿄전력 후쿠시마 원전 제1호기에서 당초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폐로, 해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건설 당시의 몇 배의 돈이 들고, 대량피폭을 피할 수 없다는 것 등 손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원자로 바로 밑에서는 정해진 허용선량을 지키려면 겨우 10여 초의 작업만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개중에는 인간이 못하면 로봇이 하면 되지 않느냐는 분도 계시겠죠. 연구는 있지만, 로봇이 방사능 때문에 오작동을 일으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왜 폐로나 해체가 어려운 것일까요. 원전은 물과 증기로 가동되는 시설이라 가동을 멈추고 방치하면 바로 녹이 슬고 약해져 구멍이 생겨 방사능이 누출되기 때문입니다. 핵연료를 넣고 한 번이라도 가동을 시작하면, 원전은 방사능 덩어리가 돼서 정지 상태로 두기도 해체를 하기도 어렵습니다.
선진국에는 ‘폐쇄’한 원전이 많습니다. 폐로나 해체가 불가능해서 모두 ‘폐쇄’시켰습니다. 폐쇄란 발전을 멈추고, 핵연료를 뽑아두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부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방사능 투성이가 된 원전은 발전시킬 때와 똑같이 물을 넣어 가동해야 합니다. 물의 압력으로 배관이 얇아지거나, 부품 상태가 나빠지기도 하므로 점검·보수하고, 방사능이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방사능이 없어질 때까지, 발전시킬 때처럼 감시·관리를 계속해야 합니다.
#일본 전체가 핵쓰레기장
하지만 일본의 전력회사가 더 이상 전기를 못 만들어 돈벌이도 되지 않는 ‘폐쇄’ 원전을 계속 감시·관리할 것인지 매우 의문스럽습니다. 그런데도 더욱 원전을 증설하려 합니다. 이 나라는 미쳤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원전을 가동하면 매일 배출되는 핵폐기물이 나옵니다.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입니다. 이름은 ‘저준위(낮은 레벨)’이나 그 중에는 옆에 다섯 시간만 있어도, 치사량의 피폭을 당하게 될 수도 있는 폐기물 통도 있습니다. 이런 게 일본 전국 각지의 원전에 약 80만 통 이상 쌓여 있는 게 현실입니다.
현재 원전 쓰레기는 아오모리의 로카쇼무라로 가져갑니다. 전부 300만 통의 드럼통을 앞으로 300년간 관리할 것이라고 합니다. 대체 300년이나 버틸 드럼통이 있을는지요. 또 폐기물업자가 300년간 바뀌는 일 없이 유지될는지요.
또 한 가지 고준위 폐기물이 있습니다. 용기 근처에 2분간 있으면 사람이 죽을 정도의 방사능을 방출한답니다. 이것을 일시적으로 아오모리의 로카쇼무라에 두어 30년에서 50년 정도 냉각시키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 땅속에 묻을 예정이라지만 예정지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한 기의 원전에서 수만 톤의 방사능 투성이 폐자재가 배출됩니다. 그냥 쓰레기도 버릴 데가 없는데, 대체 어쩌려는 건지, 어쨌든 일본 전체가 핵 쓰레기장이 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하루 속히 원전을 멈추는 수밖에 없습니다.
확실히 원전은 전기를 생산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제가 20년간 일하며, 이 두 눈으로 보고 이 몸으로 체험한 것은 원전은 일하는 사람을 피폭시키지 않고서는 절대로 일할 수 없는 곳이란 사실입니다. 저는 이런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침에 반드시 자기 아이나 손자의 얼굴을 자세히 보세요. 과연 이대로 원자력 발전소를 점점 늘려가도 괜찮을지를 말입니다. 사고뿐만이 아닙니다. 지진으로 붕괴될 위험도 있으니 이대로 간다면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단 것을 조금이라도 알았으면 합니다. 원전이 있는 한, 세계에 진정한 평화는 없습니다.
정리=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