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수주 성공·전략선종 집중 ‘기대’…후판 가격 상승·노사문제 ‘우려’
#새로운 출발…후판 가격 급등 영향은?
지난 7월 27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STX조선에 채권단 자율협약 종결을 공식 통보했다. 자율협약 종료 후 STX조선은 사명을 케이조선으로 바꾸고, 5부문 3본부 7실로 조직을 개편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장윤근 케이조선 대표는 유임됐다. 장 대표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담화문을 통해 “임직원 모두가 수년간 열심히 노력한 결과 채권단 자율협약을 종료하게 됐다”며 “새로운 독립회사의 직원으로서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간다면 자연스럽게 긍지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지역 사회에서도 케이조선에 대한 기대는 높다. 케이조선 본사가 위치한 경상남도 창원시는 7월 28일을 ‘케이조선 기업의 날’로 지정했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앞으로 창원 조선 업계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케이조선이 창원 경제 혁신의 주역으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조선 산업 경쟁력 강화 및 고용 안정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대체로 케이조선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케이조선은 최근 사업구조를 개편하면서 컨테이너선보다 중형선종 및 LNG선 등 전략선종에 집중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선박 발주는 컨테이너선에 집중돼 하반기부터는 컨테이너선 발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LNG선에 전문성을 가진 업체가 유리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수주 전망은 좋지만 선박 원자재인 후판 가격 급등으로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후판의 원료인 철광석의 가격이 오르면서 후판의 가격도 상승한 것.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에 따르면 철광석의 1톤(t) 당 가격은 2019년 상반기 84달러(약 9만 6660원)에서 2020년 상반기 91달러(약 10만 4700원), 2021년 상반기 182달러(약 20만 9400원)로 급등했다.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은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후판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손실을 공사손실충당금 명목으로 회계에 반영했다. 공사손실충당금이란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을 미리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올해 2분기 각각 7221억 원, 4474억 원의 적자를 거뒀다. 케이조선은 아직 2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서 정확한 계산이 어렵지만 실적에는 부담 요인임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케이조선의 최근 수주 실적 부진이 전화위복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조선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후판 등 원자재를 주문해야 하는 선박은 선박 가격이 상승하기 전 낮은 가격에 수주한 물량이다”면서 “과거 수주한 선박이 적자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보면 후판 가격 상승에 따라 선박 가격도 높게 형성된 지금 수주 물량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라고 분석했다.
케이조선은 수주 목표를 달성했음에도 공격적인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유암코 관계자는 “후판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선박 발주 가격도 상승 추세에 있고 경영 효율화,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수익성 있는 회사로 조기 전환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수주가 들어온다고 무조건 받는 것이 아니라 선별해서 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케이조선 노사갈등 문제는…
케이조선 내부적으로는 노사 갈등 요소가 남아있다. 케이조선은 최근 몇 년간 고강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기업 규모가 크게 줄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케이조선의 직원은 총 920명으로 10년 전인 2011년 3월 말 직원 수인 3181명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케이조선 생산직 노동자 약 500명은 2018년부터 무급 순환휴직에 들어갔다. 2020년에는 케이조선 노동자 측이 무급 휴직자들의 전원 복귀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일감이 적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노동자 측이 집단행동에 들어가자 케이조선 사측은 부분 유급휴직 전환을 수용했다.
유암코-KHI 컨소시엄이 케이조선을 인수하면서 케이조선 노동자들도 전원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안 그래도 최근 조선업계는 인력 채용에 한창이다. 연이어 수주에 성공하면서 선박을 건조할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까지 기술연수생 100명을 모집할 예정이었지만 일감이 늘어나면서 모집 인원을 120명으로 늘렸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케이조선지회(케이조선 노조) 역시 이 같은 상황을 근거로 현재 휴직 중인 인력에 대한 총고용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케이조선 노조는 사측이 노조와의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케이조선 노조 측은 “KHI는 투자유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노사 동의서를 얻기 위해 투자유치가 마무리된 후 현장과 노동자들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며 “투자유치가 완료되는 시점에서 기존과는 달리 미온적인 반응과 함께 현장과 노조를 기만하는 정황 등이 포착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오랜 기간 휴직을 거치며 희생을 감내해 온 노조 측 요구를 무작정 외면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또 지역 내 고용 창출을 요구하는 창원시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케이조선이 부분 유급휴직을 수용할 당시 창원시가 고용유지지원금의 10%를 지방비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반면 케이조선이 당장 노동자 총고용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조선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선박 수주 후 실제 생산에 돌입하기까지는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리지만 지난해 케이조선의 수주 실적이 워낙 부진해 올해도 일감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성공한 수주는 내년에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당장 인력을 대폭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사자들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유암코 관계자는 “투자 과정에서 노조와 맺은 합의 사항을 준수하면서 회사 정상화 노력을 할 것이고, 임단협이나 고용 관련 사항은 추후 노사가 협의할 사항”이라고 전했다. 창원시 한 관계자도 “아직까지 케이조선 노사 문제 관련한 공식 입장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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