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고액 아르바이트’라며 모집하는 구인광고 중에는 이른바 ‘어둠의 아르바이트’가 많다.” 전직 형사 사사키 나루미 씨는 이렇게 주의를 촉구했다. 그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가장해서 범죄에 가담시키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범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을까. 우선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같은 특수사기범죄로, 피해자에게 전화를 거는 연락책이나 고령자 집에 현금·카드를 받으러 가는 수거책 등이다. 더 나아가 불법 약물을 운반한다든지, 가정집에 침입해 금전을 강탈하는 일까지도 버젓이 구인광고를 통해 모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사사키 씨는 범죄 위험으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할 목적으로 설립된 사단법인 ‘스쿨폴리스’에서 이사로 재직 중이다. 그는 “범죄조직이 알바생을 모집할 때는 ‘단순히 물건만 받아오면 되는 일’이라고 속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신이 범행에 가담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말려드는 청소년이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6월 잇따라 고교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이타마현에 사는 17세 소년은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맡았다가 사기혐의로 구속됐으며, 후쿠시마현의 17세 소녀도 80대 여성을 속여 현금 250만 엔(약 26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일당들은 고액의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고교생들을 유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르바이트 은행원으로서 지정된 노인의 집을 방문, 가명을 말한 뒤 현금이나 카드를 받아오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아울러 “방문객 허락을 받았으니 괜찮다” “경찰에 잡힐 일은 100% 없다”며 안심시켰다. 분명히 수상해 보이지만, 고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은 자세한 사정을 따져 묻지 않고 결국 실행으로 옮겼다.
가명을 사용해 은행원 행세를 하는 것은 ‘사기죄’로 중대한 범죄다. “미처 범죄인 줄 몰랐다”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수사 관계자는 “특히 청소년들이 ‘유혹의 덫’에 걸려들기 쉽다”면서 “사이타마에서 붙잡힌 고교생의 경우 ‘수당으로 10만 엔을 받으면 곧바로 일을 관두겠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어둠의 알바’는 한번 발을 들이면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범죄조직은 면접 때 제출한 학생증이나 신분증 등 개인정보를 움켜쥐고 있는 상황. “그만두고 싶다”고 말해도 “학교에 알려지기 싫으면 이번 일도 맡아서 하라”며 협박당하기 일쑤다.
‘주간여성’에 의하면 “범죄조직들의 이 같은 구인 활동은 코로나 위기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타깃이 될 만한 청소년을 포함해, 수입 감소로 곤궁해진 성인층에게도 높은 보수를 제시하며 ‘악마의 유혹’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지난 7월, 80대 여성의 카드로 217만 엔을 인출한 남성(29)이 경찰에 붙잡혔다. 음식점 점장이었던 남성은 “코로나 확산으로 가게가 폐업하게 됐다”면서 “우연히 SNS에서 아르바이트 모집 글을 보고, 높은 보수에 끌려 지원했다”고 밝혔다.
전 검찰관이자, 변호사인 다카하시 마리 씨는 “당사자는 한낱 ‘아르바이트일 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범죄행위에 따라 초범이라도 무거운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각성제 운반책으로 일하다 징역 9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다. 단순히 물건을 운반하는 일이라고 여겼다간 큰코다친다. 영리목적의 각성제 밀수는 약물의 종류와 양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지나, 초범이라도 실형이 원칙이다.
다카하시 변호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확실히 집행유예가 내려지는 경미한 범죄라면 일당들 가운데 누군가가 맡아서 한다. 그렇지 않고 수당을 치르며 SNS로 구인광고를 통해 모집까지 하는 것은 경찰에 체포될 위험이 있다든지, 체포된 뒤의 대가가 크기 때문이다.”
어둠의 알바를 하다가 청소년이 체포될 경우 소년원에 수용된다. 만약 중대 범죄라면 성인과 같은 형사재판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한다. 요컨대 “미성년자라도 저지른 범죄에 따라서는 중징역이나 인신구속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거나 성인이라면 회사에서 해고를 당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상에 사건 내용을 폭로·투고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이름이나 얼굴 사진 등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도 있다. 범죄자라는 꼬리표가 평생 따라다닐지도 모를 일이다. 아르바이트라고 쉽게 발을 들였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만다.
다카하시 변호사는 “일당 10만 엔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면 나중에 치러야 하는 대가가 그야말로 혹독하다”면서 “의심스러운 구인광고에는 절대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어둠의 알바’ 이런 일 한다
“고수익 아르바이트 일당 100만 원.” 문자 메시지나 SNS를 통해 청소년들을 유혹하는 검은 손짓들. 다만 업무 내용이 확실하게 적혀 있지 않다. 어쩌면 이런 위험한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기
흔히 말하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다. 피해자에게 전화를 거는 연락책, 피해자로부터 현금이나 카드를 받으러 가는 수거책, 피해자가 입금한 돈을 인출하는 인출책 등을 맡는다. 최근에는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악용하는 보이스피싱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반
불법 약물이나 권총, 현금 등을 지정된 장소로 운반하는 일이다. 당사자가 ‘무엇’을 나르고 있는지 몰라도 죄를 추궁 받는다. 해외로부터 약물을 운반하는 경우, 나라에 따라서는 사형에 해당할 정도로 중죄가 될 수 있다.
#강매
“OO투자로 돈을 벌 수 있다”라는 식으로 정보를 판매하는 일이다. 그 중에는 피해자를 속이는 당사자조차 해당 상품을 사야만 하며, 그 때문에 대출을 받는 케이스도 있다고 한다. 그 밖에도 의료용품이나 이불 등을 고가에 팔도록 강요당하기도 한다.
#강도
피해자를 찾아가 금품을 탈취하는 일이다. 뻔히 범죄행위로 보이는 일이지만, ‘맡긴 돈을 가지러 가는 것일 뿐이다’ ‘부정한 방법으로 번 돈’이라는 등 죄의식을 희미하게 만드는 말로 유인해 범행을 저지르게 하는 수법이 흔하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